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자살률 사이에는 일종의 비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료 분석 결과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도가 높은 주가 일반적으로 자살률도 높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하와이의 경우 주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전국 2위, 자살률은 전국 5위로 집계됐다.
불행한 느낌은 행복한 사람들 곁에서 부피를 키운다. 일종의 ‘상대성 이론’이다. 불행은 행복 옆에서, 행복은 불행 곁에서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풍요 속에서 빈곤은 더욱 ‘빈티’를 내고, 키다리들에 둘러싸인 ‘작달이’는 더욱 작아 보이는 법이다. 수학시험에서 빵점을 맞아도 주변 친구들 대다수가 같은 처지라면 창피하다는 생각은 줄어들고 100점을 받아봤자 급우들 모두가 만점이면 별로 자랑스러울 게 없다.
해밀턴 칼리지 연구팀 “삶의 만족도, 자살률과 비례”
유타 만족 1위-자살 9위, 뉴욕 만족 45위-자살 50위
빨강색과 파랑색을 한데 놓으면 서로의 차이를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보색효과를 내지만 어슷비슷한 색상인 녹색과 연두색을 나란히 세우면 서로를 품어주는 흡수효과를 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로 가득 찬 곳에서 자살률이 유난히 높은 것도 같은 이유, 즉 ‘당신들의 행복’이 ‘나의 불행’을 강조하는 심리적 보색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국가들 명단의 맨 위쪽에는 늘 덴마크와 스웨덴이 자리 잡고 있다. 국가별 국민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줄기차게 수위를 달리는 이 두 나라는 자살률에서도 1, 2위를 다툰다.
일부 사회과학자들은 이런 추세를 길고 음울한 겨울이라든지 자살에 관한 문화적 차이 등 지역적 요인으로 설명하려 든다. 한 마디로 행복도와 자살률 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영국 워릭대학과 미국 뉴욕주 클린턴 소재 해밀턴 칼리지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과 손잡고 전국 230만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50개 주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와 자살률을 각 주별로 대조하는 공동 작업을 펼쳤다.
이들이 주별 대조방식을 택한 이유는 국가별 비교에 비해 조사 대상의 동질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도 지역에 따라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유사한 종교와 언어, 정부 프로그램 등을 공유하는 탓에 이들 사이의 이질적 요인은 외국인들에 비해 훨씬 적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전체적인 행복감과 자살위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반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주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
해밀턴 칼리지의 경제학 부교수 스티븐 우 박사는 “가까운 사람이나 이웃에 비해 자신의 상황이 훨씬 열악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바로 이 같은 상대적 비교로 인해 더욱 불행하고 우울한 기분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소득이나 실업에 대한 조사 대상자들의 반응은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같은 문제를 지닌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달랐다”고 말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을수록 부정적 반응의 강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우 박사는 실제로 주변에 실직자들이 넘치는 곳에서는 이들이 느끼는 자괴감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주는 유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타의 자살률은 50개 주 가운데 9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뉴욕은 삶의 만족도에서 45위로 바닥권이지만 자살률도 전국에서 가장 낮다.
조사 대상자들의 인종, 교육정도와 취업 상태 등 불균형 요인들의 조정을 거친 결과도 이와 동일하게 나왔다.
미국에서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유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주인 하와이는 자살률 순위에서 전국 5위를 기록했다.
반면 주민 행복도가 47위인 뉴저지는 자살률도 47위였다. 삶의 만족도가 지극히 부실한 지역에서 자살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주변에 만연한 ‘평등한 불행’으로 “내 처지가 특별히 나쁜 게 아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우 박사는 설명했다.
물론 예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뉴햄프셔의 삶의 만족도는 전국 28위로 중간수준이었으나 변동요인을 감안해 조정한 자살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앨라배마도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9위로 꽤 괜찮은 편인데 자살률은 전국 45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우 박사는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삶의 만족도와 자살률은 통계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상호관련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자료가 자살의 빗장을 풀어주는 사회적 조건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박사는 “그렇다고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불행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이주하라는 말은 아니다”며 “단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상대적 비교가 심리상태에 대단히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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