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류은행‘퍼스트 캘리포니아 뱅크’ 금 종 국 행장
▶ 1999년 소규모 은행 8번의 인수합병 통해 자산규모 20배 키워 중견은행 성장 화제
-9세 때 미시건으로 이민을 왔다. 개인적인 이민 스토리가 있으면 말해 달라.
▲1963년 대학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미시건으로 왔다. 아버지는 한국·일본·독일에서 공부한 수재였다. 당시만 해도 미국으로 이민 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미시간대학교에서 교수 제의가 들어와 생물화학과 교수로 재직하셨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UC버클리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은행가가 되기로 했다. MBA(페퍼다인대학)에 다니는 동안, 운 좋게 훌륭한 멘토들을 만나 은행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명문대에 진학하는 등 성실한 학생으로 짐작되는데, ‘학생’ 금종국은 어땠나.
▲처음 이민 왔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학교에 가보니 아시안 학생은 나 혼자였다. 게다가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녔다. 중서부·동부·캐나다 등등. 친구 사귀기도 쉽지 않았다. 영어도 서툴러 주눅 들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일부러 한국어 교육을 시키지 않으셨다. 하루빨리 영어와 미국문화에 스며들길 바라셨다. 지금은 생각해 보면 참 후회된다.
-자신을 은행계로 이끈 계기가 있다면.
▲가족 중에서는 외할아버지가 한국에서 은행원으로 일하셨다. 당시 은행원은 상당히 좋은 직장이었다. 외할아버지 댁에 가면 항상 넉넉하고 여유로웠다. 그래서 막연히 어릴 적에 나도 나중에 크면 외할아버지 같은 은행원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은행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직접적인 계기였다고 본다. 이후 MBA스쿨에 진학해 공부했고 앞서 말한 대로 그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1999년 퍼스트 캘리포니아 은행의 전신인 카마리오 커뮤니티 뱅크 시절부터 행장으로 13년째 은행을 이끌어오고 있다.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
▲은행은 절대 행장 혼자만의 힘으로 운영되지 못한다. 그동안 은행이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든든한 직원들이 있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로몰로 샌타로사 전무는 10년 넘게 나와 함께 일해 온 ‘동지’나 마찬가지다. 인수합병으로 조직개편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무엇보다 회사 분위기를 가장 먼저 챙긴다.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직원들이 한 팀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이 헌신적으로 일해 줬기 때문에 지금의 은행이 있고 내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전략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이사회도 있다. 은행이 성공하려면 경영진과 이사진의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난 행운아다. 또, 30년 동안 내 옆에서 지지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부인이 있었다. 부인이 내 ‘비밀무기’인 셈이다.(웃음)
-주류은행에 재직하는 한인 중에서 최고위직에 해당하는데 소수계로서 불리한 점은 없었는지.
▲처음 은행계에 발을 디뎠을 당시 아시안 뱅커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 거기에 한인 행장은 한국계 은행이 아니면 더 드물었다. 일부 고객들은 한인 은행으로 착각하시는 경우도 있었다.(웃음) 소수계로서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은행을 위해 열심히 헌신하다보니 어느새 행장이 돼 있더라. 능력과 실적으로 대변하는 데 은행만한 곳이 없다.
-인수합병으로 은행 규모를 키워왔는데, 계속해서 이 전략을 고수할 계획인가.
▲카마리오 커뮤니티 뱅크 행장 때부터 우리는 지금까지 총 8차례의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그렇다고 우리 은행이 인수합병 전략으로만 성장한 건 아니다.
자체 성장과 인수합병 전략이 정확히 50: 50으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금융 위기 여파에서 서서히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상승 국면에서 은행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은행의 성장에 보탬이 된다면 인수합병에 꾸준히 임할 것이다.
-한인은행 시장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인 경제권이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은행권도 최근 역동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BBCN의 출범과 새한-하나의 인수합의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한인은행은 작은 시장을 두고 여러 은행들이 각축을 벌이는 전쟁터였다. 그러나 이제는 은행 대형화를 꾀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는 시기로 보여진다.
-한인은행 중에서 M&A 사정권에 있는 은행이 있는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좋은 기회와 좋은 파트너가 생기면 못할 이유도 없다.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어 놓고 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특별히 즐기는 운동이 있는가.
▲은행업은 상당히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조깅과 골프를 즐기지만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는 듯하다(웃음).
-한인 청소년들에게 전해주고싶은 메시지는.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더 큰 무대 즉 주류사회로 더 뻗어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은행계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아시안, 특히 한인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금을 봐라 법조계, 정치계, 금융계에 한인들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러나 더 많이 필요하다.
더 큰 꿈을 간직하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주류 사회에 우뚝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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