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이륙하는 브리티시 항공 여객기. 브리티시 항공은 지난 2004년부터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항공여행을 자주 하는 승객들에게는 마일리지 적립이 쏠쏠한 재미가 된다. 한국을 몇 번 왕복하고 나면 마일리지가 쌓여 무료 항공권을 얻게 되니 뭔가 대단한 횡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다. 그런데 이런 ‘공짜’ 티켓이 알고 보면 공짜가 아닌 경우가 너무나 많다. 고유가로 비용부담이 커진 항공사들이 유류 할증료,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추가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공짜’는 없다는 것이 여행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항공사들, 유가 치솟으면서 승객들에 부담전가
유류 할증료에 세금, ‘무료티켓 처리’ 비용까지
최근 브리티시 항공 비자카드는 판촉을 위해 달콤한 제안을 했다. JP 모건 체이스가 발급하는 이 비자카드를 신청한 고객들이 카드로 2,000달러만 지출하면 10만마일의 마일리지를 적립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이론적으로 이만한 마일리지면 두 사람이 뉴욕에서 런던까지 가는 무료 항공티켓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사실은 이 ‘공짜’ 티켓을 얻으려면 티켓당 5만마일의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데 더해 일인당 53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항공사가 세금, 수수료 그리고 350달러의 연료비를 추가로 얹기 때문이다.
많은 항공사들이 적립 마일리지를 이용한 무료 티켓 승객들에 대해 정부 세금이나 수수료를 지불하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많은 외국 항공사들은 그에 더해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유류 할증료가 부과되고 있지 않다.
“한편으로 보면 미국인들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국내 항공사들이 그런 추세를 따라가는 데 아직은 조심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 변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온라인 여행 정보회사인 Frequent Flier.com의 발행인 팀 윈십의 말이다.
델타항공의 경우 실험적으로 지난 2007년 마일리지 티켓에 대해 유류 할증료를 부과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이를 쫓아오지 않고 유가도 하락하자 2008년 할증료를 없애 버렸다.
델타의 폴 스크르벡 대변인은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나들면서 유류 할증료 부과 정책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은 국제선이나 국내선 모두의 마일리지 티켓에 대해 할증료를 부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미국 항공사를 이용하면 마일리지 무료 티켓 승객들이 다른 비용들을 모두 면제받는다는 말은 아니다. 특히 해외여행을 할 때는 추가 비용이 적잖이 따라 붙는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경우 뉴욕 발 런던 행 일반석 마일리지 티켓을 얻으려면 적립 마일리지 5만5,000마일에 더해 174달러가 든다. 그 대부분 유나이티드가 운항하는 데 따른 영국과 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이다.
같은 노선에 대해 아메리칸 항공은 169달러에 4만마일, 델타는 172달러에 6만 마일을 요구한다. 물론 이들 세 항공사 모두 여행 날짜, 여행 좌석등급, 그리고 직항이냐 아니냐에 따라 더 많은 마일리지와 수수료를 요구한다.
그렇다 해도 이 비용들은 다른 외국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티켓에 부과하는 유류 할증료와 비교하면 훨씬 싼 액수이다. 대표적인 항공사들이 브리티시 항공, 에어 캐나다, 루프트한자, 버진 어틀랜딕, 그리고 전일본항공이다.
브리티시 항공은 마일리지 무료 티켓에 유류 할증료를 터무니없이 많이 부과하는 대표적 항공사에 속하는 데 그렇다고 브리티시만 그런 건 아니다.
브리티시 항공의 존 램플 대변인에 의하면 브리티시가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이었다. 티켓 당 4달러였던 것이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그리고 때로 하락함에 따라 조정되어왔는데 물론 대개의 경우 높게 조정되었다.
유류 할증료는 무료 티켓 뿐 아니라 돈을 내고 구매하는 일반 티켓에도 같이 적용되고, 일반석이냐 비즈니스냐 하는 등급, 그리고 여행 거리에 따라 계산된다고 그는 말한다.
“할증료를 부과하지 않으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유가가 치솟으니 그 비용부담을 승객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비싼 비용을 피해갈 수 있는 한 방법은 파트너 항공사를 통해 적립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정 항공사를 통해 적립한 마일리지는 같은 얼라이언스 안에 속한 항공편을 이용할 때도 사용가능하므로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지 않는 파트너 항공사를 찾으면 상당한 절약을 할 수 있다.
싸게 여행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FrugalTravelGuy.com의 릭 잉커솔은 브리티시 항공에 적립한 10만마일을 아메리칸 항공의 미국 내 왕복 티켓으로 이용했다. 각각 2만5,000마일 씩 4장의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적립 마일리지를 이용한 공짜 티켓으로 여행을 하려면 유류 할증료, 정부 세금뿐이 아니다. 근년 점점 수수료가 늘고 있다. 항공사마다 고유가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해 이전에는 없던 온갖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일리지 티켓의 여행일정을 바꾸면 아메리칸, 델타, US 에어웨이스는 150달러를 부과한다. 다른 항공사들은 대략 75달러에서 100달러 선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렇게 일정을 바꿔야 할 경우 여행 자체를 완전히 취소하고 마일리지를 다시 적립하는 데 드는 비용과 거의 맞먹는다. 물론 마일리지 회원 중 등급이 높은 승객들에 대해서는 비용들이 면제되거나 할인된다.
US 에어웨이스의 경우 마일리지 티켓 이용 여행스케줄을 온라인이 아니라 전화로 예약하면 비용이 30달러나 된다(보통은 15달러에서 25달러 선). 그에 더해 US 에어웨이스는 공짜 마일리지 티켓 이용승객들에 대해 ‘마일리지 티켓 처리비용’으로 25달러에서 50달러를 추가 부과한다. 다른 항공사들에는 거의 없는 비용이다.
마일리지 승객들을 놀라게 하는 또 다른 비용은 ‘마지막 순간’ 예약시의 비용이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탑승 시점으로부터 3주가 못되면 ‘마지막 순간’ 예약으로 간주한다. 그 비용이 50달러에서 100달러인데 항공사마다 제각각이다.
델타항공은 이 비용을 지난해 없앴다. 하지만 유나이티드는 6월15일부터 마일리지 티켓을 출발 21일 이내에 예약하면 7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마일리지플러스의 엘리트 회원들에 대해서는 할인이 적용된다.
이런 저런 비용들을 생각할 때 더 이상 ‘공짜 티켓’은 없다는 것이 여행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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