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 등 한국산 식료품 유통마진 변동없어 의류·봉제 원산지 기준 충족하기 어려워
▶ 미 생산 현대·기아차는 FTA 영향과 무관
■ 업종별 Before & Afte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2일로 발효 100일을 맞았다. FTA로 인한 직접적인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는 이르지만 FTA가 한인 경제계 상반기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FTA 발효 100일만에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지난해보다 8.4% 증가했고 한국산 일부 품목은 관세 변동에 따라 가격이 다소 인하되는 추세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되거나 인하된 부분이 수입·판매업자들의 유통마진으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고 최근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 및 물류비용이 증가해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를 체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국으로 제품 수출을 원하는 한인 업체들은 FTA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는 높지만 관세 혜택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해 FTA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기에는 아직 현실적인 장벽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식품들은 관세가 철폐돼 FTA 발효 당시 한인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큰 변동은 없었다. 라면과 조미김, 아이스크림, 간장 등 많은 한국산 식료품 관세가 철폐되거나 인하됐지만 한인 유통업계의 특성상 가격 인하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우리마켓 정성래 매니저는 “아직까지는 마켓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부로 직접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며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은 한 번 가격을 내린 뒤에는 다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가격을 쉽게 못 내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라면의 경우 제품에 따라 정상가가 4.99~6.99달러에 현재 팔리고 있으며 이는 100일 전인 지난 3월에 비해 내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수입되는 참외와 오이의 경우 현재 파운드 당 99센트에 팔리고 있으며 가격 역시 100일 전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식료품 업체들은 관세 인하로 이익을 얻었지만 가격 인하 대신 일시적인 할인행사나 사은품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더욱 늘리는 추세다. 한국산 과일의 경우는 한국에서의 수확량에 따라 가격변동의 폭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우리마켓 브라이언 민 대표는 “FTA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 할인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는 분위기로 봐서 올해 말 쯤부터는 소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류의 경우 한국산 소주와 맥주는 이미 무관세 제품이었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없으며 발효주인 막걸리는 관세가 철폐됐지만 FTA 이전보다 1병당 20센트 정도가 하락하는 미미한 변화를 보였다.
한인 의류·봉제업계도 FTA 특수에 기대를 걸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 FTA 원산지 증명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인 의류·봉제업계는 원단을 중국에서 수입해 중남미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FTA의 원산지 원칙을 충족시킬 수 없어 한국으로 제품을 수출할 때 FTA 관세혜택을 받을 수 없다.
천일국제물류 송창호 관세사는 “미국 정부가 FTA 협상과정에서 미국 의류시장 보호를 위해 의류 수출입 규정을 의도적으로 까다롭게 설정했기 때문에 미국의 한인업체들이 한국으로 의류를 수출해 FTA 특수를 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는 미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FTA로 인한 가격 변동이 없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 부품은 관세가 즉시 철폐돼 가격이 많이 인하됐다. 실제로 KOTRA 통계에 따르면 미국 수입가격이 크게 인하된 한국 자동차 부품의 미국 수출이 지난 1~4월에 전년 동기 대비 31배나 증가했다. 단 한국산 자동차 부품 가격 인하가 가시적인 효과를 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LG와 삼성의 TV 등 가전제품은 생산공장이 멕시코에 있기 때문에 FTA로 인한 관세 변동이 적용되지 않으며 전자레인지와 세탁기는 관세가 10년동안 점차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변화는 없었다.
FTA 발효에 따라 양국의 법률시장이 개방되며 미국의 대형 로펌들이 한국 정부에 외국법 자문사 허가 신청을 한 상태이고 한국의 로펌들도 LA와 뉴욕 등 한인사회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미 통상 확대로 인한 특허나 무역관련 논쟁이 증가할 것을 노려 미국의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는 한국 변호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김연신·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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