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긴축 예산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그리스인들.
국민들에게 희생 강요하면서 정치인들은 특권 누려
국회의원 수 감축, 면책특권 박탈에 좌우 공동보조
최근 시위대들은 긴축 예산을 심의 중인 그리스 의회 빌딩에 “도둑들”이라고 쓴 영상을 프로젝터로 비췄다. 대부분의 그리스인들은 부패하고 무책임한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국제 투명성협회’(Transparency International)란 단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인 10명 중 9명은 정치인들이 부패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80%는 의회가 신뢰를 상실했다고 답한 것으로 타나났다.
의사당 앞 시위에 참가한 크리스토스 시베리스(35)는 “우리는 현 상황을 위기로 몰고 간 정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여기에 나왔다”며 “이것이 우리의 테르모필레”라고 말했다. 테르모필레는 소수의 그리스인들이 페르샤 침략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장소다.
파판드리우 총리는 사회당 내부의 반발과 그리스 부채가 급증하는 동안 집권했던 중도 우파의 반대에도 불구, 지난 주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위기가 2년째 접어들면서 많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정부에 비판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어째서 의회가 이를 박탈하기 전까지 국회의원들이 면책 특권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정당 후원이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게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또 어째서 시민들의 임금과 연금은 일률적으로 삭감하면서 의원들은 자동차와 이중 연금(정부와 의원 협회로부터)에 월 8,500달러의 봉급도 모자라 위원회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보너스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표를 받고 혜택을 주는 것이 일인 보좌관들을 두고 있는지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최근 보수적인 신민당과 사회당 전직 관리들 모두 뇌물 스캔들에 휩싸였다. 신민당 집권 시절 일어난 한 스캔들은 아토스 산에 있는 그리스 정교 수도원이 쓸모없는 시골 땅 대신 정부 소유 노른자위 땅을 대가로 받은 사건인데 아직까지 아무도 기소된 사람이 없다.
‘국제 투명성 협회’의 그리스 지부장인 코스타스 바쿠리스는 “이런 스캔들이 정치인들은 도둑놈이라는 고정 관념을 굳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의회가 투표로 면책특권을 박탈하기 전에는 기소되지 않는데 이런 일은 1974년 그리스가 군부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돌아선 후 수백 건의 요청에도 불구 단지 17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국회의원 자리를 물러난 뒤에도 국회가 이들이 법을 어긴 사실에 관해 심의하는 동안에만 기소될 수 있다.
국회는 긴축 재정안 이외에도 그리스 해군이 독일제 잠수함을 사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국방 장관 아키스 초차초풀로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인지 여부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그리스의 스카이 TV와 카트메리니 신문은 그가 외국 기업으로부터 아테네 최고급 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샀다고 보도했다. 많은 그리스인들에게는 이는 그리스 정치 제도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고 있다.
전직 관리인 초차초풀로스는 기소될 수 없으며 그는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여론을 고려해 두 주요 정당들은 드물게 그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또 한 케이스는 전직 사회당 교통 장관과 관련된 것으로 그는 지멘스의 그리스 지사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은 것을 시인한 후 돈 세탁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신민당 출신 국회의원이자 전 총리의 아들인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는 국회의원 수를 현 300에서 200으로 줄이자는 안을 제안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안은 이중 연금과 위원회 참석 보너스, 장관과 국회의원에 대한 면책특권을 없애고 당 재정에 관한 장부를 공개하자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하버드 출신으로 전직 벤처 캐피털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자신을 “신” 신민당원으로 자처하면서 “이 안은 일반 국민들로부터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나 국회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당의 긴축 재정안에 대한 결사적인 반대를 비판하면서도 자신도 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의 근본 문제는 신뢰”라며 “국민들에게는 큰 희생을 강요하면서 국회의원들은 이를 피하려 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반영해 파판드리우 총리는 최근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법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해 과연 이것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다른 분석가들은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분노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에는 매일 밤 각계각층의 다양한 정치색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제2차 대전 이후 내전과 1967년부터 1974년까지 군부 독재를 겪은 그리스에서 좌우가 함께 일어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헌법 변호사인 니코스 알리비자토스는 “이는 그리스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