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담에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한국인들에게만 통하는 속담일 듯싶다. 이웃이 평면TV를 사면 멀쩡하게 잘 뵈는 TV를 버리고 덩달아 산다. 친지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빚을 내서라도 갔다와야 직성이 풀린다. 옆집 아이가 조기유학을 떠나면 기를 쓰고 자기 아이도 보낸다. 안 그러면 이들 모두 배앓이를 한다.
한인사회에도 남이 잘 되면 배 아픈 사람들이 있다. 단체 지도자들을 흔들기 일쑤고 선임자의 공적을 애써 폄하한다. 장사 잘 되는 가게 옆에 똑같은 가게를 열어 함께 망하기도 한다. 유대인, 중국인, 인도인들은 안 그렇다고 들었다.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며 비즈니스를 함께 일궈 이민사회의 기반을 다져나간다고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제목의 책이 10여년전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켄 블랜차드가 쓴 이 책은 덩치가 3톤이나 되며 살생을 일삼는 위험천만한 바다의 무법자 범고래(killer whale)도 조련사가 끈기있게 칭찬하며 훈련시키면 온갖 재롱의 쇼를 벌인다며 가정과 학교와 기업과 일반사회에서의 칭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원래 제목은 전혀 다르다. ‘고래가 해냈다: 적극적 관계의 힘(Whale Done: The Power of Positive Relationships)’이다. ‘잘했다’는 칭찬의 뜻인 ‘웰던(Well done)’을 발음이 비슷한 ‘Whale Done’으로 은유한 것을 번역가 조천제씨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바꿨다. 원제보다 더 멋지다는 평판 속에 조씨의 번역서도 일약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후 한국에선 칭찬바람이 불었다. 한국 블랜차드 컨설팅 그룹을 차린 번역가 조씨는 삼성, 현대, 포철 등 대기업과 여러 대학에 출강하며 사람을 키우고 기업을 일으키는 힘은 꾸중이나 질책이 아니라 칭찬이라고 강조했다. ‘칭찬 경영학,’ ‘칭찬 리더십’ 등 인력개발 프로그램들이 쏟아졌다. 수많은 목사들이 주일예배에서 칭찬을 주제로 설교했다.
아마도 조련사가 범고래를 훈련시킬 때 칭찬보다는 격려를 더 많이 했음직 하다. 칭찬은 행위의 결과를 보고 하지만 격려는 결과에 관계없이 행위의 과정에 힘을 실어준다. 격려를 뜻하는 영어 ‘encourage’는 ‘en’과 ‘courage’로 뗄 수 있다. ‘용기’를 ‘북돋워준다’는 뜻이다. 칭찬도, 격려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변화하도록 이끌어주는 파워가 있다.
한 무명 성악가가 비행기 연착으로 펑크 난 인기 테너의 ‘땜빵‘용으로 출연해 열창했다. 하지만 청중은 새내기 테너에 냉담했다. 2층 구석에 앉아있던 그의 꼬마 아들이 우는 목소리로 ”아빠, 참 잘했어요!“라고 소리쳤다. 그제야 청중의 박수가 터져나왔고 무명 성악가는 그 후 승승장구하며 불세출의 테너가 됐다. 그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다. 낙제생이었던 토마스 에디슨은 ”네가 천재인 것을 남들이 몰라준다“는 어머니 말에 힘입어 발명왕이 됐다. 나폴레옹도, 아인슈타인도, 이율곡도, 한석봉도 어머니의 격려를 먹고 큰 인물들이다.
사람은 돈과 섹스보다 칭찬과 격려를 더 좋아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한인들은 칭찬과 격려의 문화에 익숙지 못하다. 남에게 아들딸 자랑은 해도 막상 자식들에겐 칭찬보다 꾸중을 더 많이 한다. 칭찬과 격려를 갈구하는 한인사회 단체나 기관도 많다. 자기 시간과 주머닛돈을 털어 영세민 무료검진에 나서는 의사들, 연주회를 벌여 한인들을 위로해주는 음악인들, 2세들의 모국어 교육에 자원봉사하는 교사들, 길거리 청소에 앞장서는 학생들, 등산로 보수공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산단체 등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년 본국선거를 앞두고 한인사회가 비방과 중상모략에 휩쓸릴까봐 겁난다. 원래 정치는 칭찬과 거리가 멀다. 본국 정치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도 미국 속의 한인사회는 좀 달라야 한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고약한 속담이 한인사회에서는 통하지 않게 해달라고 선거 이해관계자들에게 지금부터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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