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항공 급증 힘입어 폭발적 성장… 금년 20억달러 순익 전망
티켓 저렴해지면서 여객수요 증가
공항 신축 등 인프라 개선도 한몫
2014년 시장규모 230억달러 될듯
<싱가포르> 항공업계는 계속되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홍콩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케빈 목 같은 사람들은 최소한 아시아 지역의 항공업계 성장을 돕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목은 7명의 친구들과 함께 지난 주 타일랜드로 12일간의 졸업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에 몸을 싣고 푸켓과 방콕, 치앙마이 등지를 야행하고 있다.
인도 출신으로 홍콩의 정보산업 분야 업체에서 일하는 벤카테스와라 콘두루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부인과 두 아이는 캐사이 퍼시픽항공의 자회사인 저가항공 드래곤에어를 타고 홍콩을 방문했다가 같은 항공편을 이용해 고향으로 돌아갔다.
유럽은 부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실업상태다. 승객들은 비행기 표를 예약하기 전 두 번 생각하게 된다. 승객 수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때 뜨거웠던 중국과 인도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음에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항공사들은 금년 한해만 20억달러의 순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한 영업실적이다. 이 지역에서는 새로운 항공사들이 급속한 속도로 탄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 출범한 항공사는 고급을 지향하는 싱가포르 항공의 저가항공 자회사인 스쿠트이다. 스쿠트는 지난 4일 400명의 승객을 태우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떠나 호주 시드니로 첫 비행을 했다.
이외에도 저가 항공사 2곳이 수주 내로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에어아시아 저팬과 젯스타 저팬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피치라는 이름의 저가항공사가 운항을 시작한 바 있다. 내년에는 차이나 이스턴 에어라인과 콴타스가 합자한 새로운 항공사가 출범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하늘은 저가항공사들을 수용할 만큼 충분히 크며 아시아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두둑한가. 항공 전문가들과 항공사 관계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경제적 성장으로 새로운 중산층이 출현하고 공항들이 신축되고 있는 데다 항공료는 낮아지고 인구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최근 출범한 스쿠트는 경제 전망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이 항공사의 예약률은 꾸준하다고 스쿠트의 최고경영자인 캠벨 윌슨은 창이공항 커피숍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밝혔다. 부분적으로 이런 활황은 이 지역이 아직은 유럽과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 단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군살을 뺀 저가항공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과 유럽을 뒤흔들었다. 아시아에서는 2001년 이후에 저가항공이 등장했다. 말레이시아에 본부를 둔 에어아시아가 효시였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저가항공 붐은 이 지역 경제의 급속한 성장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5년 전만 해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 항공사들의 총 여객기 대수는 3,800대였다. 지금은 5,600대로 크게 늘었다. 한 항공전문가는 지난 10년 사이에 최소 10개의 신생항공사가 생겨났다고 밝혔다.
베이징은 승객 수에서 곧 애틀랜타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으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만 해도 베이징은 세계 30대 공항에도 들지 못했었다. 싱가포르에 소재한 리서치 회사인 프로스트 & 설리번의 분석가인 크리스 드 라빈은 “경제성장에 따른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며 “구매력은 급상승 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탈 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36명의 타이 사람들은 홍콩과 마카오에서 며칠 동안 쇼핑을 즐긴 후 푸켓으로 날아가 주말을 즐겼다. 이들은 이전에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사례들은 바로 이 지역의 잠재력을 증언해 준다.
달라진 라이프스타일도 항공 수요 급증에 기여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가 발전하면서 기업들은 유능한 직원을 충원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에게 어필하는 방법들 가운데 하나는 일과 휴식의 균형을 보장하는 것이다. 휴가가 바로 그것이다. 스쿠트 항공의 윌슨은 이런 변화는 더 많은 레저여행으로 이어지며 이것은 저가항공의 수요 증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지리적인 요인도 있다. 아시아에는 먼 거리로 떨어져 있는 나라들이 많고 일부 나라들은 많은 섬들로 구성돼 있다. 윌슨은 “필리핀에서 싱가포르로 운전해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많은 나라의 정부들은 기존 공항을 확장하고 새로운 공항들을 세우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이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드 라빈은 “인구가 100만이 넘는데도 공항이 없는 아시아의 도시가 무려 270에 달한다”며 “떠오르는 아시아는 향후 20~30년 동안 기회를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항공사 성장에 희생도 뒤따르고 있다. 인도 항공사들의 경우 승객은 늘었지만 대부분이 적자이다. 호주의 가장 오래된 항공사로 명성이 높은 콴타스는 국제영업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0년 저팬 에어라인 파산 후 규제를 재검토했으며 이것은 결국 신규 항공사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에어 차이나와 차이나 이스턴, 차이나 서던 같은 국영항공사들이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국내시장을 독점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 내에 저가항공사들에 개방한다는 것 이 중국정부의 방침이다. 한 전문가는 개방 이전에 국영항공사들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고민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항공시장은 아작도 성장 중이다. 특히 저가항공 부문이 그렇다. 젯스타, 세부 퍼시픽, 타이거 에어웨이스 같은 저가항공사들은 시장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시장 점유율 35%와 북미의 30%보다 낮은 수치다. 그만큼 성장의 여지가 남았다는 말이다.
저가항공은 이 지역 경제가 세계 경제에 점차 중요해지면서 비즈니스 여행객들도 끌어들이고 있다. 텍사스 태생으로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IT 프로젝트매니저 레이 데이비스는 최근 일요일 저녁 저가항공인 타이거 에어웨이스를 이용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저가항공의 등장은 기존 항공사들의 수입을 갉아먹기 보다는 항공시장의 확대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 항공전문가는 “저가항공은 이들이 아니었다면 비행기 여행을 엄두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끌어오고 있다”며 “저가항공의 등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저가항공사가 살아남기는 힘들다. 3개월 사이에 3개의 저가항공이 출범한 일본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항공전문가들은 현재 180억달러 규모인 아시아 저가항공 시장 규모가 2014년까지 23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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