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선 과의 만남
반 고흐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화가 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아트 뮤지엄(MET) 에서 반 고흐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한 작품전이 성황리에 마친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필라델피아 아트 뮤지엄에서 반 고흐의 전시회(“Van Gogh Up Close”)가 한창 입니다. 특히 이번 필라의 작품전은 이제까지 많이 보지 못했던 정물화들과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일본의 판화작품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반 고흐의 강한 색채와 독창적인 필체는 예술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항상 큰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작품들이 주는 감동의 주역중의 하나인‘선 (Line)’에 대하여 살펴보려고 합니다.
한 점(Point)에서 출발한 선(Line)은 서로 다른 길이, 굵기, 음영을 가지고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 나가며 물체의 모양을 만듭니다. 이때 ‘선’ 은 우리들의 변화 무쌍한 여러 가지 감정까지도 불러 일으키는 그림의 아주 흥미로운 기본 요소 입니다. 선이 갖고 있는 이와 같은 특성들을 이해하며 이를 잘 표현한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반 고흐의 “바다의 고이 잡이 배”입니다. 이 그림은 반 고흐의 격동적인 시기, 곧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일년 전인 1989년 의 작품으로 연필, 펜 그리고 잉크를 사용한 드로잉 입니다. 현재 이 작품은 독일 베를린의 뮤지엄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선의 움직임은 곧 작가의 손의 움직임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작가가 마음의 눈으로 예리하게 감지된 이미지를 팔과 손의 움직임을 통하여 펜이나 연필로 그려가는 과정입니다. 그 결과 똑 같은 사물을 대상으로 그려 나간다 할지라도 작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이 되는데, 이를 일컬어 작가의 독창적인 필체라 흔히 말하곤 합니다. 특히 반 고흐의 필체에는 그의 강렬한 내면 세계와 분명한 해석이 각 작품마다 잘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 고흐의 작품에서 항상 깊은 감동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배가 떠 있는 가운데 의 깊은 바다는 짧고 강한 스트록의 선들로 표현이 되고 있어서, 큰 파도는 없는 듯 하나 바다의 깊은 수심과 함께 차가운 수온도 느껴지게 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장 앞에 있는 굽이치는 파도를 보면 다양한 곡선들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변화 있는 모양들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각선들은 굽이치는 파도의 리듬감을 창조해 내기도하고, 여러 가지 두께의 선들은 바다 위 표면을 질감 있게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돛단배를 보시면, 경사가 가파른 선을 이용하여 바람이 불어서 지금 막 꺾이고 있는 듯한 돛과 함께, 거기서 생기는 강한 바닷바람 소리도 들리는 듯합니다. 반 고흐는 이렇게 거침없이 다양한 선 들을 사용하여 살아서 움직이는 듯 넘실거리는 파도와 거기서 낚시를 하는 배들의 정경과 그 뒤로는 해가 잔잔히 지고 있는 듯한, 그리고 멀리 퍼져있는 구름들과 그 사이에 잠시 비쳐지는 햇살이 느껴지는 생동감 있는 경치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선들은 두 점의 연결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 두 점이 연결될 때 어떠한 방법과 모양으로 연결되는가에 따라, 살아있는 선 들로 소생되어, 조금은 무디어 있던 우리들의 오감을 잔잔히 흔들어 우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선 들과의 살아 있는 만남을 가능케 해주는 반 고흐는 참으로 훌륭한 예술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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