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의 미국 일자리 창출운동 덕분
▶ 글로벌 경쟁에 밀려 공장들 문 닫아 기업들‘아웃소싱 재고해야’ 움직임
오하이오 강가의 소도시 이스트 리버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칭 미국 도기의 수도였다. 크지도 않은 지역에 도기 제조공장이 근 50개나 되고 주민 대다수를 고용해 고급 차이나부터 화분까지 온갖 도기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주민들은 스스로 미국의 식탁을 책임진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과 경제 파탄이 이 모두를 바꾸어 놓았다. 도기 제조공장들이 거의 다 망하면서 이스트 리버풀은 절망의 도시가 되었다. 주민들의 중간 소득은 오하이오 주 평균보다 1/3이 낮고, 근로 연령층 주민들 중 10% 이상이 실직 상태다.
그 많던 도기 제조공장 중 이제 남은 것은 단 두 개뿐이다. 그 중 하나인 아메리칸 머그 & 스타인 역시 지난 가을 문을 닫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얼리치 호닉하우슨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 있는 식기류 회사, 하우슨웨어의 사장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도기류와 유리제품들을 들여와 크레이트 & 배럴, 포터리 반, 프레드 마이어 같은 소매업체들에 공급한다.
그가 아메리칸 머그를 되살리고 죽어버린 도기 제조업계에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 클라이드 M. 맥클리란 사장은 처음 믿을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에 머그를 만들면 공급하라는 것이었다. “장난 전화로 생각하고 전화를 까딱하면 안 받을 뻔 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에는 아메리칸 머그의 커피 잔들이 진열돼 판매에 들어갔다. 스타벅스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용으로 새로 라인을 만든 것이다. 브랜드 명은 인디비저블.
스타벅스의 제품 주문으로 4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던 아메리칸 머그는 8개 일자리를 새로 추가했다. 한편 머그를 비롯한 인디비저블 상품 판매로 얻어지는 돈은 스타벅스의 미국 일자리 창출 기금(Create Jobs for USA)으로 들어가 작은 사업체들을 돕는 데 쓰인다.
20만 직원을 가진 스타벅스와 영세업체 아메리칸 머그와의 이상한 파트너십은 미국 기업들의 아웃소싱에 대한 토론 과정에서 파생되었다. 미국의 일자리 시장이 줄어드는 문제와 관련 기업들은 어떤 책임이 있는 가에 대한 인식이다.
아직은 소수의 기업들이 사라진 제조업계 일자리를 미국 땅에 되돌리려는 작은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그렇게 하는 배경에는 미국 내 인건비 하락 혹은 해외 생산 제품의 품질문제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제너럴 일렉트릭은 뉴욕과 켄터키에 배터리 공장을 만들어 거의 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중국에서 만들던 것을 미국 땅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지난 달 스타벅스는 조지아, 어거스타에 새로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자사의 비아 인스턴트커피와 프라푸치노 드링크의 재료들을 이 공장에서 만들 계획으로 140명을 채용한다고 했다. 앞으로 스타벅스는 신규채용 중 절반 정도는 미국 내에서 뽑을 예정이다.
그렇다고 기업의 이런 노력이 모두 이타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의 인건비가 점점 비싸지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다. 또한 아메리칸 머그는 4일이면 스타벅스에 물품을 배달할 수 있지만 중국 공급업체들은 3달 정도 걸리는 것도 고려의 대상이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에게 주문하려면 물량이 대량이어서 스타벅스로서는 재고가 쌓일 위험이 높다. 선적 비용의 차이도 만만치 않다.
이스트 리버풀 공장을 이용하는 것이 초기 단계에서는 돈이 더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양심에 관한 것, 성공은 나누어야 한다는 인식에 관한 것이라고 슐츠회장은 말한다.
기업들이 아웃소싱 대신 국내에서 제조할 것을 촉구하는 데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도 적극적이다. 이 학교는 미국의 기업들, 특히 졸업생들이 이끄는 많은 기업들에게 아웃소싱이 미국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들여다보도록 설득하고 있다. 아웃 소싱을 계속함으로써 미국은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 중국에서 제조를 하면 그 공급자들은 중국에 자리를 잡게 되고 그런 비즈니스를 통해 생겨나는 혁신과 새로운 일자리들은 고스란히 중국 몫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1987년 창업 이래 호닉하우슨 사장은 대부분의 제품을 유럽,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등 해외에서 제조하게 했다. 90년 전 방식을 그대로 쓰는 아메리칸 머그와 비교하면 첨단 시설을 갖춘 공장들이다. 예를 들어 일본, 지푸에 있는 공장에서는 직원 8명이 하루에 7,000개의 머그를 만들어 낸다. 같은 숫자의 직원으로 아메리칸 머그가 만들어내는 양의 10배가 된다.
지난 가을 슐츠는 워싱턴 정치인들이 국가 재정적자 한도액 인상을 머뭇거리는 데 대해 혐오감을 느꼈다. 그리고는 기업 리더들에게 정치 헌금 기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었다. 기업인들끼리 자체적으로 국가의 근심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호닉하우슨은 슐츠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아메리칸 머그를 찾아냈다.
처음 그는 사업 기반과 가까운 노스 캘리포니아에 공장을 지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접촉했던 지인이 이스트 리버풀을 살펴볼 것을 제안을 했다.
그 결과 아메리칸 머그는 이제 스타벅스 용으로 제 2차 주문생산에 들어갔다. 아울러 맥클리란 사장은 호닉하우슨,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서 도기를 제작하는 카주하루 카토와 함께 공동사업을 하게 되었다. 공동으로 도기 공장을 이미 매입했고 시설이 완비되면 10~15명을 고용해 공장을 가동시킬 계획이다.
크리스티나 비숍은 아메리칸 머그에 새로 고용된 직원이다. 지역 경제가 너무 힘들어, 가족을 부양할 만한 돈을 주는 일자리가 정말이지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남편 에릭은 6개월간 실직 중이다가 같이 아메리칸 머그에 취직했다.
이스트 리버풀의 1만1,000명 주민들 중 많은 수는 오하이로 강 건너 웨스트버지니아의 카지노에서 일하거나 40분 운전거리인 피츠버그 공항에서 일을 한다. 이스트 리버풀 교육구가 마을에서는 가장 큰 고용주이다. 그리고 아직 문 닫지 않은 도기 제조사인 호버 라플린 차이나가 그나마 커서 200~3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시 매니저인 라이언 에스텔은 아주 소수의 일자리나마 새로 생기는 것이 고무적이다. 이곳에 기술이 있고 노하우가 있다는 걸 누군가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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