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PBS가 매주 방영하는 TV 프로그램 중 ‘우리 세대’(My Generation)가 최근 에미상을 수상할 뻔했다. 낮 시간대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 분야 상을 놓고 오프라의 집 꾸미기 프로그램인 ‘네이트 버커스 쇼’ 그리고 전통있는 ‘마사 스튜어트 쇼’ 등 인기 프로그램들과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마사 스튜어트 쇼’가 트로피를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 세대’ 제작진으로 보기에 에미상 후보로 지명된 것만도 대단한 영광이다. 50세 이상 연령층의 관심 사안을 다루는 이 프로그램이 상당한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PBS의 ‘우리 세대’를 진행하는 리자 기본스. 50세 이상 연령층의 관심을 대변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TV 프로·광고 18~34세 젊은층 겨냥
베이비부머 관심 끌면 ‘돈 된다’인식 시작
‘우리 세대’는 미국 은퇴자 협회(AARP)가 50세 이상 시청자들을 겨냥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에미상 후보로 지명되어 “우리는 정말로 전율을 느꼈다”고 AARP의 수석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케빈 도넬란은 말한다.
TV 베테랑들이 만드는 유명 프로그램들을 상대로 경쟁해 인정을 받고 에미상 후보 지명까지 받은 것은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 세대’ 는 풀타임 직원 단 4명이 붙어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다른 인기 TV 프로그램들과 이 프로그램이 경쟁한다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것이었다고 프로그램 프로듀서인 데이빗 페퍼는 말한다.
지난 2008년 방영을 시작한 ‘우리 세대’는 흔치 않은 프로그램이다. TV 방송업계는 젊은 층을 겨냥해야 돈을 번다는 인식이 깊다. 연령층으로 보면 18~34세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진다. 광고주와 TV 임원들이 간절히 구애작전을 펼치는 대상이 바로 이 연령층이다.
반면 리자 기본스가 진행하는 30분짜리 프로그램 ‘우리 세대’는 건강이나 돈 관리 요령 등으로 나이든 연령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전 프로 테니스 선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자세 교정, 짐 크레이머가 투자 전략에 관해 설명하는 식이고, 유명인사 이야기나 눈에 띄는 성공사례, 알츠하이머나 병간호, 뇌졸중 등의 이슈를 다룬다.
미디어 연구 및 자문 회사 프랭크 N. 마지드의 세대 전략 분과 사장인 잭 맥켄지는 이 프로그램이 독특하다고 말한다.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 중에서 구체적으로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내용을 짜는 프로그램이 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TV 프로그램들이 50대 이상 시청자의 필요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는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충분히 존중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그는 말한다. 대부분 TV광고가 18~49세 연령층을 겨냥해 팔리고 있는 데 반해 정작 TV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집단은 50세 이상 연령층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 세대’에 대한 구상은 몇 년 전 워싱턴의 AARP 본부에서 태동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슈로 삼을 내용이 너무도 많다고 도넬란은 말한다.
AARP는 당시 보다 많은 은퇴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홍보 매체를 간행물(잡지 AARP가 대표적)에서 TV로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AARP 본부 건물에는 이미 스튜디오도 있고, 잡지 커버스토리로 잡아둔 내용들도 있던 터라 TV 프로그램 만들기는 어렵지 않았다.
AARP는 아울러 정치 시사 문제를 다루는 ‘인사이드 E 스트리트’도 만들었다. 이들 두 프로그램은 처음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되다가 시청자 연령이 높은 편인 PBS로 옮겼다. 현재 PBS 프로그램을 받는 지역 방송들 중 70%가 이들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50대 이상 연령층은 이제까지 별로 관심을 못 받았지만 그 연령층만의 관심이 있고 시장이 있으니 이 인구집단을 겨냥하면 상당히 수지맞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TV 쪽을 공략하게 되었다고 커뮤니케이션 담당 도넬란은 설명한다.
“이 연령층은 소비할 수입이 꽤 많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식의 이전의 스테레오 타입과 반대로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요컨대 50세 이상 연배는 TV를 보고 상품과 서비스를 산다는 것이고 광고주들이 이 사실을 무시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우리 세대’ 진행을 맡은 기본스는 54세이다. AARP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 미국 문화에서 50세 이상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대변할 목소리와 얼굴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자신은 50세 이상 연령층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실례로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우리 모두 점점 오래 살고 있어요. 나는 100살까지 살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니 이제 그 절반에 온 것이지요”
이제까지 사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 또 다른 절반의 삶을 기대하게 된다는 그는 ‘우리 세대’가 전달하려는 내용들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오는 2014년이면 베이비 붐 세대의 마지막 그룹이 50세에 이른다. 그때가 되면 TV 방송업계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을 겨냥하는 데 대한 부정적 편견이 엷어질 것으로 맥켄지 사장은 말한다. 사실 지난 몇 년사이 TV 방송 분야에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CBS와 NBC가 나이든 시청자들을 겨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광고주들을 설득하기에 나선 것이다. CBS는 전통적으로 나이든 시청자들을 많이 끌었던 방송이다. 한편 NBC는 최근 소위 ‘알파 부머’의 지출 습관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이 연령층은 TV 앞에서 붙박이로 자라난 세대이다. 베이비부머의 이런 시청 습관은 방송국들의 새로운 도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맥켄지는 말한다.
“베이비부머들은 TV를 볼 겁니다. 그렇다고 어떤 프로그램을 내놓든지 다 본다는 의미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자기 세대 이야기가 TV에서 나온다면 좋아하겠지요”
프로 테니스 선수였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50대 중반인 그는 ‘우리 세대’에 출연해 건강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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