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기획- 한인사회 노숙자 실태 시리즈
▶ 금융위기 후 하루아침에 인생 나락으로 아가페 선교회 셸터 100명 중 60% 한인
다음주 추수감사절 연휴와 함께 본격 시작되는 연말 할러데이 시즌은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시기다. 그러나 따뜻한 가족의 정과 몸을 누일 보금자리는 꿈도 꾸지 못한 채 하늘을 지붕 삼아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 노숙자들에게는 오히려 외로움과 소외감이 커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렇게 길거리로 내몰린 노숙자들은 더 이상 타민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인사회에서도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한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주위에 소외된 이웃들을 돌아보는 사랑과 나눔의 자세가 필요한 연말을 앞두고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한인 노숙자들의 현황과 문제점, 대책 등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올해 57세의 한인 박모씨는 지난 여름부터 4개월여를 LA 다운타운의 거리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 예전에 다니던 교회를 통해 얼마 전 천신만고 끝에 LA 한인타운 인근의 허름한 아파트 방 한 칸을 마련하기까지 그야말로 노숙자 신세였던 것이다.
그러나 박씨가 처음부터 노숙자는 아니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바시장에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번듯한 의류업체를 운영하며 ‘사장님’ 소리를 들었다. 이민생활 20여년 동안 열심히 일해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그였지만 경기침체의 한파가 극심해진 지난 2009년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으며 빚이 불어났고 결국 살던 집마저 차압으로 넘어가 길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박씨와 같이 하루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하는 것이 더 이상 한인사회에서도 드문 예가 아니다. 노숙자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인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LA 다운타운 지역에서 매주 노숙자들에게 식품을 나눠주는 자리에 한인 노숙자들이 10~20명씩 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숙자 셸터를 운영하고 있는 아가페선교회(원장 이강원 전도사)에는 최고 100여명의 노숙자들이 임시로 기거하고 있는데 이 중 60% 가까이가 한인이라는 게 선교회 측 설명이다. 또 최근에는 LA 한인타운에서도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거나 구걸하는 한인들의 모습이 부쩍 늘고 있다.
LA 한인타운 윌셔 블러버드의 한 편의점 앞에는 40대의 한인 남성이 종종 나타나 한인으로 보이는 고객들에게 문을 열어주면서 “아저씨 (또는 아줌마) 쿼터 하나만 주세요”라고 구걸을 하기도 했고, 올림픽 블러버드에 위치한 주유소 등에도 고객들을 상대로 잔돈을 부탁하는 한인 노숙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같이 경제위기가 시작된 후 늘어난 한인 노숙자들의 상당수는 직장을 잃거나 사업체 파산 후 집도 빼앗기고 빈털터리가 되면서 더 이상 친지나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다.
노숙자 구호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제위기 시작 이후 한인 노숙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50대 이상 장년층 이상의 노숙자들이 많고 불법체류 신분의 한인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 비영리 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는 50대 한인 김모씨의 경우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미국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고 결국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해 단순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다가 불황이 깊어지면서 부인과 딸 등 세 가족이 함께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었다고 한다.
한인 연장자센터의 캐서린 문 소장은 “불법체류 신분이 될 것을 각오하고 미국에 들어왔던 한인들 중 상당수가 경제 위기 이후 실직하면서 생긴 빚 때문에 길거리로 나오는 경우 가 많다”며 “특히 불체자들의 경우 한인 업주들 사이에서 우선 해고대상으로 통하기 때문에 경제위기 시작 이후 가장 많이 피해를 본 경우”이라고 말했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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