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특.수.본’서 강력계 형사 김성범 역
배우 엄태웅이 사려 깊은 남자, 순박한 동네 형의 이미지를 벗고 거친 남자로 돌아왔다.
그는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특.수.본’(이하 특수본)에서 강력계 형사 김성범 역할을 맡아 경찰의 비리 사건을 파헤치면서 강인하고 거친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강한 역할을 맡았어요. 드라마를 계속 하다보니 나긋나긋한 걸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처음 해보는 센 역이에요."
16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엄태웅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거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첫 주연을 맡은 TV드라마 ‘부활’(2005)에서 강렬한 연기로 ‘엄포스’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마니아팬층을 확보했지만, 이후에는 부드러운 캐릭터를 더 많이 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해준 드라마 ‘선덕여왕’(2009)에서는 덕만공주를 지켜주는 착하고 사려깊은 남자 ‘김유신’을, 지난해 흥행한 로맨틱코미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는 옛사랑을 잊지 못하는 섬세한 남자를 연기했다. 게다가 요즘 일요일마다 시청자들을 만나는 TV예능 ‘1박2일’에서는 착하고 순박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이번 ‘특수본’에서 그는 숨기고 있던 야성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듯하다.
"감독님이 메이크업을 안 한 느낌이 좋다고 해서 아예 안 하고 찍었는데, 중간에 모니터할 때 보니까 ‘야, 그래도 연예인인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얼굴이 보기 싫게 나왔더라고요. 말끔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완전히 포기했죠."
극중에서 그는 옷도 닳아빠진 무채색 점퍼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의 ‘단벌’을 영화 끝까지 고수한다.
"경찰 제복을 빼면 딱 두 벌 입었어요. 그것도 처음 입은 옷에 피가 안 묻었으면 그냥 그대로 갔을 거예요."
거친 강력계 형사의 모습으로 녹아들기 위해 그는 나름대로 여러 준비를 했다.
"수서 쪽에 계신 형사님들을 몇 번 만났어요. 같이 잠복근무도 두 번 나가고 술도 세 번 정도 마셨고요. 직접 만나고 나서 알게 된 건 경찰도 그냥 직업이라는 거였어요. 바로 그 점이 책임감이나 용기를 생기게 하는 것 같더군요. 잠복근무도 영화에서처럼 멋있고 그런 게 아니라 결국 기다리는 거였고요. 형사라고 하면 왠지 무서울 것 같다는 이미지도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다 사람이더라고요."
뭔가를 딱히 배운다기보다는 그저 형사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어서 만났다는 그는 그런 만남을 통해 "아예 몰랐던 것보다는 (연기하면서) 폼을 안 잡게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에서 그렇게 힘을 뺀 엄태웅의 연기는 캐릭터에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그는 또 이번 영화를 위해 동료 배우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고 했다.
"촬영 기간이 두 달 반 정도밖에 안 돼서 배우들끼리 빨리 친해지는 게 중요했죠. (대전) 유성에 있는 세트장에서 한 달 정도 같이 있었는데, 주원이는 술을 못 마시고 정진영 선배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시느라 제대로 술을 마시기 어려웠죠. 그래서 결국 (성)동일이 형이랑 많이 마셨어요.(웃음)"
그가 영화 속에서 그렇게 부스스한 형사의 모습을 시종일관 잘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의 평균 주량은 소주 두 병 반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남자 배우들만 득실한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다고 했다.
"여자라곤 (이)태임이 빼놓고는 여경 역할 한 명이랑 초반에 나오는 ‘고수진’ 역할까지 딱 세 명 봤어요.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촬영장 밖에서 같이 저녁 먹고 그럴 때는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 재미있었어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는 남자가 저밖에 없어서 여가에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는 완성된 영화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나와서 마음이 놓였다면서도 촬영 여건에 대한 아쉬움은 감추지 못했다.
"두 달 반 동안 47회차를 찍었는데, 찍을 분량은 많고 시간은 촉박하니까 너무 설렁설렁 넘어가는 게 아닌가 했는데, 그런 환경에 비해서는 영화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어떤 영화들은 주어진 상황이 좋았는데도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에 비하면 그런 상황에서 그 이상으로 나온 게 기쁘고 안심됐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루하지 않은 영화가 된 것은 만족해요. 관객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아요."
그는 ‘1박2일’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 연예인이 됐다.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돼 만족스럽다고 했다.
"1년 하니까 이제 좀 재미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같이 놀러가는 것 같고 이번 주엔 어디에 갈까 기대도 되고요. 특히 그냥 배우만 할 때는 많은 분들이 그냥 신기하게 바라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친근함을 많이들 느끼시는 것 같아요. 나이든 어르신이든, 아이들이든 먼저 와서 인사하고 만지고 그러세요."
그는 각별한 ‘동물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이달 초에는 TV토크쇼 ‘승승장구’에 "잃어버린 ‘백통이’(키우는 진돗개 이름)를 찾으러 나왔다"며 개를 찾는 전단지를 들고 출연하기도 했다. 트위터에는 잃어버린 개를 찾는 주인들의 글이나 유기견의 주인을 찾는 글을 자주 리트윗(전파)하기도 한다.
"귀여운 건 다 좋아해요. 쥐 빼고는…. ‘백통이’를 잃어버려서 구조협회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일 때문에 바빠서 어렵지만, 나중에 유기견이나 안락사시킬 개들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다음 영화는 ‘네버엔딩 스토리’와 ‘건축학개론’. 시한부 남녀가 병원에서 키워가는 사랑 얘기를 담은 ‘네버엔딩…’은 상대역 정려원과 함께 촬영을 이미 끝마쳤고, 멜로영화 ‘건축학개론’은 한가인, 이제훈, 수지 등과 함께 촬영 중이다.
그는 영화의 장르를 딱히 염두에 두진 않는다면서도 "더 나이 들기 전에 ‘무간도’ 같은 느낌의 누아르는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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