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천일의 약속’서 지고지순한 사랑 연기
"김수현 작가 문장에 반해..내레이션 기대"
"지금까지는 서연(수애 분)이한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14회부터는 지형의 비중이 늘어납니다. 내레이션도 하게 되죠. 지형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래원(30)은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는 요즘 SBS TV 월화극 ‘천일의 약속’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연인에게 순정을 바치는 남자 박지형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드라마가 서연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는 지형의 ‘진심’이 잘 보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동안 ‘우유부단하다’며 욕도 많이 먹었는데 앞으로 정말 위대한 사랑,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적인 사랑으로 용서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형은 유복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건실한 청년이지만, 바로 그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은 모습 때문에 시청자의 속을 무던히도 태웠다.
집안끼리 알고 지내 이미 한가족이나 다름없는 천사표 약혼녀 향기(정유미 분)와 첫사랑 서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던 것.
다혈질 누리꾼들은 곧 그에게 ‘민폐남’이란 별명을 붙여줬고 ‘찌질하다’ ‘못생겼다’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저도 답답했는데 시청자들은 오죽했겠어요.(웃음) 한 5, 6부까지는 저도 지형을 이해하기 힘들었죠. 내가 이 상황이었다면 훨씬 단순한 방식으로 처리했을 텐데 왜 그럴까 싶었어요. 저는 판단이 빠른 편이거든요. 근데 어쩌면 지형은 사랑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연을 만나기까지는 사랑이 뭔지, 여자가 뭔지도 모르다가 막상 사랑을 만나고 나니 자기가 감당할 상황이 못 됐던 거죠."
김래원은 "결국은 사랑의 힘이 움츠리고 있던 지형을 떨쳐 일어나게 만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박지형보다 김래원이 더 낫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지만, 앞으로의 박지형은 김래원보다 더 위대할 것"이라며 웃었다.
김래원에게도 지형처럼 가슴 아픈 사랑의 기억이 있을까.
"있었죠.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사람 때문에 다 내려놓으려고 했었어요. 그때 그랬으면 지금은 배우를 안 했을지도 몰라요.(웃음)"
’천일의 약속’은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다.
드라마라기보다 한 편의 시나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문어체 대사’가 특기인 김 작가의 작품은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으로 여겨진다.
불치병에 순애보라는 소재까지 더해져 한층 ‘문학성’이 짙어진 대사를 표현하기가 어렵지는 않은지 물었다.
"사실 전 원래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시적인 표현을 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걸 즐기죠. 그래서 가끔은 지금보다 더 추상적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15부쯤부터는 제 내레이션이 나올 텐데 과연 어떤 표현들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김래원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김수현 선생한테 완전히 반했다. 주옥같은 대사며 표현이 너무 근사해 왜 존경받는 작가인지 절실히 느꼈다"면서 "회사 식구들한테 선생의 다음 작품은 뭐냐고 수시로 확인한다"며 웃었다.
김수현 작가가 보는 김래원의 연기는 어떨까.
"사실 저한테는 별말씀이 없으세요. 극 초반에 옷 좀 신경 써서 잘 입으라는 말을 하셨던 것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네요. 제가 초반에 파스텔톤 의상을 입었거든요. 캐릭터에 맞게 블랙이나 네이비 계열로 입으라고 조언해서 그대로 하고 있죠."
김래원은 "언젠가 한번 선생이 ‘여우처럼 잘했다. 네가 그렇게 섬세한 줄 몰랐다’며 제 리액션을 칭찬해준 적이 있다"면서 "감정 연기 때문에 힘들 때였는데 그 말을 듣고 무척 기뻤다"고 소개했다.
극 중 연인으로 나오는 수애와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에너지도 있고 또 굉장히 열심히 하는 연기자여서 함께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수애 씨는 연기 포인트를 잘 잡아내요. 필요한 컷을 계산해서 효과를 극대화하죠. 그냥 그 인물이 돼 버리는 저와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만 굉장히 열정적이고 또 연기 잘하는 배우인 것만큼은 확실해요. 기회가 되면 수애 씨랑 또 해보고 싶네요."
지난 8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천일의 약속’으로 2년 만에 연예계에 복귀한 그는 "그동안 연기에 목이 말라있었다"고 했다.
"연기를 쉬는 동안 지난 10년간 제가 했던 작품들을 다시 찾아봤어요. 지금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지금은 그냥 그 인물이 돼 버린다면 그때는 ‘흉내’를 낸다는 느낌이었어요. 나이가 드니 확실히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야나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죠. 더불어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도 더 강하게 일었고요.(웃음)"
김래원은 "군 복무 전에는 3년에 두 작품 정도를 했었는데 지금은 영화든 드라마든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라면서 "’천일의 약속’이 끝나면 바로 다음 작품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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