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악의 가뭄…8월 비폭풍만이 해결책
▶ 저수량 급감에 식수까지 걱정해야할 판
최근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난 이지명(33) 씨 가정. 뉴멕시코 쪽을 통과해 텍사스를 벗어났다. 광활한 텍사스 땅을 가로지르며 흠칫 놀랐다. 텍사스가 너무도 황폐해 보였기 때문이다. 푸른 목초지가 누런빛을 띠며 타들어가 있었다. 정말 말로도만 듣던 ‘가뭄’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하늘은 비를 쏟을 생각은 없이 뜨거운 태양만 드리우고 있었다.
텍사스가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연일 100도가 넘는 폭염이 지난봄부터 시작된 가뭄에 기름을 끼얹었다. 식물이 말라 죽는 것은 물론, 이제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까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닥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17년 이후 최악 가뭄
미국 가뭄 모니터(U.S. Drought Monitor)에 따르면 텍사스의 97%가 가뭄 상황에 놓여있다. 90%는 극심한 가뭄을 경험 중이다. 농업부에 따르면 1917년 이후 최악의 가뭄이다.
이에 따라 호수와 저수지들이 말라붙고 있다. 특히 사우스 달라스의 힐 카운티 쪽이 극심하다. 위트니 호수는 만수 때보다 13피트나 수위가 낮아져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팬해들의 메러디스 호수는 바닥을 드러냈다. 샌 안젤로 저수지는 저수량이 5%밖에 되지 않는다.
달라스 주변은 상황이 좀 낳은 편이다. 루이스빌, 조풀, 레이 로버츠 호수 등은 90%대의 저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식수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시들은 앞 다퉈 치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얼빙시는 지난주부터 임시 가뭄 대책을 시작했다. 잔디 등을 위한 살수를 오전 10시 이전이나 저녁 6시 이후로 제한한 것이다. 이 규정을 어기면 2,000불의 벌금을 내야한다. 달라스도 낮 시간의 살수를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은 오는 10월 31일까지 계속된다.
텍사스 전체 강수량 역대 최저
문제는 비다. 좀처럼 시원한 물줄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나마 지난 6월 21일 내린 비가 가뭄 해소에 일정부분 기여했다. 지금까지 올해 달라스의 강우량은 예년 평균을 3.5인치 밑돈다. 지난해보다도 3인치 낮다. 하지만 달라스는 그래도 사정이 좀 낮은 편이다. 달라스 이외 지역의 강수량은 더 낮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텍사스 전체 강수량은 4.26인치다. 이는 역사상 최저 강수량이다. 지금까지 가장 낮았던 기록은 1917년의 6.45인치였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농업부는 올해 가뭄이 1917년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팔머 가뭄 지수(the Palmer Drought Severity Index)에 따르면 현재 텍사스의 가뭄은 역사상 3번째로 극심하다. 이는 6월까지의 기록이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것으로 평가되는 올해 6월이 가뭄을 한껏 키웠다. 하지만 7월과 8월 비 없는 폭염이 계속된다면 1956년과 1918년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
함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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