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BBK 의혹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BBK 사건은 지난 2월 한국검찰에 자진출두한 에리카 김씨가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했던 자신의 2007년 발언이 거짓이었다고 진술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다스사가 미 법원에 김씨 남매에 대해 제기한 140억원 환수소송을 취하하면서 의혹의 불씨가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다스가 소송을 취하하기 전인 지난 2월 김씨 측으로부터 스위스 은행계좌를 통해 140억원을 비밀리에 송금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BBK 의혹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다스 관련 소송의 전말을 정리했다.
에리카 김씨
김경준씨
김경준 “이 대통령 증인신청”자진출두 에리카 김 “허위 진술”기소유예
연방법원, 검찰에 ‘동결자산 다스 불법 송금’조사 요청… 재수사 가능성
■다스 140억 투자금 반환소송은
다스(옛 대부기공)는 지난 2000년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2003년 다스는 김경준씨가 35∼40%의 수익률을 약속했으나 이 돈을 미국과 제3국의 유령회사로 빼돌려 140억원을 횡령했다며 미국 법원에 재산환수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법원은 2007년 8월 1심에서 다스의 소송을 기각했으나 다스가 항소를 제기해 지난 4월5일 다스의 소송 포기 전까지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문제의 다스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큰 형 상은씨와 작고한 처남 김재정씨가 실소유주로 되어 있어 형식상 이명박 대통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회사. 그러나 다스는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주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최근 작고한 김재정씨 일가의 다스 지분 5%가 이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
단’에 이전돼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스 140억 소송취하와 비밀송금
지난 4월5일 다스는 김경준씨를 상대로 제기한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소송을 취하(본보 5월12일자)했다. 다스가 소송을 취하한 시점은 에리카 김씨가 한국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시점과 다스의 지분 5%가 이 대통령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청계재단’으로 이전된 시점과 맞물려 있어 소송취하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그러나 다스사가 소송을 취하했던 것은 이에 앞서 김씨 측으로부터 140억원을 스위스 은행계좌에서 비밀 송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 측은 지난 2월1일 스위스의 ‘크레딧 스위스 은행’계좌에서 140억원을 다스 측에 송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은행계좌는 김경준씨가 대표인 ‘알렌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 LLC’소유로 약 3,000만달러가 예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계좌는 연방법원이 동결을 명령해 다스나 김씨 측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상태였다.
■법원, 검찰에 불법송금 조사 지시
동결한 자산이 비밀리에 인출된 사실이 드러나자 연방 법원은 강도 높은 수사를 연방 검찰에 요청했다. 연방 법원은 양측 변호인에게 동결자산 인출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 은행계좌의 남은 자산을 법원 사무국에 이체할 것을 명령했다.
특히 법원은 옵셔널 캐피털 소액주주들에게 37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 직전에 140억원이 다스에 송금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으며 비밀송금 행위를 미 법원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있어 연방 검찰의 불법 송금 조사를 계기로 BBK 사건 전반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리카 김씨의 한국검찰 출두 배경
김씨의 140억 비밀송금 사실이 드러나면서 에리카 김씨가 지난 2월 한국검찰에 자진출두하게 된 이유도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경준씨는 다스 소송이 진행 중인 미 법원에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대통령이므로 이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초강경 서면의견서를 제출했고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2월25일 에리카 김씨가 돌연 한국에 입국했다.
그렇다면 김씨가 초강수를 뒀던 지난해 11월부터 에리카 김씨가 한국에 입국한 2월25일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김씨의 서면의견서가 제출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다스와 김씨 측의 합의 협상이 시작됐다. 이는 지난 해 11월18일 다스 측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확인된다. 협상이 시작된 지 약 2개월 뒤인 2월1일 김씨 측은 스위스 은행계좌에서 140억원을 인출해 다스 측에 송금했다.
그러나 송금이 이뤄진 지 약 1주일이 지난 2월7일 김씨 측은 옵셔널 캐피탈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김씨측에 옵셔널 캐피털에서 횡령한 37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 이 판결이 내려진 지 약 3주가 지난 2월25일 에리카 김씨는 돌연 한국에 입국했다.
■에리카 김씨는 파산 신청
연방 법원이 동결명령을 내린 140억원을 다스에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달 25일 에리카 김씨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씨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김씨의 자산은 460만달러인 반면, 부채는 3,900만달러에 달한다. 부채 중 370여만달러는 연방 국세청에 미납한 세금으로 담보가 설정된 것이고 나머지 부채는 지난달 2월 법원의 판결을 받은 옵셔널 캐피털 소송 배상금 3,500만달러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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