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SNL코리아’ ‘개그투나잇’에 종편 가세
올 하반기 방송가에 불기 시작한 풍자 코미디 바람이 매섭다.
최근 무소속 강용석 의원의 최효종 고소 사건은 되레 풍자 코미디 열풍에 힘을 실어줬고 종합편성채널까지 풍자 열풍에 가세했다.
대중의 지지 속에 풍자 코미디 열풍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풍자 코미디가 ‘대세’ = 인터넷 정치풍자쇼 ‘나는 꼼수다’에서 시작한 시사풍자 인기는 최고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KBS 2TV ‘개그콘서트’로 번졌다.
’개그콘서트’는 ‘봉숭아학당’을 폐지한 후 예리한 풍자와 섬세한 생활 공감 개그를 잇달아 선보이며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시사풍자의 대표적 코너인 ‘사마귀 유치원’은 어린이에게 세상에 순응하는 법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부조리한 세태를 꼬집는다.
풍자의 대상도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분야를 막론한다.
개그맨 최효종은 "교사 초봉이 140만원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고 살면 89세에 내집 장만을 할 수 있다"거나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고등학교 졸업 후 우리나라 3개 대학 중 하나만 가면 된다"며 우리사회의 부조리함을 비꼰다.
김원효가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행정편의주의를 간접적으로 풍자한다.
’SNL 코리아’의 정치 풍자는 더 직접적이고 날카롭다.
지난 3일 첫 방송에서 장진 감독은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를 통해 실명을 거론하며 현 정권과 정치권을 풍자했다.
장 감독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FTA 관련) 논란을 끝낼 수 있다면 날 밟고 가도 좋다’는 발언에 "많은 분들이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알고 싶어한다"라고 비꼬았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집배원들에게 ‘어려운 여건에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에게 감사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어려운 여건은 누가 만든 걸까요"라고 일침했다.
지난달초 방송을 시작한 SBS ‘개그 투나잇’도 시사풍자 코미디를 표방하며 ‘한줄뉴스’ ‘적반하장’ ‘더 레드’ 등 풍자성이 강한 코너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유 있는 풍자 코미디 열풍 = 풍자 코미디의 인기는 사회 분위기와 연관 있다.
대형 정치 이벤트 전후나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이 누적될수록 풍자 코미디가 인기를 얻는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나 ‘네로25시’ 같은 풍자 코너가 인기를 끌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풍자 코미디가 발달하고 호응을 받는 게 자연스런 일"이라며 "군사정권 시절처럼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치권에 혐오를 표출할 만한 일이 없을 때 정치 코미디가 관심을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SNL 코리아’ 안상휘 CP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중이 풍자 코미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는 꼼수가’가 청년층의 정치적 관심을 자극했고 방송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풍자 코미디의 스타일이 예전과 달라진 점도 최근 풍자 열풍에 일조했다.
이전의 풍자 코미디가 특정인의 성대모사나 두루뭉술한 비유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실명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풍자 개그가 너무 말랑말랑하면 재미가 없다. 날카롭거나 위험해 보이지 않으면 풍자가 아니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은 하되 아슬아슬한 선까지 가도록 맞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 풍자가 화제를 모으면서 타깃이 되는 정치권에서 이를 역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나는 꼼수다’에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직접 출연한 사례가 대표적이고 ‘SNL 코리아’는 첫 방송 후 일부 정치인으로부터 소재로 활용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풍자 ‘더 거침없이, 더 날카롭게’ = 풍자 코미디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1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도 풍자 열풍에 동참했다.
10일 첫선을 보이는 JTBC의 ‘상류사회’는 이수근과 김병만이 택배로 받은 물품만으로 ‘고품격의 삶’을 수행하는 과제를 통해 우리사회의 상류사회 흉내내기를 풍자한다.
오는 11일 첫 방송되는 TV조선의 새 코미디쇼 ‘10PM’은 개그맨과 기자들이 시사 풍자에 무게를 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이슈를 다룬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도 풍자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SNL 코리아’의 안상휘 CP는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원본과 달리 우리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여야 타깃을 가리지 않고 풍자의 강도를 점점 높여볼 생각이다"며 "정치적인 사건에 대해 이런 견해도 있구나 하는 식의 풍자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 역시 최효종의 피소 후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풍자 코미디의 바람 속에 알맹이 없는 풍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태 SBS 제작본부 제작총괄은 "대중이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허장성세하는 풍자는 피해야 한다"며 "풍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공부가 필요하고 캐릭터가 견고하게 만들어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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