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이요."
지난 1일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한 투애니원(씨엘, 산다라박, 박봄, 공민지)은 ‘여느 걸그룹과 다른 강점’ ‘팀만의 고유 색깔’ ‘국내외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일관되게 ‘좋은 음악’을 첫손에 꼽았다.
이처럼 음악에 자신있던 이들은 두번째 미니음반 발매 전 새로운 홍보 전략을 시도했다. 지난 4월부터 수록곡을 한곡씩 온라인에 공개한 것.
그 결과 ‘돈트 크라이(Don’t cry)’ ‘론리(Lonely)’ ‘내가 제일 잘 나가’ ‘헤이트 유(Hate You)’ 등의 수록곡들과 타이틀곡 ‘어글리(UGLY)’까지 5곡이 연속으로 온라인 음악차트 1위를 기록, 전곡을 히트시키는 성공을 거뒀다.
"프로듀서 테디 오빠가 만들어준 한곡 한곡이 모두 마음에 들었어요. 아까워서 모든 곡을 살리고 싶어 곡마다 뮤직비디오를 찍어 차례로 선보였죠. 이런 프로모션을 택한 건 결국 음악이 좋았기 때문이에요."(씨엘)
공개된 곡들은 각기 장르가 달랐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래마다의 연관성이 없는 게 포인트"라는 게 멤버들의 설명.
"한 장르만 하는 그룹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죠. ‘내가 제일 잘 나가’로 무대에서 신나게 노는 우리 그대로를 보여주고, 외모로 상처받은 마음을 가사에 담은 ‘어글리’로는 정서적인 공감대를 이끌고 싶었죠. 각기 다른 음악이어도 우리가 부르면 투애니원 색깔이라고 생각했어요."(씨엘)
이들은 같은 소속사 그룹 빅뱅처럼 작사, 작곡에 참여하진 않았다. 하지만 멤버들은 프로듀서 테디가 개성을 살린 맞춤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음악에 맞춘 패션과 안무도 밤을 새가며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나 아무리 완성도 높은 음악도 가수가 무대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매력이 반감되는 법. 평범한 이웃집 소녀 같은 멤버들은 "놀자"라고 외친 후 무대에 오르면 강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한다.
"무대를 즐기려면 그전까지 죽도록 연습해야 해요. 무대에서 논다는 건 여유롭다는 의미거든요. 우린 눈을 감고도 춤을 출 정도로 연습합니다. 다행히 모두들 밖에서 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하."(씨엘)
이어 공민지는 "무대에 오르면 씨엘 언니는 뛰어노는 사자 같고, 애교쟁이 산다라박 언니는 힙합쟁이가 되고, 엉뚱한 매력의 박봄 언니는 감성적인 음색을 뽐낸다. 모두 반전이 있다"고 웃었다.
투애니원은 이 에너지를 오는 26-28일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첫 단독 콘서트 ‘놀자’에서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씨엘은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려 매 무대마다 이벤트가 있다"며 "방송에서 보지 못한 것, 음반에서 느끼지 못한 걸 즐기려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싶다. 전곡을 라이브로 소화할 것이고 일렉트로닉 곡이 많아 DJ를 등장시킨다"고 소개했다.
또 손톱을 바짝 자른 산다라박은 "지난 5월부터 공연에서 연주를 목표로 어쿠스틱 기타 연습을 하고 있다"며 "팀에서 ‘산쿠스틱’으로 불리는데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아 걱정이다"고 웃었다. 박봄도 클래식과 조화시킨 무대를 준비 중이다.
"2009년 데뷔 때 목표가 단독 콘서트였다"는 멤버들은 "국내에서 여자 그룹이 꾸준히 공연하는 게 드문데 우리가 콘서트 문화의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공연을 마치면 하반기엔 활동 영역을 넓힌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아이튠즈차트에 따르면 투애니원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남미, 중동 등 폭넓은 지역에서 인기다.
첫 해외 활동은 다음 달 YG와 일본 음반유통사 에이벡스가 손잡고 설립한 YG패밀리 전용레이블 ‘YGEX’를 통해 일본 무대를 밟는 것이다.
"일본 데뷔 싱글은 국내 곡을 일본어로 불러 발표해요. 일본 음악 시장에 맞추기보다 우리의 음악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려고요. 9월에는 일본 여러 도시를 돌며 순회공연도 열 계획이죠."(씨엘)
멤버들은 지난달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열린 ‘YG 가수들의 템스 페스티벌 공연 촉구’ 시위에 대한 놀라움도 전했다.
산다라박과 씨엘은 "유럽 팬들의 호응이 고맙고 신기했다"며 "우리의 미국 음반 프로듀서인 (미국 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윌.아이.엠이 남미 공연을 했을 때 우리 플래카드가 많아 놀랐다더라. 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도 해외를 다니며 우리 얘길 많이 들었다고 했다. 요즘 방송 무대 때는 히잡을 쓴 팬들도 보인다"고 했다.
이어 멤버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경계가 사라져 특정 국가 진출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며 데뷔 때보다 한뼘 커진 목표를 내놨다.
"아시아, 미국, 유럽, 남미 등 어디가 됐든 세계 팬들과 미디어가 아닌 공연으로 직접 만나고 싶어요. 우리 음악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싶거든요."(멤버들)
또 데뷔 3년차 아이돌 그룹답지 않은 책임감도 보였다.
씨엘과 ‘곱사춤의 명인’ 공옥진 여사의 조카 손녀인 공민지는 "우리 문화에 관심있다"며 "평소 재미삼아 판소리도 해보고 ‘내가 제일 잘 나가’ 뮤직비디오에 북 춤 장면도 넣었듯이 이젠 해외 팬들이 우릴 보고 있으니 한국의 것을 융화시키는 노력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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