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비판 앞장서온 反정부 신문 발행인
푸틴 창설 정치연합체 ‘국민전선’ 참여 발표
반(反) 정부 성향의 신문을 발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치권력에 대립각을 세워온 러시아의 대표적 야당 성향 기업인 알렉산드르 레베데프(52)가 푸틴 총리가 최근 창설한 정치연합체 ‘전(全) 러시아 국민전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전선은 앞서 이달 6일 푸틴 총리가 올해 말 총선과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창설을 제안한 정치연합체다. 푸틴은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을 중심으로 노조, 청년ㆍ여성 단체, 퇴역 군인 단체 등 각종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국민전선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前) 소련 대통령과 함께 반 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발행하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레베데프가 사업을 그만두고 ‘국민전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히자 푸틴 총리 공보실이 20일 즉각 환영 의사를 표시하고 나섰다.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군의 체첸 내 인권유린 등을 포함한 푸틴 정권의 비리를 폭로해온 야권 신문이다.
러시아의 대규모 은행 ‘국가비축은행(NRB)’ 사장으로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주식 30%를 보유한 레베데프는 19일 현지 인터넷신문 ‘가제타루’와의 인터뷰에서 "두 달 안에 사업을 접고 평범한 시민으로 사회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이 2006년 창설해 이끌고 있는 사회문제 고발 단체 ‘우리 수도’의 대표로서 푸틴의 국민전선에 참여하겠다며 "그들(창설자들)이 국민전선의 문이 열려 있다고 주장해 온 만큼 나를 받아들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레베데프는 자신의 블로그에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고위 간부와 일부 은행의 비리를 고발하는 동영상 자료가 잘못 올라간 일로 중앙은행 및 정보기관 등과 문제가 생겨 더이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 전날 레베데프의 블로그에는 돈세탁 등의 비리 혐의가 있는 FSB 장군과 은행 등의 목록이 포함된 15분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레베데프는 동영상에서 "러시아 내 950개 은행 가운데 500~600개가 돈세탁용"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총리 공보실장은 20일 레베데프의 국민전선 참여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푸틴 정권 비판에 앞장섰던 야권 재벌의 ‘투항 선언’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모스크바 정치 전문가들은 레베데프의 국민전선 참여 발표에 다목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민전선 회원 자격으로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의 공천을 받아 올 12월 총선에 출마하려는 생각과 함께 푸틴의 국민전선이 반 정부 성향의 정치인을 받아들일 만큼 개방적인지를 시험해 보겠다는 계산이 함께 숨어있다는 것이다.
레베데프는 독특한 이력의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대령 출신인 그는 1980년대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KGB 정보 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틴 총리도 한때 옛 소련 KGB 요원으로 동독에서 근무했었다.
이후 사업에 뛰어들어 러시아의 대표적 갑부가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올 4월 발표에 따르면 그는 21억 달러의 개인자산으로 러시아 200대 부자 가운데 45위를 차지했다.
레베데프는 국내에서 반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발행하면서 2009년엔 180년 역사의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를 사들여 무가지로 전환했고 지난해 3월엔 경영난에 빠진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를 1파운드(약 1천700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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