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체격에 야성미 넘치는 검은 모발과 짙은 눈썹을 지닌 리처드 파두다는 아무리 뜯어보아도 속눈썹 영양제인 ‘라티쎄’(Latisse)를 사용할 타입은 아니다. 라티쎄는 보톡스 제조사인 엘러간(Allergan)이 개발한 용액타입의 녹내장 치료제지만 속눈썹을 키우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원래 용도와는 거리가 먼 미용보조제로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파두다는 라티쎄를 속눈썹이 아닌 머리털을 ‘재배’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속눈썹 영양제‘라티쎄’도 효과 입소문불구
약값 너무 비싸고 대머리 근본치료 안돼
기존 머리털 DNA복제 연구 조만간 성과
리처드 파두다는 라티쎄가 효과는 탁월한 반면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올해 32세의 남성인 파두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하루 한 차례씩 관자놀이에 라티쎄를 서너 방울 발라주었는데, 효과가 그만”이라고 말했다. 가늘고 성기던 관자놀이 부근의 머리털이 라티쎄를 사용한지 몇 주 안 돼 눈에 띄게 굵고 검어 지더라는 것.
초기 탈모증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뗏장을 입힌 듯 풍성한 머리털을 유지하고 있는 파두다는 지난해 말에야 라티쎄를 처방받았지만 헐벗은 ‘무주공산’의 소유자들은 연방식품의약국(FDA)이 2008년 12월 라티쎄를 승인하기 무섭게 대머리 남성들의 친교 사이트(baldtruthtalk.com)에 이 약의 임상실험 과정에서 드러난 속눈썹 성장 효과를 자세히 전하며 들뜬 반응을 보였다.
속눈썹을 자라나게 한다면 머리털도 키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라티쎄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의 수도 급속히 늘어났다. 물론 FDA는 라티쎄를 탈모치료제로 승인한 적이 없다. 현재 FDA의 공식 승인을 받은 탈모치료제는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 두 가지 뿐이다. 이들 가운데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로게인이라는 상표를 달고 모발촉진제로 팔리고 있다.
머크사에 의해 양성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된 피나스테리드도 미국 최초의 경구용 모발촉진제인 프로페시아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라티쎄를 모발촉진제로 처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원하는 환자들에게 이를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피부과 전문의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파두다에게 라티쎄를 처방해 준 피부과 전문의 겸 모발재생 전문가인 앨런 바우먼 박사도 이들 중 한 명이다. 2007년부터 라티쎄의 주요 성분인 비마토프로스트(bimatoprost)를 모발치료에 활용해 온 바우먼 박사는 환자들의 70%가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티쎄도 탈모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로게인 혹은 프로페시아와 마찬가지로 라티쎄도 죽어가는 모낭에서 자라는 머리털을 강하고 검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보이지만 모낭 자체를 되살릴 수는 없다. 기존의 성기고 가늘어진 머리털을 보강해주는 역할을 할 뿐 ‘공터’를 새로운 숲으로 채워주진 못한다.
‘민둥산’을 ‘검은 초원’으로 만들고 싶다면 현재로선 한 번에 1만달러씩을 지불하고 모발이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발이식을 해도 자연스런 헤어라인을 갖기 힘들다.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머리에 돈 심었느냐”는 조롱기 섞인 인사를 받곤 한다.
바우먼 박사에 따르면 완전한 대체모발의 유일한 희망은 복제다. 그는 벌써 수년째 과학자들이 기존의 머리털 DNA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발을 복제하는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 명의 연구원이 재생약품 전문업체인 A셀(ACell)의 상처 치료제를 이용해 뽑혀 나간 머리털을 재생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회의적인 반응에 부딪혔지만 FDA의 승인을 획득한 A셀의 분말 상처치료제가 모발 생성을 촉진한다는 아이디어는 머리털 복제 경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A셀 약품으로 실험을 진행중인 컬럼비아 대학 피부임상학 교수인 로버트 번스타인 박사는 “모발 복제가 현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개발이 계속 늦추어졌지만 “모발 복제는 의심할 나위 없이 성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10년 내에 상업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일부 질병은 특정 시점을 넘기면 진행을 막을 수 없지만 모발복제는 일단 성공할 경우 연령과 ‘황폐’ 정도에 상관없이 그 어떤 민둥산도 ‘교정’할 수 있다고 번스타인 박사는 강조했다. 그 때까지는 라티쎄나 로게인, 프로페시아에 의존해 남아 있는 머리털을 최대한 방어하는 게 유일한 방책이다.
라티쎄는 하루에 단 한 차례만 사용하면 되고 미녹시딜에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도 안전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라티쎄 1개월분의 가격은 150달러. 그러나 이는 속눈썹을 자라게 만드는데 필요한 분량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머리의 벗겨진 면적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이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지불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사용한지 단 3주 만에 효과를 보았다며 라티쎄 예찬을 펼쳤던 파두다도 가격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채 결국 4개월 만에 프로페시아로 돌아섰다.
일부 스타일리스트들은 효과가 제한적인 모발촉진제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아예 대담하게 ‘대머리 패션’으로 역발상의 승부를 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자연스럽게 숨기거나 머리털 몇 가닥으로 ‘속 보이는’ 기교를 부리려들지 말고 말끔히 면도질을 해버리는 게 외관상으로 훨씬 낫지 않겠느냐는 것. 그러나 남성들은 대머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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