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정부, 기존 계약 재조사 계획…"친구들에 점수 더 줄 것"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지 한 달 가까이 된 리비아가 재건에 힘을 쏟는 가운데 서방과 러시아, 중국 등은 리비아의 석유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리비아 내전에 신속하게 개입한 것은 이 나라가 46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세계 8번째의 산유국이라는 점이 한몫 했던 만큼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은 ‘전리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리비아 석유는 세계 공급량의 2%가 안 되지만 정유 과정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고품질의 석유라 국제 시장에서 특히 중요하다. 리비아에서 나는 것과 같은 등급의 저유황 경질유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얼마 안 된다.
카다피를 쓰러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습에 가담한 나라들은 특히 자국 업체들이 리비아 석유 생산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를 원한다.
◇기존 계약 불투명…과도정부 "친구들에게 점수 더 준다"
최근 국가과도위원회(NTC)가 카다피 시절의 석유 계약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존의 계약이 계속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알리 타르후니 석유·재무장관은 지난 11일 카다피 정권 당시의 부패한 거래를 조사할 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계약과 프로젝트를 철저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는 지난달 말 러시아 국영가스공사인 가스프롬 관계자들을 트리폴리로 불러들여 카다피 시대의 계약을 조사한 적이 있다.
국제 석유업계는 리비아 새 정부가 과거의 석유 계약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기존의 이권을 다시 분배해 카다피에 대한 저항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나라들에 보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 베루옌 국영석유공사 사장은 최근 정부가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 "친구들에게 점수를 더 줄 것"이라고 말해 카다피 정권에 대한 봉기를 지지한 나라들이 이득을 볼 거라는 점을 재차 밝혔다.
다만, 새로운 계약은 내년 6월께 치러지는 총선까지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타르후니 장관은 "과도 정부는 총선으로 선출된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새로운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초조한 中·러
내전이 발발하기 전 리비아에서는 이탈리아의 에니,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탈 등이 주요 석유 생산 업체였으며 미국 회사로는 헤스, 코노코필립스 등이 참여했었다.
막대한 전비를 쏟아가면서 나토 폭격에 앞장선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이탈리아 등은 석유 확보 싸움에서 앞서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토탈이나 에니 등 굴지의 석유 회사들이 자국 정부의 로비와 함께 중요한 계약을 따내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영국 석유기업 헤리티지 오일은 지난달 리비아 현지 회사의 지분을 인수해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이미 석유 회사들은 리비아에서 이권을 챙기는데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독일 같이 나토 공습을 지지하지 않은 나라들은 자국이 손해를 볼까 봐 걱정하면서 리비아 과도정부의 환심을 사려고 뒤늦게 애쓰고 있다.
NTC 관계자들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회사들과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을 주문한 러시아, 중국, 브라질의 업체들과는 정치적 문제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토 주도의 공습에 비판적이었고 자국 업체들이 카다피 정권에 무기를 수출했던 중국은 지난달 말 리비아 주재 대사를 트리폴리로 복귀시켰다면서 리비아와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석유 생산 회복 박차
내전이 일어나면서 반군은 카다피 정권에 타격을 입히려고 정유시설과 핵심 송유관을 파괴했다. 주요 유전은 폐쇄됐으며 국제 석유 기업들은 숙련 인력을 철수시켰다.
리비아 석유 관련 기반 시설의 10%가 8개월간의 내전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전쟁 이전 하루 160만 배럴에 달했던 석유 생산량은 내전 직후 6만 배럴에 그쳤지만, 시설 복구를 진행하면서 생산량을 차츰 늘려 현재 예상보다 빠른 60만 배럴까지 올라갔다.
베루옌 NOC 사장은 최근 올 연말까지 하루 생산량이 80만 배럴로 늘고 내년 말까지는 내전 이전의 160만 배럴 수준을 회복할 거라고 말했다. 리비아는 지난해 하루 130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핵심 송유관이 복구되고 나서 리비아의 원유 생산이 기대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생산량이 리비아가 전망한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많은 외국 전문가들도 리비아가 앞으로 석유 생산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는데 2년 넘게 걸릴 수 있으며 이는 평화적인 정부 수립에 달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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