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의 아나운서 공개채용 코너 ‘신입사원’에서 지난달 26일 합격의 영광을 안은 주인공 3명은 긴장감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1일 여의도 MBC본사에서 만난 이들은 치열한 서바이벌 과정을 거친 만큼 합격 발표 후 만감이 교차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호(27)는 합격 발표의 순간 "굉장히 기쁘지만 서러운 기분도 들었다. 다른 출연자들이 앞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고 했고 김초롱(26.여)은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조차 힘든 상태였다"고 돌아봤다.
오승훈(29)은 "합격 순간 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미안함, 고마움, 기쁨, 슬픔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에 떠올랐다"며 "일반 공채였다면 집에서 컴퓨터로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면서 ‘됐다!’하고 소리 질렀을 텐데"라며 웃었다.
’신입사원’은 나이와 학력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조건에 5천509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4개월간의 선발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홍익대 경영학과 졸업 예정인 김대호는 배우 지진희를 닮은 외모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초롱은 지역방송 아나운서 출신으로 차분한 진행이 호평받았고 카이스트 출신인 오승훈은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김대호는 "합격한 후 고향인 경기도 양평에 가서 축하 현수막 내걸고 동네잔치를 했다"며 웃었다.
합격자 발표 후 그는 작년 아나운서 학원을 다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입사원’을 하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꾸게 됐다는 방송상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아나운서라는 일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됐다는 의미였는데 그 부분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학원을 다니면서는 정말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잘 못 느꼈다"고 해명했다.
"사실 제가 취직을 할 수 없는 조건만 갖추고 있었어요. 성적도 굉장히 안 좋은 편이고 이렇다할 영어 성적도 없었죠. 뭐를 해야할까 많이 고민하다가 ‘내가 어떤 일에 어울릴까’란 생각을 했어요. 정말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하면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학원을 다니면서 잘 못 느꼈어요.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서면서 방송의 재미를 느꼈고 점점 애착을 갖게 됐습니다."
오승훈은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경력으로 주목을 끌었다.
25살때까지 아나운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던 그가 이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2005년 ‘황우석 사건’이었다.
"아무래도 공학도다 보니 그때 친구들과 모이면 그 얘기만 했어요. 당시 언론이 사회적 이슈를 검증해서 내보내는 게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생각해 볼만한 이슈를 이끌어내는 것도 해볼만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언론에 관심을 갖고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들으면서 나도 국민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나운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 결실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초롱은 "지원하기 전에 아나운서 선배님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안될 확률이 훨씬 큰 게임인데 도박을 하려는 것이냐며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그간 인생에서 도박을 한 적이 없어요. 한번쯤은 해봐야 한이 없겠다 생각했어요."
선발과정에서 그의 경력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기존의 방송 습관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았고 도전자들로부터 은근한 견제도 있었다.
그는 "경력 있다고 잘하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보게 됐다"며 "겨우겨우 다음 단계로 진출했다. 최종까지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PD분이 니가 ‘미쟝센’(화면구성)으로 살아서 올라오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제 입장에서는 겨우겨우 하고 있는데 ‘미쟝센’이란 얘길 듣는 순간 열의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해보자고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쟁자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오승훈은 정유진을 꼽았다.
그는 "사석에서 만나도 예전부터 그리던 아나운서 상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따뜻하면서도 똑똑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야기가 귀에 시 같이 들어온다. 생각 자체가 멋있는 사람이다"고 극찬했다.
김대호는 김기혁, 정유진, 정형윤, 이태연을 택했고 김초롱은 이윤아를 꼽으며 "갖고 있는 에너지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MBC 아나운서 공채 39기로 활동할 예정이다. 신동호 부장은 "앞으로 어떤 기수보다 혹독한 현장교육(OJT)을 거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식 아나운서가 돼 이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각양각색이다.
김초롱은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싶다며 "목소리가 사람을 잘 재운다고 하더라. 성시경 씨처럼 ‘잘자요’ 이런 것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오승훈은 10년쯤 후에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 꿈이 있다.
김대호는 ‘맛있는 TV’를 택했다.
"자취생활을 오래해서 그런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정말 많이 부럽더라고요. 자취하면서 꼭 그 방송을 보고 나면 뭘 시켜먹었어요. 앞으로 안 시켜먹고 방송하면서 먹었으면 합니다.(웃음)"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