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애리조나주 공영선거자금제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표현의 자유 보장이냐’, ‘부자 후보를 위한 선거허용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돈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려는 행정부의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대법원의 잇따른 선거법 관련 판결로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연방대법원의 구도도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미 대법원은 27일 공영선거제도의 틀안에서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후보의 경우 엄청난 사재(私財)를 선거자금으로 쏟아붓는 부자 후보와 맞섰을 때 일정한 선거비용을 ‘매칭펀드’ 형식으로 지원받도록 하는 선거제도에 대해 5대4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위헌 의견으로 다수파에 속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수정 헌법 1조는 표현의 문제에 대해서 ‘간섭받지 않는 의견의 교환’이 보장되도록 지도 원리로서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며 "애리조나주가 바라보는 것처럼 공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리조나 선거제도에 따라 돈이 많은 후보가 선거자금을 많이 쓰면 쓸수록 오히려 상대방 후보가 주정부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도록 도와주는 `불리함’때문에 일부러 선거자금 지출을 제한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
결국 수정 헌법 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게 위헌 의견의 배경이다.
하지만 합헌이라는 소수파 대열에 선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수정 헌법 1조의 핵심은 활발한 논쟁과 토론이 이뤄지는 건강하고 활기찬 정치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라며 "부패를 막기 위한 애리조나주 청렴선거법 어느 조항도 헌법을 어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선거제도가 도입된 이유가 과거 선거자금 모금과정에서 빈발했던 부패요소를 척결하기 위한 것이고, 부자 후보들의 일방적인 표현만이 아니라 모든 후보들의 균등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인만큼 합헌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 헌법 1조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기업의 선거광고를 무제한 허용하는 판결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도 마찰을 빚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연초 국정연설에서 공개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민주주의에 무제한적으로 특정한 이익집단의 돈이 들어오는 문을 열어둔 것이며, 민주주의 자체를 공격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 당시에도 대법원 판결은 5대4로 이번 판결과 구도가 같았다.
5명의 다수파 대법관은 보수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 앤서니 케네디, 새뮤얼 알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다.
이들 5명의 대법관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대법원 심판대에 오른 5차례의 선거자금법 관련 판결에서 동일한 입장에 섰다.
반면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판결에서 합헌의견을 낸 대법관은 케이건 대법관을 비롯, 소니아 소토마요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사설을 통해 "다수파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다시 한번 정치권으로 엄청난 돈이 무제한적으로 쏟아져들어오는 것에 제동을 걸고 균형을 주려는 선거자금법의 취지를 경시하는 태도를 다시 한번 드러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또 "돈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은 후보들이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공영선거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를 무력화시킨 판결"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을 제기한 빌 모어러 변호사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수정 헌법 1조가 선거자금법에도 예외가 적용될 수 없음을 나타낸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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