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준다. 아이오와주의 한 웃음클럽 회원들이 웃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처음엔 말을 타는 시늉이었다. 니디아 라미레즈는 양 손으로 말고삐를 잡은 듯한 자세를 취한 후 깔깔대며 방안을 뛰어다녔다. 그렇게 몇 분간 말을 탄 뒤 이번에는 두 팔을 벌리고 벌처럼 날아다니는 동작을 선보였다. 잉잉거리는 벌의 날갯짓 소리 대신 흥겨운 웃음소리가 뒤따랐다. 마지막은 카지노장에서 잭팟을 터뜨린 행운아의 너털웃음이 시원스레 울려나왔다.
스트레스 한방에~ 면역체계 강화‘만병통치약’
웃음은 자신에게줄 수 있는‘최상의 선물’이죠
초등학교 교사인 라미레즈는 “웃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다.
“웃음은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그녀는 “세상의 모든 사물에 대해, 그리고 가끔씩은 모든 사람들을 향해” 거침없는 웃음을 날린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모임인 ‘엘진 히스테리컬 소사이어티’(Elgin Hysterical Society)의 고정 멤버인 라미레즈는 일주일에 한번씩 회원들과 만난다. 이들이 모임에서 하는 일은 “그냥 웃는 것” 말고는 없다.
회원들 사이에 흥겨운 농담이 오가는 것도 아니고, 우스꽝스런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입담 좋은 재담가가 나서서 웃음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그냥’ 웃는다.
시카고 지역에는 라미레즈가 속한 것과 유사한 ‘웃음 동아리’가 열두 개 이상 조직되어 있다.
엘진 히스테리컬 소사이어티는 지난 1월 ‘프로베나 세인트 조셉 하스피틀’(Provena St. Joseph Hospital)의 소셜워커인 렌 렘파가‘게일 보든 공공도서관’의 성인 이용자 도우미로 일하는 노마 코프스의 도움을 얻어 설립했다.
렘파와 코프스는 ‘웃음클럽 지도자 자격증’소지자다. 이들이 지도하는 동아리 주례 정기모임에는 보통 열두 명가량이 참석한다. 모임장소는 게일 보든 도서관.
렘파는 웃음이 엔돌핀 분비를 촉진해 통증관리에 도움을 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고 강조했다. 정기적으로 웃으면 질환과 스트레스가 범접하기 힘든 건강한 신체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거다.
또다른 그룹인 ‘래프터 포 더 헬스 오브 잇’(Laughter for the Health of It)의 창립자이자 오락치료사(recreation therapist)인 로베르타 골드의 설명을 보다 구체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제 막 웃음보를 터뜨리려는 사람의 심장박동수는 평소보다 늘어났다가 웃음이 멈춘 후 시작 이전의 수치 밑으로 떨어진다.
시원한 웃음은 성대뿐 아니라 온 몸의 근육을 한꺼번에 움직인다. 기관지 근육은 당겨주고 골근육은 이완시켜 준다. 몸의 긴장이 웃음을 통해 느긋하게 완화되면 호흡이 깊어지면서 순환기에 도움을 준다. 게다가 웃음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종종 수반되는 불안감과 구역질이 돋는 느낌을 줄여준다.
골드는 “늘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지내면 신체적 건강을 좀먹는 심인성 질환에 걸리고 만다”며 “웃음은 만병 통치약”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통계적으로 보아도 매사에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은 사물의 밝은 면을 보려드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 혹은 적극적으로 좋은 일을 찾아내 웃고 즐기려는 사람에 비해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웃을 일이 없는 상황에서 그냥 웃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렘파는 동아리를 찾아온 신참들에게 “웃음기를 느끼지 못하면 웃는 시늉을 내면 된다”고 귀띔한다.
순도 제로의 가짜 헛웃음의 건강효과는 진짜 알배기 웃음과 다를 바 없다. 또 이렇게 헛웃음을 웃다보면 “더디지만 확실하게 가짜가 진짜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난 주 목요일 모임에서 렘파의 그룹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숨쉬기 운동으로 몸을 풀었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긴장을 이완시키는 것. 그런데, 이 과정에서 벌써 여기저기서 쿡쿡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들은 다양한 동작을 병행하며 웃는다. 이날의 율동은 노 젓기. 일행의 단체 웃음을 유발하는데 가장 효과 있는 동작이다.
렘파의 회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웃음클럽 회의론자들이었다.
지난 겨울 계절적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제인 크레이그는 친구에게 등을 떠밀려 렘파의 웃기클럽을 찾았지만 내심 ‘실없는 사람들’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웃는 열성 회원이다.
올해 초 도서관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입문한 줄리 검의 경우도 마찬가지. 실직과 개인적인 복잡한 문제로 의기소침해 있던 그녀는 그냥 한번 지켜보자는 생각에 모임에 참석했다가 1분도 안 돼 무리에 휩쓸렸다.
“한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나니 어깨를 짓누르던 돌덩이가 떨어져나간 듯 시원하고 가뿐한 기분이 들었다”는 검은 “삶이 힘들고 고달플 때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웃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저 혼자 웃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웃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는 소림(笑林) 고수들도 적지 않다.
웃기 지도자가 되려면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몇 년간의 입산수도가 아니라 follow thelaguhter.com, laughteryoga.org, world laughtertour.org 등 웃음 기구가 제공하는 단 이틀간의 훈련만 마치면 지도자 증서를 받을 수 있다.
렘파는 “혼자 아무런 이유 없이 웃는다는 게 조금 실없어 보일지 모른다”며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한군데 모여 무조건 함께 웃는다는 건 더 실없어 보일 것”이라며 깔깔대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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