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600회를 앞둔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출연진은 28일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콘’ 장수 비결로 선후배 개그맨간 끈끈한 정과 치열한 경쟁 체제를 꼽았다.
최고참 격인 김준호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서로 인간적으로 끌어주는 게 가장 큰 원동력이다"며 "제작진과 연기자들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 엄마, 아빠, 삼촌 같은 관계 같다"고 전했다.
’달인’의 김병만은 "김준호, 김대희, 박성호 등 원년 멤버들이 ‘개콘’을 지켜주면서 후배들을 이끌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꽃미남 수사대’의 박성호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웃음에 ‘개콘’이 잘 부합했고 적재적소에 웃음을 드렸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생활의 발견’의 송준근은 "치열한 경쟁 체제를 바탕으로 좋은 코너들이 나오면서 ‘개콘’이 잘 유지되는 거 같다"며 "금요일마다 코너 검사를 하는데 냉정하게 평가된다. 재미있는 새 코너와 바뀌어야 하는 코너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간다"고 말했다.
’두분 토론’의 박영진은 ‘휴게소 없는 고속도로’라는 비유를 썼다.
그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꾸준히 달려갔던 게 600회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바로 시장에서 사라지는 건데 시청자들께 감사드린다"고 설명했다.
1999년 9월 4일 ‘개그콘서트 - 토요일 밤의 열기’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개콘’은 타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의 부진에도 평균 시청률 15%대를 유지하며 정통 개그의 맥을 이어왔다.
’봉숭아 학당’을 비롯해 ‘사바나의 아침’ ‘갈갈이 삼형제’ ‘생활사투리’ ‘깜빡 홈쇼핑’ ‘고음불가’ ‘마빡이’ ‘대화가 필요해’ ‘분장실의 강선생님’ ‘두분토론’ ‘생활의 발견’ ‘달인’ 등 그간 배출한 인기 코너들은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대표 코너를 하나만 꼽아달라는 요청에 김병만은 ‘봉숭아 학당’을 들며 "그 속에서 유세윤, 정형돈, 옥동자(정종철), 왕비호(윤형빈) 등 스타들이 다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영진은 김병만의 ‘달인’을 선택하며 "선배가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개콘’이 600회뿐 아니라 1천회 이상 갈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고 치켜세웠다.
출연진은 ‘개콘’의 최대 공로자로 원년 멤버인 심현섭과 백재현을 꼽았다.
박성호는 "초반 ‘개콘’을 전국민에게 알린 건 심현섭 씨다. 심현섭 씨가 없었다면 ‘개콘’도 없었을 것"이라며 "폭발적인 개그의 포문을 열어준 분이다"라고 평가했다.
김병만 역시 심현섭과 백재현을 꼽으며 "두 선배들께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김준호는 "연기자 중 김병만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어떤 코너라도 계속 치고 나가기 힘든데 ‘달인’은 3년 내내 승승장구하고 있다. 병만이의 노력과 땀이 중반기 이후 ‘개콘’을 이끌지 않았나 싶다"고 후배 김병만을 칭찬했다.
지난 12년간 ‘개콘’이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박성호는 ‘개콘’의 위기로 2000년 방송시간대 변경과 2002년 출연자들의 집단 이탈을 꼽았다.
그는 "2000년 ‘개콘’이 토요일 저녁시간대로 가면서 시청률이 반토막났다"며 "당시 MBC ‘god의 육아일기’에 나오는 세살짜리 재민이한테 우리가 아주 당했다"며 웃었다.
이어 "2002년 심현섭 씨를 필두로 한 집단 이탈 파동 당시에는 심현섭 씨만 욕을 다 먹었지만 사실 그 뒤에 김준호와 나도 있었다"며 "당시 박준형이 ‘개콘’을 잘 지켜줘서 위기가 기회가 됐었다"고 돌아봤다.
김준호는 ‘개콘’의 발전을 위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진정성을 갖고 코미디를 해야 한다. 버라이어티로 가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후배들이 있다. 버라이어티로 가면 당연히 돈도 더 벌고 인기도 더 얻겠지만 코미디를 진정성 있게 계속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들한테 여기서 좀 떴다고 나대지 말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요즘은 무대에서 웃기면 바로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뜬 후배들이 행사를 돌다 6개월 만에 코너가 내리면 현장의 이슬로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후배들이 조심스럽게 큰 계획을 세워서 코미디를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개콘’을 다섯글자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재치 있는 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생활의 발견’의 신보라는 "코너 이름을 따서 ‘기적의 발견’이라 하고 싶다. 앞으로 700회, 1천회를 넘어서 웃음과 위로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김준호는 ‘나는 광대다’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고 송준근은 웃음에 있어서 최고라는 의미에서 ‘국가대표팀’이라 답했다.
박영진은 ‘궁중식 요리’란 답을 내놓으며 "시청자를 왕으로 생각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잘 먹었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 600회 특집은 다음 달 3일 밤 9시5분 100분간 방송된다. 600회 특집에는 김상경, 김정은, 택연 등 스타 30여명이 게스트로 무대에 선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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