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은행권은 다양한 비즈니스에 대한 대출을 분석, 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인 은행들의 대출직원들이 남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가 제공한 대출관련 교육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현재 한인 은행들이 처한 문제들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은행 업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출 분야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IT 분야의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한인 은행권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전문 론 오피서 부족 현상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관련 인력의 채용을 중단하고 교육도 실시하지 않는 등 인력 관리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직원의 실력과 수준이 곧 은행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주류 은행들과 당당히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한인 은행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의류·요식업 한인위주 부동산 담보대출 치중… 부실위험 커져
고객사업 다변화 속 인력양성 소홀 새 분야 평가는 엄두 못내
■무담보 대출은 여전히 어려워
제조업에 종사하는 한인 사업주 이모씨. 사업 확장과 리모델링을 위해 한 한인 은행에 50만달러의 비즈니스 론을 신청했다가 결국 대출을 받지 못했으나 오히려 주류 은행에서는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씨의 사업체는 연 매출 500만달러 규모에 지난해 순익 60만달러, 매달 캐시 플로가 15만달러가 됐지만 한인 은행에서는 무담보 대출에 난색을 표하면서 CD 등 현금 입금이나 개인 부동산을 담보로 요구했던 것. 이씨는 “한인 은행에서는 2개월이나 시간을 끌었지만 대출 결정을 해주지 않았는데 주류 은행에서는 영업 현황과 캐시 플로를 확인한 뒤 신청 10일만에 결정을 하더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는 한인 사업가는 최근 LA에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한인 은행을 방문했다 역시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한인은 부동산 담보 없이 소속 연예인들의 가치만으로 대출을 신청하려 했으나 한인 은행권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전문 론 오피서가 없어 무담보 대출을 받을래야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한인은 “한인 은행 고객들 가운데 새로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다양한 분야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는 대출 전문가가 없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 인력 부족이 문제
이처럼 한인 은행들의 주류 은행에 비해 대출 분야 인력의 깊이와 전문성에서 뒤떨어지고 있는 점이 한인 은행권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주로 의류나 요식업체 등 일부 한정된 업종의 한인 고객들을 상대로 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위주로 영업하고 있는 한인 은행들이 현금유동성을 통한 대출, 브랜드 담보대출(Brand-based Equity Loan), 고객 미래자산 담보대출(Customer Prospective based Loan)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금융업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각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한인 은행들에서 무담보 대출을 평가하기 위한 전문 론 오피서는 전체 대출 분야 인력의 10% 미만이다. 따라서 한인 고객들의 사업 분야는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한인 은행들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은 부동산 담보대출(Secured Loan)에만 치중하고 있어 주류 은행으로 고객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 은행권의 경우 소형 은행들은 물론 상장 은행들까지도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이 70~80%에 달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실 대출의 경우 론 오피서의 경험 및 전문성 부족, 또 이를 감독하지 못한 간부들의 미숙함과 은행 대출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T 서비스 강화도 시급
한인은행들이 스마트폰 뱅킹 등 IT 분야 투자를 늘리면서 첨단 금융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객들의 요구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주류 은행권에서는 이미 보편화 된 스마트폰을 이용한 뱅킹 서비스의 경우 새한과 태평양은행 등 일부 한인 은행만이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미국에서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한인 은행들은 애플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나 스마폰 사용자를 위한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한인 은행 고객은 “한인 은행들도 서비스에 따른 수수료를 챙기기보다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주류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수수료가 비싸고 불편하다면 굳이 한인 은행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첨단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한인 상장은행들은 올 연말부터 전자 디파짓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고 ATM을 터치스크린 기능과 현금, 체크 디파짓을 할 수 있는 신형 모델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한인 은행간 ATM 수수료가 면제되는 것은 물론, 인터링크(Interlink)와 스타(Star) 등 대형 ATM 네트웍을 보유한 업체와의 제휴로 타 은행에서도 수수료 없이 돈을 출금할 수 있는 등 한인은행 만의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전자 디파짓과 스마트 ATM 기계 등 첨단 IT 금융상품에서는 한인은행들이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력 양성 교육 시급
한인 은행권이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교육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주류 은행들의 경우 전문 론 오피서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 보통 1~2년간을 철저히 투자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웰스파고 은행 등은 6개월 견습기간이 끝나면 개인적인 ‘멘토’가 배정돼 최고 2년간의 개별 교습과 함께 거주 매주 대출 분야별 집중 세미나를 받는다고 한다.
반면 한인 은행들의 교육은 대체로 지점이나 부서별 현장교육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고 은행별로 편차가 심한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 상당수의 한인 은행들이 외부 인사 초청 교육이나 외부기관 세미나 참여 등을 독려하며 전문 인력 교육 투자 노력을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남가주한인공인회계사협회 최기호 회장은 “과거 한인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고도의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 없었지만 갈수록 한인 고객들의 인더스트리가 다양해지고 있어 기업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며 “한인 은행들이 전문 금융인 양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장기적인 계획 및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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