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차이나타운에 가보면 브로드웨이를 따라 청과상 등 자영업체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마다 중국계 손님들이 만다린이며 광동어로 흥정을 하고, 굵은 포도를 잔뜩 실은 픽업트럭 뒤에도 사람들이 몰려있다. 가금류 판매가게에는 일반 닭 뿐 아니라 장닭 뿔닭 등 갖가지 닭이 있고 손님이 원하면 산채로 팔기도 한다. 중국 상권이 형성된 지는 70년이 넘는 이곳에 최근 월마트가 들어서게 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이나타운 월마트 내년 초 개장
첫 수퍼마켓에 지역주민들은 환영
차이나타운 거주자들과 비즈니스 소유주들은 요즘 불안감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이 역사적 중국이민 커뮤니티가 이웃에 들어설 거대업체로 인해 존폐위기를 맞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바로 월마트이다. 월마트의 도심지역 모델인 월마트 네이버후드 마켓이 차이나타운 한복판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월마트가 소규모 업소들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타이완 태생 이민자인 그레이스 옌이 차이나타운의 한 빵집에서 말한다. 지난 1986년 이곳으로 이주해온 그는 “월마트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모든 걸 다 독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월마트 네이버후드 마켓은 차이나타운 사상 처음으로 들어서는 주류사회 수퍼마켓이다. 차이나타운 수십년 동안 이런 류의 수퍼마켓이 없었다. 그런 만큼 지난 2월 월마트의 진출 계획이 알려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격렬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커뮤니티 권익옹호 운동가들과 노동조합들은 세계 최대의 소매업체가 동네에 들어서는 것을 막겠다는 결의로 똘똘 뭉쳤다.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감안, 시의회는 지난 3월 차이나타운에 거대 체인 매장이 문을 여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표결 하루 전 월마트는 건축 허가를 받음으로써 매장 금지 시조례의 규정을 면제받게 되었다.
이어 6월, 수천명이 참여한 월마트 개장 반대 거리행진이 차이나타운에서 있었다. 몇몇 노조는 월마트 개장 프로젝트를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월마트는 지난 7월부터 건축 공사를 시작했고, 이를 관련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중단하게 해달라는 청원은 지난 주 기각되었다. 결국 차이나타운 월마트는 내년 초 개장 스케줄에 맞춰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차이나타운에서 태어나고 자란 24세의 크리스틸리 치브는 월마트가 이웃에 들어오는 데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아직도 차이나타운은 중국계 이민자들이 첫발을 내딛는 곳인데 이곳에 대대적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차이나타운은 더 이상 이민자들이 살고 일하는 곳이 아닌 사적지로 바뀌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이다.
“차이나타운은 문화적 커뮤니티”라고 치브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 있는 그대로 보존되기를 원한다. 기업체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면 문화적 커뮤니티로서의 특성 그리고 처음에 차이나타운이 세워지게 했던 요소들이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월마트 네이버후드 마켓이 들어설 곳은 지난 20년간 비어있었다. 그래서 거기에 뭔가 들어서기를 간절히 바라는 주민들이 많다.
차이나타운 비즈니스 개발지구의 조지 유 총무는 이 지역 마켓들이 모두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커뮤니티가 주류사회 수퍼마켓 없이 살아온 지 74년”이라고 그는 말한다.
“갑자기 요거트나 치즈가 필요하면 어떻게 합니까? 강아지 사료가 필요하다면요? 그런 건 모든 커뮤니티가 필요로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그는 아울러 “커뮤니티의 99%는 월마트를 지지한다. 반대는 차이나타운 바깥에서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노조는 월마트가 노조원이 아닌 근로자들을 고용해 낮은 임금을 지불하는 데 대해 수년간 비판해왔다. 월마트의 차이나타운 진출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몇몇 노조와 근로자 권익옹호 단체들은 아울러 월마트가 그 지역 다른 부문에 미칠 영향력도 제한하기 위해 애써 왔다.
단적인 예가 오는 2013년 LA 시장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 중 유력 후보 3명이 월마트로부터 어떤 선거 기금도 받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그 거대업체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모두 돌려주라는 노조의 독려 편지가 나간 후 내려진 결정이다.
차이나타운의 반대시위 조직에 참여했던 또 다른 단체, LA 새 경제연맹도 거대 수퍼마켓 진출 규제 시조례 통과에 힘을 보탰다. 이 연맹의 앨리슨 매노스 대변인은 “이 지역 작은 업소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빈곤 수준 일자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차이나타운에 들어설 월마트 네이버후드 마켓은 주로 그로서리 품목과 의약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월마트의 스티븐 레스티보 대변인은 월마트에 대한 커뮤니티의 반응이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우리 매장이 문을 여는 날 수천수만의 지역 주민들이 월마트 네이버후드 마켓에서 샤핑을 할 것입니다. 아마도 시의회 회의에 참석하거나 신문사 편집장에게 편지를 쓴 일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겠지요. 그들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일하는 곳 가까이에 선택에 여지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그는 아울러 “문화적 영향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가 들어설 곳 맞은 편에 이미 버거킹이 있고 서브웨이가 바로 붙어있다”고 덧붙인다.
차이나타운을 지역구로 하는 에드 라이스 시의원의 대변인에 의하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라져 있다. 지역 비즈니스 업주들 중에서도 월마트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실히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수입상을 운영하며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리처드 램은 스마트 폰에 월마트 앱을 저장해두고 있다. 그렇기는 해도 월마트가 들어오는 데 대해서는 불안해한다.
“온라인으로 월마트에서 항상 샤핑을 합니다. 전화도 사고, 카메라도 삽니다. 가격이 싸니까요. 하지만 월마트가 여기서 문을 열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요.”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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