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엔 미국인 5명 중 1명이 60세 이상 커뮤니티들 문제점 알면서도“예산이 없으니…” 베이비부머들 상조회 등 자구책 마련 나서기도
이미 개막된 고령화 사회
미국인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장기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인 커뮤니티는 거의 없다. 고령사회에 대비한 서비스 확충은 고사하고 기존의 알량한 지원조차 끊기거나 축소되는 형편이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예산이 없다. 불경기로 인한 세수감소로 대부분의 지방자치 단체들은 빚더미에 오른 상태다. 그러다 보니 은퇴노인들에 대한 복지망에 숭숭 구멍이 뚫렸다.
거동이 불편해 집안에 갇혀 지내는 노인들을 위한 음식배달이라든지 고령자들에 대한 교통편의 제공 등과 같은 기존의 서비스마저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추세로 그 어느 때보다도 이들에 대한 서비스 확대가 시급한 시점에 관련 예산은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향후 20년에 걸쳐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수요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방기관인 노인청(Administration on Aging)
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30년 사이에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총 7,210만명으로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는 미국인 5명당 한 명 꼴에 해당한다.
지금으로부터 8년 뒤에는 오하이오 전체 카운티 가운데 절반은 60세 이상 거주자가 최소한 25%를 차지하게 된다.
애리조나와 펜실베니아의 사정도 오하이오에 비해 크게 다를 바 없다. 2020년에는 60세를 넘긴 주민이 이들 2개 주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할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가 코앞에 바짝 다가온 것이다.
중부 오하이오 지역의 노인 지원기구를 이끄는 ‘라이프 케어 얼라이언스’의 척 게링은 지역 신문인 컬럼버스 디스패치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들이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질문을 제기한 뒤 “전혀 아니다”고 스스로 답변했다.
6년 전 ‘지역 노인청 전국협회’는 고령인구 증가에 대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도시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결과는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들은 “당시 발표된 서베이 결과는 고령화 문제를 등한시해 온 커뮤니티들에 지금 당장 준비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는 자명종의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명종은 커뮤니티 관계자들을 깨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베이 결과가 발표된 시점으로부터 5년 후 실시한 재조사는 그동안 전혀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해 주었다.
나이든 부머들을 위한 교통과 주거시설은 필요를 충족시키기엔 여전히 턱없이 미흡했다. 아무리 눈을 부비고 보아도 5년 전에 비해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었다.
커뮤니티 관계자들은 다행히도 급물살을 탄 주민 고령화에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예산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니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 단체들은 노인들의 안전운전을 위한 훈련 제공이라든지 읽기에 편한 거리 표시판 설치, 라이드-셰어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싶지만 찌그러진 경제 때문에 손발이 묶인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오하이오의 경우 ‘리킹 카운티 에이징 프로그램’에 따라 컬럼버스 동쪽지역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운전자들은 지난해 2만1,000건의 ‘수송작전’을 펼쳤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의사를 만나려는 예약 환자들이었다.
가솔린 가격이 지난 4년 새 두 배 이상 뛰는 바람에 이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월간 급유비는 7,000달러를 넘어섰다.
‘리킹 카운티 에이징 프로그램’의 사무총장인 데이브 바이버는 지역 신문인 디스패치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의 자금지원은 제자리걸음을 하는데 경비는 달음질을 치고 있어 로컬 커뮤니티의 부담이 갈수록 늘어간다”고 지적했다.
지역 노인청의 조사에 따르면 교통문제야 말로 고령자들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다.
기존의 대중교통 노선과 정거장은 노인들의 필요를 만족시키기에 족할 만큼 유연하지 않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 한참을 걸어가야 하거나 환승을 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할 경우에는 그나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일부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커뮤니티 교통망이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택과 아파트도 고령자들의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개조해야 한다. 최근 두 명의 오하이오 주의원은 노인들을 위한 벽 손잡이와 계단을 대신할 경사로를 설치하고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로 전기 스위치를 옮길 경우 세금 크레딧 혜택을 제공할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상정했다.
이 법안의 지지자들은 낙상과 관련한 입원비로 오하이오에서만 2억9,800만달러가 들어간다고 지적하고 세금 크레딧 혜택이 장기적으로 경비절감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인들 대부분이 메디케어 가입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낙상을 입을 경우 치료비는 정부의 몫으로 돌아간다.
노인 친화적인 주거환경은 젊은이들의 기호에도 들어맞는다. 샤핑과 위락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걷기 좋은 커뮤니티가 나이의 높낮이를 떠나 모든 연령층이 선호하는 주거지다.
1세대 베이비부머들이 직접 자구책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내 집을 가진 베이비부머들은 ‘시간이 됐을 때’ 양로원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미술교사로 활동하다 은퇴한 에드워드 엘버필드(63)와 바바라 부부 역시 오하이오 컬럼버스 도심 인근에 위치한 자택에서 삶을 정리하고 싶어 한다. 엘버필드 부부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규합해 상조회를 결성했다.
회원들은 거동이 불편해진 노인들에게 식사배달, 교통편의, 집안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매월 일정액의 회비를 내야 하지만 양로원 입주비용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워싱턴 DC, 보스턴 등과 같은 대도시의 부유층 지역에는 노인들이 거처를 옮기지 않고 말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와 사교활동을 제공하는 비영리 기업들이 이미 여러 개가 형성됐다. 엘버필드 부부가 주도하는 상조회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스턴의 민간 비영리 기업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제자리서 늙기’(aging in place)는 재정적 여유가 있는 노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보통 노인들은 정부와 커뮤니티의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랄 뿐이다. ‘고령화 시대’는 이미 개막됐다. 고령화 정책의 우선순위가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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