총명하고 야심찬 젊은이에
연간 5만달러씩 2년 지원
아시아계 캐나다 여학생인 이든 풀(20)은 지금쯤 프린스턴으로 돌아가 있어야 한다. 책더미에 쌓여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며 수업을 쫓아다녀야 한다. 미국의 차세대 엘리트 군으로 진입하기 위해 대학이라는 사다리를 오르고 있어야 맞다. 그런데 이든은 지금 그런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있다. 누구 보다 총명하고 야심만만한 그는 프린스턴을 중퇴했다. 연간 5만5,000달러에 달하는 학비 때문이 아니다. 아이비리그 교육 보다 더 나은 제안, 아마도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고등교육에 있어서 가장 특이한 실험 티엘 프로젝트에 그는 참여하고 있다. 대단히 똑똑한 젊은이들을 뽑아 대학에 가지 말고 과학과 테크놀로지, 비즈니스의 실제 세계로 뛰어들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를 완전히 미친 아이디어라고 할 수는 없다. 빌 게이츠며 스티브 잡스가 대학 중퇴자들 아닌가. 물론 그들이 이뤄낸 성공 같은 건 학위가 있건 없건 희귀한 것이다. 게이츠와 잡스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했다.
이든도 그런 일을, 가능한 한 빨리 하고 싶었다. 그는 저비용 태양광 패널을 만들어 그 실효성을 아프리카에서 실험해보고 있는 중이다. “빨리 세상으로 나가서 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보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대학 졸업장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때, 그리고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이때에 대학을 떠나는 추세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놀라운 것은 대학에서 등을 돌리는 것이 어디서 발단이 되고 누가 후원을 하느냐 이다.
프린스턴, 하버드, MIT 같은 명문대학의 극소수 학생들을 유혹하는 이 색다른 시도는 실리콘 밸리 출신 억만장자 피터 A. 티엘(44)의 작품이다. 티엘은 닷컴 붐이 일던 1998년 도박하듯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을 키웠고 페이스북 초기 단계에 투자했다.
지난 2010년 이후 그는 뭔가 대변혁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20세 이하의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다. 대학 캠퍼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살려 보라며 그가 제안하는 것은 이렇다. 아무 것도 묻지 않고 2년간 연간 5만 달러 씩 지급한다. 단 조건은 대학에 가지 않는 것.
아무 조건 없이 연간 수만 달러라? 하지만 이 티엘 장학금을 따내는 것은 프린스턴에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 티엘 자신은 스탠포드에서 대학과정을 마치고 스탠포드 법과대학을 나왔다. 첫번째 티엘 장학생들은 지금 티엘 프로젝트의 2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20명의 새로운 장학생들이 올 여름 선정되었다.
2013년 티엘 펠로십 신청은 아직 받지 않고 있다. 신청 마감일은 올 가을 티엘 펠로십 사이트(ThielFellowship.org)에 발표된다. 지원자는 신청 당시 나이가 20세 미만이어야 한다. 선정 과정 마지막 단계에 신청자들은 딱 2분30초를 할당받고 장차 멘토가 될 사람들, 대부분 성공한 창업자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파해내야 한다.
지난 2년간 뽑힌 티엘 장학생은 44명. 15~20명의 심사관들이 평가에 평가를 거듭해서 뽑은 인재들이다. 대부분은 백인 아니면 아시안이고 남자들이다. 여자는 단 4명 뿐. 지원자들은 부탄에서 에티오피아 과테말라까지 42개국에서 몰려들었지만 미국 밖에서 선정된 장학생은 6명에 불과하다. 캐나다에서 4명, 영국과 러시아에서 각 한명.
이든 풀은 신청 당시 프린스턴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면서 태양의 이동을 따라 움직이는 저렴한 태양광 패널을 개발하려 하고 있었다. 그 이름을 선살루터라고 했다. 지금 그는 가장 최종 결과물을 우간다의 키린디와 탄자니아의 카라그웨이서 실험하고 있다.
프리스턴에서 2년을 공부한 후 중퇴했는데 티엘 프로젝트의 학습 효과는 매우 높다고 말한다. 펠로십 첫해를 그는 태양광 업계에 대한 공부에 투자하며 자신의 발명품을 개선해 나갔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실험을 하려니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겼다. 케냐에서 실험 당시 동네 어린이들이 그걸 가지고 노느라 나사를 뽑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협력을 구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냥 (다 그만두고) 대학으로 돌아가고 싶은 날들이 많이 있었지요.”
티엘 장학생으로 풀의 친구인 로라 데밍(18) 역시 대단히 명석한 여학생이다. 뉴질랜드에 살던 데밍 가족은 로라가 12살 때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노화에 대해 연구하는 분자생물학자 신티아 케년과 함께 연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4살이 되었을 때 그 가족은 로라가 MIT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보스턴 인근으로 이사를 했다.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선수 가족들은 언제나 그런 희생을 하지 않느냐고 로라의 엄마인 타비타 데밍은 말한다. 로라의 아버지 존 데밍은 미국의 공교육을 싫어해서 딸에게 홈스쿨링을 시켰다. 아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위기를 관리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게 하자면 학교는 최악의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보다 세상으로 내보내 현실을 배우게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티엘 장학생 1년차인 로라는 의학저널들을 꼼꼼히 뒤지면서 벤처기금을 투자할 만한 연구자들을 찾고 있다. 그는 노화를 늦추거나 되돌리는 요법을 찾는 중이다.
“이 일에 매달린 지 6년이 되었어요. 아직까지 정말로 가능성 있어 보이는 기업은 두세군데 밖에 못 찾았어요.”
로라 역시 실패를 맛봐야 했다. 벤처 캐피털 투자가들이 처음에는 모두 투자를 거절을 하는 것이었다. 연구 초기단계에는 이익을 낼 수 없지만 나중에 기업으로 구조를 갖추면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이해시키는 데 두달쯤 걸렸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티엘 펠로십 덕분에 미 전국의 최고 사업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로부터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상당한 거액의 투자금도 확보했다.
하버드 학생이던 코너 즈윅(19)은 스마트폰 게임 앱을 만들고 싶어 대학을 중퇴했다. ‘코코 컨트롤러’라는 이름의 앱으로 휴대용 게임의 일대 혁신을 그는 꿈꾸고 있다.
한편 티엘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대학에 가지 말라’는 티엘의 주장이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티엘 펠로십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대학교육 무용론으로 가는 메시지는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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