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가 ‘대세’는 스타 MC나 개그맨, 톱배우가 아닌 듯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이름들이 연일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며 방송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김정태, 뮤지션 정재형이 바로 그 주인공.
김정태를 게스트로 초대한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는 지난 5일 방송에서 시청률 10.8%를 기록하며 경쟁 프로그램인 SBS ‘강심장’을 처음으로 앞섰다.
정재형의 경우 그의 ‘무한도전’ 출연 장면만 모은 ‘정재형 플레이어’까지 등장했다.
◇’1박2일’로 스타덤..김정태 = 김정태는 최근 KBS 2TV ‘1박2일’ 조연특집에 출연하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1999년 영화 ‘이재수의 난’으로 데뷔한 그는 10여년간 수십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과 조연을 맡아오다 ‘1박2일’ 출연으로 그간의 무명 생활을 털어버렸다.
그는 지난달 방송된 ‘1박2일’ 조연특집에서 독특한 입담과 몸 개그, 뛰어난 요리실력까지 선보이며 강호동, 이승기 등 쟁쟁한 출연자들을 제치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방송이 나가면 스타가 될 것이라는 강호동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방송 직후 그는 각종 포털사이트 화제의 검색어에 올랐고 케이블 채널 tvN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롤러코스터’의 새 코너 ‘홍대 정태’의 주인공 자리도 꿰찼다.
토크쇼 ‘승승장구’의 주인공이 된 것도 ‘1박2일’ 덕분이었다.
그는 ‘승승장구’에서 "트위터 팔로어가 9천명으로 늘었고 생애 처음으로 CF까지 찍게 됐다"며 ‘1박2일’ 출연 후 급상승한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파리지엥’에서 ‘파리돼지엥’으로..정재형 = 정재형은 파리 유학파 출신의 감성적인 뮤지션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독특한 유머 감각은 음악팬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절친 유희열이 진행하는 KBS ‘스케치북’ 출연분만 봐도 그가 개그맨 이봉원을 닮았다해서 붙은 별명 ‘정봉원’까지 역으로 이용하는 개그감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작년 방송된 ‘스케치북’ 크리스마스 특집에서 가브리엘 정봉원으로 분해 대형 날개를 등에 달고 혜은이의 ‘열정’을 피아노를 치며 열창했다.
MBC ‘무한도전’ 출연은 그의 이런 면모를 대중에게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그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특집의 프롤로그 격인 ‘디너쇼’에서부터 새침하면서도 엉뚱한 캐릭터로 시선을 끌었고 가요제 특집이 본격 궤도에 오르자 정형돈과 함께 콤비 개그를 선사하기 시작했다.
새침한 표정으로 ‘쟤 욕좀 해줘’라고 말하거나 유재석을 찬양하는 정형돈에게 대놓고 ‘어우, 너 짜증나’라고 말하는 모습은 예민한 뮤지션 캐릭터와 묘하게 겹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정형돈과 결성한 ‘파리돼지엥’으로 가요제에 출전, 서정성과 코믹함이 공존하는 노래 ‘순정마초’를 선보였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그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겠다’ ‘고정 출연하게 해달라’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재발견의 장’ 된 예능 프로 =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은 사례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일찍이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MBC ‘라디오 스타’와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과묵한 로커에서 예능계의 스타로 거듭났다.
부활 출신인 이승철에 비해 대중에게 덜 알려졌던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공연을 홍보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다.
최근 MBC ‘나는 가수다’도 숱한 가수들을 재발견했다.
’야인’ 임재범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국민 가수로 발돋움했고 김범수는 얼굴 없는 가수에서 실력뿐 아니라 예능 감각과 매력적인 외모까지 갖춘 가수로 주목받았다. 지난 4일 ‘나는 가수다’ 녹화장에서 윤도현은 김범수를 ‘대세’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재발견의 장이 된 배경에는 달라진 방송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7일 "1990년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방송가의 담론이 형성됐다면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하면서 스타의 산실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이들이 그간 대중이 보지 못했던 모습을 예능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신선함이 호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이런 이유로 잘 알려진 스타보다 의외의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을 섭외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1박2일’ 나영석 PD는 "그분들이 쌓아왔던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프로그램이 멍석을 깔아줄 수는 있지만 결국 기회를 잡는 것은 준비된 자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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