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여성 방송인이 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삶과 죽음사이의 경계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가. 죽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면 얼마든지 이를 악 물고 살 수 있을 텐데 왜 죽는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한 우울증으로 알려졌다. 또 트위터, 싸이월드, 페이스북같은 SNS에서 쏟아지는 악풀도 큰 작용을 했다고 한다. 보다 나은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문명의 이기가 이젠 사람을 잡는 덫이 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내는 무책임한 언어의 횡포를 방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울증은 오늘날 현대인에게 감기처럼 보편적인 병이 되었다. 한국의 국민 2명 중 1명꼴로 우울 증상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배우자와 부모의 상실, 이혼, 실연, 수험과 사업의 실패를 겪은 사람들은 극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시련과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상 이겨내기가 더 어려워 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 놀라운 아이러니가 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가운데서 우울증으로 고통 받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 다윗, 엘리야, 바울이 그렇다. 링컨, 베토벤, 에디슨, 헬렌 켈러, 에밀리 디킨슨도 극심한 우울증으로 시달렸다. 하지만 이들은 신앙의 힘으로 그것에 맞섰고, 마침내 이것을 극복하여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 특히 미국의 천재 여성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은 실연(失戀)으로 인한 우울증의 고통과
절망감을 문학의 열정으로 이겨낸 대표적 케이스다. 디킨슨은 매사추세츠 명문 가정에서 나서 자랐다. 그의 할아버지는 엠허스트 대학을 창립한 저명한 교육자였고, 아버지는 변호사로서 엄격한 청교도였다.
그가 30세 되었을 때 지독한 실연의 아픔을 겪었다.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이별했다. 이 일로 인하여 그는 정서적, 정신적인 상처를 입어 대인 기피증을 갖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엄격한 청교도였던 아버지와의 신앙 차이로 우울증을 앓았다. 이후로 죽을 때 까지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은둔주의자가 되어 시를 쓰며 외롭게 살았다. 시인이라지만 생존에 그가 발표한 시는 고작 7편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가 죽은 후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1,700여 편의 주옥같은 시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록 독신으로 조용하게 살았지만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거나 실연의 아픔을 되씹으며 과거 지향적으로 살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실연의 아픔과 정신적 상처를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켜 놓았다. 놀라운 것은 실연의 아픔을 겪은 그가 사랑, 기다림, 희망, 천국에 대한 시를 많이 썼다는 점이다. 그가 살아 있을 때는 무명의 시인이었으나 사후(死後)에는 미국 최고의 여류 시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픔과 고뇌의 깊이만큼 디킨슨의 시는 독특했다. 고루한 옛 사상과 전통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늘 새로운 시를 쓰려고 몸부림 쳤다. 오랜 생각의 제련을 통하여 분출된 그의 시어(詩語)는 언제나 신선했다. 그는 아마 문학의 열정으로 실연의 아픔을 이겨낸 대표적인 인물일 것이다. 디킨슨을 자세히 보라. 어떤 실연과 우울증의 아픔도 그의 삶을 삼키지 못했다. 그의 치열한 문학의 열정이 그것들을 삼켜 버렸기 때문이다. 어디 디킨슨뿐이랴. 링컨도 그의 나이 불과 10살 때 어머니 낸시를 잃었다. 20살 때는 누이 사라까지 잃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27세 때에는 열렬히 사랑했던 약혼자 앤 러틀리지를 갑자기 열병으로 잃었다. 42살이 되어서는 둘째 아들 에드워드를 53살 때는 셋째 아들 윌리엄을 잃었다.
이 결과로 링컨은 혹독한 우울증을 앓았다. 그러나 링컨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불안할 때 마다 성경을 읽었다. 성경을 통하여 고난을 극복하는 힘과 지혜를 얻었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링컨이나 디킨슨은 불행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에 눌려 살지 않았다. 아픔과 고난을 아름다운 시와 정치로 승화시켜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리더의 삶을 살았다. 실패와 실연으로 고뇌하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실패와 실연이 인생의 끝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상구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