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평등 지속..美대선 앞두고 부활 여부 관심
금융 자본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로 시작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17일(현지시간)로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9월17일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공원에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는 구호로 출발한 점령 시위는 경제적 불평등 이외에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전 세계로 확산했다.
점령 시위대는 1주년이 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봉쇄하려고 시도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비판한 금융 자본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은 계속되고 있어 시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났던 점령 시위가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NYSE 봉쇄 무산..맨해튼 곳곳에서 시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NYSE 근처로 집결했다. NYSE를 봉쇄하기 위한 인간 장벽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미리 바리케이드 등을 설치하고 대비한 경찰의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수십명이 체포됐다.
시위대는 경찰에 "누구를 위해 봉사하고, 누구를 보호하느냐?"며 소리쳤고 생일 축하 노래로 시위 1주년을 기념했다.
400여 명의 시위대는 낫소와 파인 스트리트에서도 발을 구르며 경찰과 대치했으며 인도를 점령하려는 시도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몸싸움을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폭력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NYSE 인근 주민과 출근하려는 직장인들이 시위대와 말싸움을 하는 장면이 눈에 띄기도 했다.
NYSE 근처에 사는 재키 머론(22)은 바리케이드 때문에 지하철 역으로 갈 수 없게 되자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전 세계 30여 곳에서 행진, 집회 등 1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밝혔다.
◇ 변하지 않은 현실..1% vs 99%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시위 1주년을 맞아 다시 집결한 것은 변하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금융위기 당시 국민 세금인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살아난 대형 금융회사들은 아직도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주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이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층은 4천620만명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다. 또 소득 상위 1%의 수입은 6% 늘어났지만 하위 40%의 수입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463으로 전년의 0.456보다 상승했다.
자본주주의 모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전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커졌다.
재정위기로 실업률이 높아진 유럽의 청년들 사이에서는 공산주의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을 정도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벤 로드 씨는 "경제적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월가 점령 시위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위대가 대표한다는 99%와 상위 1%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 美 대선 앞두고 동력 얻을까
재기 움직임을 보인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지난해와 같은 열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위는 지난해 겨울이 시작되면서 시들해졌다. 추위와 자금 부족이라는 물리적 한계도 있었지만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도력 부재를 드러냈다.
지난해 시위대의 재정을 담당했던 피트 두트로는 "실제적인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고 그저 월스트리트를 점거하기 위해 모였을 뿐이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이고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해 변혁을 바라는 대중의 요구를 제대로 조직화하지 못해 대중의 관심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 대선이 변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대선이라는 큰 이슈에 반 월가 시위가 묻힐 가능성이 있지만 대선 과정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조직적으로 제시한다면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99%다"라는 구호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최근 허핑턴포스트에 게재한 글에서 "대선 후보들이 사회적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토론할 수밖에 없도록 시위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선 후보들로부터 이런 문제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면서 "시위대가 대선 후보들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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