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14차례 맞붙어 원고패소 11번
▶ 소송비용 무려 2억 소모적 다툼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나오고 있는 판결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원고가 패소(피고 승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싸움을 걸고 공세를 편 쪽이 오히려 지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양사 간 특허전쟁은 이제‘승자의 싸움’ 아닌‘패자의 싸움’이 되어 버렸으며, 모두를 지치게 하는 소모전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판매금지 가처분과 본안 소송(2건) 등을 포함한 양 측의 특허소송 전적에서 애플은 8승6패로 삼성전자에 근소하게 앞서 있다.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의 승패 아닌 원고와 피고 간 승패를 따져 보면, 압도적으로 원고 패소 판결이 많다. 세계 각국 법원에서 총 14차례 맞붙어 먼저 공격을 한 쪽(원고)이 이긴 경우는 단 3차례.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독일(뒤셀도르프)에서, 또 지난해 9월 호주(뉴사우스웨일즈)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을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어 이긴 게 전부였다.
이에 비해 나머지 11차례는 애플이든 삼성전자든 관계없이 모두 피고가 승리를 가져갔다. 모 기업의 특허담당자는 “싸움을 건 쪽이 지는 경우가 계속 진다는 것은 결국 특허를 무기로 한 공격의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업계는 법정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잇따르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원고 손을 들어주지 않는 건 양사가 벌이는 특허공세, 즉 특허를 앞세워 상대방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전략 자체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이런 판결이 계속 나온다는 건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두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 선의의 기술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기술을 지키는 데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았던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부사장도 “양사의 특허 소송전에 승자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는데, 승자 없이 패자만 만들어내고 있는 최근 판결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판사들도 양사의 특허소송 전쟁에 피로감을 느낀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갤럭시탭 10.1N의 애플 디자인 침해 여부를 가리는 판결은 이달 9일 예정되어 있는데 현재로선 원고 승소를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승부수로 띄웠던 3세대(3G) 통신 특허기술과 관련한 본안 소송에서 최근 애플에 2연패를 당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까지 애플과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비용이 2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양사 모두 이 싸움이 소모적이란 걸 알면서도, 결국은 화해로 풀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코 먼저 손을 내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또 다른 형태의 치킨게임이 되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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