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인터뷰
▶ ‘아프간 전사 아들 기린 장학재단’대니얼 임 병장 가족
부모 걱정할까 부상도 숨기곤 했었는데…
죽음 헛되이 할 수 없다 생각 슬픔 떨쳐내
그가 남긴 60만달러로‘희망’전파할 것
아프간 전장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던 고 대니얼 임 병장(오른쪽 두번째)이 생전 동료 병사들과 함께 했던 모습.
미 육군 병장 대니얼 임. 전역 3개월을 앞두고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온 그가 검정 베레모를 쓴 장병들에 의해 운구되는 모습을 가족들은 그저 눈물로 지켜봐야만 했다. “아니야, 살아 있을 거야” “이건 꿈일 거야”라는 한줌의 희망이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아들의 죽음은 현실이었다. 지난 2006년 4월13일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겠다며 입대해 전장으로 떠난 아들 대니얼은 전역 3개월을 앞둔 지난해 7월24일, 적군의 폭탄테러로 전사했다. 23세의 꽃다운 나이였다.
“무사하겠지” “무사할 거야” “무사해야 돼”라며 밤을 지새운 날이 총 1,564일. 항상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늘 “난 괜찮아”라며 안심시키던 그는 더 이상 가족 곁에 없지만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남을 위한 ‘희생정신’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주고 간 그는 모든 이의 가슴에 남게 됐다. 평소 ‘나눔’을 꿈꿔오던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대니얼 임 병장 추모 장학재단(SDLMSF)이 발족돼(본보 8일자 A1면 보도) 매년 어려운 학생들에게 그의 이름으로 장학금이 지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 대니얼 임 병장의 아버지 임우방씨와 어머니 임순연씨가 자택에서 그의 유품들을 바라보며 아들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고 있다. (김지민 기자)
고 임 병장의 전사 1주기인 오는 7월24일 첫 장학금 행사를 갖게 될 그의 부모 임우방·순연씨 부부를 요바린다의 자택에서 만나 지난 1년간의 시간과 장학재단이 설립되기까지의 ‘눈물의 스토리’를 들었다. 다음은 임씨 부부와의 일문일답.
-지난 1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그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기적과도 같은 1년이었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안구건조증과 백내장까지 생기면서 앞을 보기 힘들어 수술까지 받았다. 장례 및 추모행사, 보험, 유품정리 등까지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슬픔을 어떻게 극복했나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맘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나. 아직도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울기 시작하면 그날 밤은 가족 3명이 부둥켜안고 밤새 운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가슴속 깊이 사무쳐 단 한 번이라도 볼 수 없을까 꿈에라도 볼 수 없을까 바라고 또 바란다. 하지만 이젠 슬픔과 그리움에서만 허덕이는 것보다 아들이 원하는 삶, 아들이 꿈꾸었던 삶,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대니얼이 군에 지원했을 때 반대는 하지 않았나
▲2006년 당시는 전쟁으로 전 세계가 시끄러울 때였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전쟁 중인 국가의 군 입대를 반기겠는가.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정신을 길러주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하라 가르쳤고 이에 강한 아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물론 안전한 부대로 지원해 군대생활을 한다는 전제하에 입대를 허락했었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나 생길까 불안해 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근무했지만, 아들이 아프간 참전을 위해 복무를 연기하면서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간다”며 결국 전장으로 갔다.
-대니얼 임은 어떤 군인이었나?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이미 대니얼은 전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폭탄테러 사고를 당했었고 구급헬기로 이송돼 수술을 받기까지 했었지만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었다. 폭탄제거반이 작전에 투입될 때면 행렬의 최전방에 있는 1호 차량이 적군의 주요 타켓이 돼 항시 부대원들이 돌아가며 1호차에 탑승하는데 대니얼은 항상 1호차 탑승을 자청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대원들 모두가 대니얼에게 생명을 빚졌다고 말한다. 대니얼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다시 아프간전에 나선다는 동료도 있다. 대니얼은 그런 군인이었다. 휴가를 나올 때면 부대원들을 전장에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 빨리 복귀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전장에 나설 때면 군인은 죽음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된다고 강조했던 아이다.
-가족에게 아들 대니얼 임은?
▲대니얼은 전장에서도 매주 전화를 거는 등 가족들과도 각별했다. 전화기가 부대에 몇 대 되지 않아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대니얼은 한 번도 인사를 빼먹은 적이 없다. 대니얼은 그 누구보다 자기 여동생을 아꼈다. 시애틀에서 20시간 넘게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동생의 생일에 나타나 깜짝 선물을 주기도 했고 항상 동생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포기했다. 지난해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당시에도 가족의 신탁기금을 작성하는데 자기에게 물려줄 재산 모두를 여동생에게 주라고 했던 아이였다. 가족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한 봉사에도 앞장서던 아이였다.
-장학재단 설립을 결정한 계기는
▲가족에게 지급된 정부 보상금과 전사자 보험금, 그리고 아들 앞으로 된 신탁기금 등을 모으면 60여만달러가 되는데 이는 우리 돈이 아니었기에 어떻게 하면 대니얼이 원했던 삶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와중 생전에 다른 사람들을 위하고 사랑하는데 앞장섰던 아들 의 뜻대로 사용하기 위해 고민하다 장학재단 설립을 결정하게 됐다.
-장학재단을 통해 무엇을 알리고 싶나
▲대니얼은 떠났지만 그가 평소 실천한 ‘사랑과 나눔’ 정신을 통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일은 없다고 믿는다. 솔직히 장학금도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아 창피하지만 아들이 희생으로 보여줬듯이 누구라도 도울 수 있다면 감사하다. 올해는 별도의 사비를 들여 총 10명의 학생들에게 1,000달러씩의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고, 매년마다 더 많은 금액을 줄 수 있게끔 재단의 기금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올해는 대학을 진학하는데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원한다. 솔직히 직원 하나 채용하는 것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고 선택하기 힘든데,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저 대니얼의 희생과 사랑 정신이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 많은 이들에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고 대니얼 임 병장은
미 육군 제5전투여단 제3보병연대 17대대 소속으로 지난해 7월 아프가니스탄 자불(Zabul)의 칼라트(Qalat) 지역에서 동료들과 함께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아프간 반군의 폭발물 공격을 받아 전사했다.
한인 2세인 임 병장은 임우방(53)·임순연(51)씨 부부의 1남1녀 중 장남이자 미주 한인 미술계의 거목 임규산 화백의 손자로 지난 2005년 사이프레스의 퍼시피카 고교를 졸업하고 칼스테이트 롱비치를 거쳐 2006년 4월 육군에 입대했다.
2008년 8월부터 한국의 용산과 동두천 캠프에서 31개월 동안 복무했으며 지난 2009년 5월 미국으로 귀환, 그해 10월에 아프간에 파병돼 전투 임무를 수행하다 전역 3개월을 앞두고 전사했다. 임씨는 육군유공훈장, 육군명예복무훈장, 국방근무기장, 대한민국 근무기장, 테러와의 전쟁 근무기장, 육군근무기장, 해외근무기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전역 3개월 앞두고 참변
■고 대니얼 임 병장은
미 육군 제5전투여단 제3보병연대 17대대 소속으로 지난해 7월 아프가니스탄 자불(Zabul)의 칼라트(Qalat) 지역에서 동료들과 함께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아프간 반군의 폭발물 공격을 받아 전사했다.
한인 2세인 임 병장은 임우방(53)·임순연(51)씨 부부의 1남1녀 중 장남이자 미주 한인 미술계의 거목 임규산 화백의 손자로 지난 2005년 사이프레스의 퍼시피카 고교를 졸업하고 칼스테이트 롱비치를 거쳐 2006년 4월 육군에 입대했다.
2008년 8월부터 한국의 용산과 동두천 캠프에서 31개월 동안 복무했으며 지난 2009년 5월 미국으로 귀환, 그해 10월에 아프간에 파병돼 전투 임무를 수행하다 전역 3개월을 앞두고 전사했다. 임씨는 육군유공훈장, 육군명예복무훈장, 국방근무기장, 대한민국 근무기장, 테러와의 전쟁 근무기장, 육군근무기장, 해외근무기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리버사이드 국립묘지에 안치된 고 대니얼 임 병장의 묘소.
고교졸업생 누구나 신청
■장학금 신청은
본보 후원으로 실시되는 ‘대니얼 임 병장 추모 장학재단’(Sgt. Daneil Lim Memorial Scholarship Foundation)의 제1회 장학생 모집은 신분에 상관없이 올해 고교를 졸업하는 한인 학생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고 미군 가족들에게는 우선권이 주어진다. 장학금 신청서는 고 대니얼 임 병장 추모 홈페이지(www.sgtdaniellim.com) 우측 상단의 ‘Articles’를 클릭해 다운받으면 되고 신청마감은 7월8일까지다.
<양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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