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총리 결정에 개탄..국민투표 실현에 의구심
당장 4일 내각 신임안 가결 불투명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패키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돌연 발표한 사건은 가뜩이나 떨어진 총리에 대한 지지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꼴이 된 듯 싶다.
수도 아테네에서는 "뒤늦게 국민투표를 꺼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총리에 대한 비난이 확산돼 있다.
신임을 잃어버린 총리가 공언한 국민투표가 실현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 집권 사회당(PASOK) 내 반발 기류는 여론이 총리에 등을 돌리자 의원들이 제 살길을 찾는 행보라는 분석이어서 4일로 예정된 총리 신임투표에 암울한 전망을 드리운다.
새로운 정치인들로 거국내각이 구성되기를 바라는 그리스 국민의 바람과 정국 혼란 없이 구제금융 패키지가 이행되기를 바라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했다.
2일(현지시간) 저녁 아테네 도심의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은 시위 없이 평온했지만 시민들의 심경은 착잡했다.
20대의 알렉산드로스 씨는 총리의 국민투표 결정에 "시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위기 이전에 국민투표가 이뤄졌어야 했다. 지금은 너무 늦었다"고 했다. 포스타스 곤델라스(63) 씨도 "지금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부결돼 지금부터 30년 동안 빚에 억눌려 살게 될 것"이라며 총리의 결정을 개탄했다.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이전에 국민의 뜻을 물었어야 했는데 이제와서 뒤늦게 국민투표를 꺼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리는 총리가 무책임하다는 비난이었다.
중립 성향의 일간지 엘렙테르티피아는 이 날짜 사설에서 `혼란의 대장’이라는 제목으로 총리의 `결정적’ 실수를 질타했다.
이 신문은 일부 각료들과 여당인 사회당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나면서 그리스가 정치 위기의 한복판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리스와 유로존 공동체 간의 관계에 "확실한" 위기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최대 일간지인 타 네아는 일부 여당의원들의 반발 움직임을 "의원들이 스스로 출구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심을 잃은 총리를 더는 믿고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해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오는 4일 자정께로 예정된 내각 신임투표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당 장악력이 불안해진 파판드레우 총리가 `집안 단속’에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물러서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국민들이 국민투표 실현에 의구심을 갖는 대목도 `고립된’ 총리의 입지를 보여준다.
그리스 국민들은 총리를 떠나 기존 정치권이 물갈이된 새로운 정부,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는 정부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선 조기총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50대의 코스타스 파파니콜라우(수의사) 씨는 "국민투표보다 총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당이 협력하는 내각이 출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디미트리(여.23)씨도 거국내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물론 토마스(43) 씨는 "지금 총선은 매우 위험하다. 국민투표를 하는 게 맞다"며 총선에 따른 파문을 걱정했다. 그러나 이런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아테네 시민들의 희망은 `조기총선을 통한 거국내각’과 `정치권 물갈이’에 맞춰져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국제사회, 특히 유로존 국가들에는 불안 요인이다. 파판드레우 내각이 실각하고 조기총선으로 이어지면 이미 합의된 2차 구제금융 패키지에 불확실성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책임있는 정부의 공백과 총선 이후 등장할 신 정부의 입장 등 여러 가지 불확실요인들이 2차 구제금융 패키지의 이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 위험이 크다. 이는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전체의 재정 위기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당장 독일 정부가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중 6회분(80억유로) 지급을 12월 국민투표까지 보류한다고 밝힌 것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로존 등 국제사회가 과연 2차 구제금융 패키지에 대한 국민투표가 가결될 수 있을까를 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그리스 안에서는 그 이전의 문제인 총리의 국민투표 발표로 촉발된 정치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아테네=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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