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러시아 땅과 산림 수백만 에이커 임대해 대대적 개간
식량공급 및 일자리 확보 목적
중국이민자 급증, 4만명 넘어서
러시아도 경협차원서 적극지원
<오스타니노, 러시아> 수년 전 한 중국인 투자가는 이 마을 외곽에 있는 한 농장을 사들인 후 농장에 ‘황금의 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만족해했다. 땅은 비옥했으며 햇볕과 비는 충분했다. 러시아 깊은 오지에 소재한 이 땅은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온실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수십명의 중국인 농장 일손들이 토마토를 열심히 수확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이 시작되면 더 많은 일손을 고용할 것이라고 작업반장은 말했다.
중국인 농장인력의 러시아 유입은 두 나라간의 긴밀해지는 경제관계를 보여준다. 러시아는 땅이 넘쳐나고 중국은 사람이 넘쳐난다. 구 소련이 해체된 후 양국은 이러한 보완적 이점을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몇 몇 광산 벤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또 국영기업들은 대규모의 유전과 석탄, 그리고 목재 관련 계약을 성사시켰다.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벤처는 아직 소규모 수준이지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식량프로그램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하지만 현재는 버려져 있는 경작 가능 토지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구 소련 집단농장 해체와 농업지역 인구 감소에 따른 유산이다. 러시아의 인구는 1억4,100만이고 중국은 13억이 넘는다.
중국은 식량을 확보하고 농촌 노동력에게 일감을 줘야 하는 만성적인 우려를 안고 있다. 러시아 내의 일부 중국 국영농장들은 콩을 자국으로 보내고 있다. 중국의 러시아 농업부문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국수출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5년 전 식량가격이 치솟으면서 중국정부는 러시아와 투자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다. 이런 대화는 올해 중국과 러시아간의 10억달러 규모 펀드투자로 결실을 봤다. 중국의 투자는 러시아와 구 소련 구성원이었던 우크라이나, 카작스탄 등지의 농업과 임업분야에 이뤄지게 된다.
러시아 정부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중국은 공식적으로 약 100만 에이커의 농지를 임대받았다. 이것은 대부분 북동부 중국 국경지역 땅이다. 게다가 중국기업들은 시베리아 산림지역 200만에이커를 임대받았다. 이곳에서 벌목한 나무들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 투자가들은 러시아의 땅을 아예 구매하기도 한다. ‘황금의 땅’은 중앙 러시아에 소재한 중국인 소유 9개 농장 가운데 하나이다. 또 국경에서 수천마일 떨어진 모스크바와 세인트 피터스버그 외곽에는 채소를 재배하는 중국인 농장들도 있다.
‘황금의 땅’ 작업반장인 장 웨이 동은 비즈니스가 가슴 높이로 자란 토마토처럼 급성장을 해 왔다고 밝혔다. 필요할 때는 러시아어 통역 역할까지 하는 그는 손가락으로 주위를 가리키며 “빈 땅을 보라”고 말했다. 장은 올해 70명의 농장일손을 들여올 수 있는 연방 이민서비스 쿼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더 많은 인력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고된 작업환경 속에서도 일하겠다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수많은 멕시코 농장 노동자들이 캘리포니아에서 포도수확을 하고 필리핀 사람들이 두바이에서 가정부 일을 하고 알제리인들이 파리의 거리 청소를 하는 것과 유사한 기회가 되고 있다.
유럽경제가 휘정대면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한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외교적 입장이다. 이것은 최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렸던 아태경제협력회의의 주제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최국으로서 러시아는 식량안보와 농업을 최우선 주제로 내걸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곡물 수출국으로서 러시아의 역할을 고려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중국과의 연간 교역을 2011년 8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늘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 간의 2011년 교역은 5,03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더 이상 경제적 관계가 나아지기 힘들다는 회의론도 있다. 이런 주장은 수십년동안 양국관계를 냉각시켜온 1969년 우수리강 국경분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경은 지난 2009년에 비로소 경계가 확정됐다.
또 러시아는 경제협력의 확대가 인구 희소지역의 이민자 유입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낸다. 이런 우려는 ‘황금의 땅’이 자리 잡은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스타니노 지역을 지나던 세일즈우먼 나데자다 콜리에소바는 “이 사람들이 왜 여기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녀는 “나는 이 사람들에 대한 반감은 없다. 하지만 러시아는 러시아인을 위한 곳이고 중국은 중국인을 위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들의 우리 아이들을 종속시키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 농장은 농장을 찾는 지역주민들에게는 공짜로 채소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곳을 찾느 이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중국 인부들은 가건물로 세워진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이들은 담배와 보드카, 아이스크림, 소시지 등을 파는 동네 가게들의 주요고객들이다. 동네 젊은 러시아인들과 중국인들 간에 싸움이 발생한 적도 있다.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동네 할머니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러시아인들과 중국인들이 이곳에서 평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으리란 것이었다.
현재 약 4만명의 중국 이민자들이 러시아에 살고 있다. 러시아 이민자 전체로 보면 아주 작은 숫자이다. 이민자 대부분은 중앙아시아의 과거 소련지역 주민들이다. 그러나 중국 이민자들은 급속히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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