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리는 노동시장의 그늘”
경기침체 후 급증 100만명 달해
동구권 인력유입으로 더 심화될 듯
실업률 낮추는 데는 크게 기여
<프랑크푸르트>피터 힌터마이어는 올 60세의 배관공이다. 그는 독일에 다시 경쟁력을 안겨준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전혀 기쁘지 않다. 원래 동독 에르푸르트 출신인 힌터마이어는 지난 15년간 임시직으로 일했다. 그는 “돈을 덜 받고 같은 일을 한다”고 푸념했다. 그가 받는 임금은 시간당 9유로, 즉 13달러이다. 이 돈은 동독의 평균임금보다 2달러86센트가 적은 것이며 서독의 평균보다는 무려 8달러 정도가 낮다.
게다가 “발전을 위한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이 힌터마이어의 불만이다. 그는 종종 동료들로부터 저임금 경쟁을 부추긴다는 분노의 시선을 받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힌터마이어는 거의 100만에 달하는 임시직 노동자의 한명이다.
이 숫자는 독일 노동인구의 3%를 차지한다. 임시직은 독일에 노동유연성을 가져다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이 지난 2009년 경기침체 후 다시 일어서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판매가 떨어지자 기업들은 노동력을 임시직으로 대체해 경쟁력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2003년 독일정부가 기업들의 비정규직 고용규정을 완화해 주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노조들은 입법개혁과 계약협상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시직은 노동시장의 그늘로 용납하기 힘들다”고 IG메탈 노조의 베르트홀드 후버 위원장은 말했다.
유럽에서 급증하는 임시직은 오는 5월1일 유럽연맹 국가들 간의 노동이동 규제가 철폐되면 한층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기리는 노동절이다. 규제가 철폐되면 임시직 알선기관들은 폴란드 같은 국가에서 독일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로 저임금 노동자들을 적극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직보다 홀대를 받는 임시직들의 사연은 넘쳐나지만 규제가 완화된 독일 노동시장은 일부 기업들이 생산지를 다른 국가로 옮기지 않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BMW사는 성명을 통해 “만약 우리가 임시직을 사용할 수 없었다면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됐을 것”이라며 “우리 생산 자동차의 80%는 해외에서 팔리지만 노동력의 75%는 국내에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논쟁의 중심에는 임시직 저임금 노동자가 아예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나은가 하는 문제이다. 임시직의 증가는 독일의 실업률 감소에 기여했다. 실업률은 지난 2005년의 12%에서 현재는 7% 수준으로 급락했다. 임시직 알선업체들은 훈련이 부족한 실업자들을 적극 흡수해 왔다. 임시직은 신규고용의 3분의2를 차지한다고 독일 연방고용국은 밝히고 있다.
네덜란드에 소재한 전 세계적인 임시직 알선기업인 란스타트 홀딩은 독일에서 지난 2년간 5만개의 임시직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이 회사의 경영자인 벤 노트붐은 밝혔다. 그는 일자리를 얻은 대부분의 사람이 실업자였다고 덧붙였다. 노트붐은 임시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당황스럽다며 일부 기업들의 임시직 악용이 여론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 내에서는 우리 비즈니스에 대한 공격이 더 강하다. 기업들이 독일을 떠나게 하려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노트붐은 또 독일이 여전히 임시직을 가장 강력히 보호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임시직’이라는 명칭이 잘못됐다며 자사가 고용을 알선한 독일 임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건강보험과 연금 혜택을 받고 있음을 들었다. 그들은 단지 다른 기업에 임대된 근로자들이라는 것이다.
BMW의 노베르트 라이트호퍼 사장은 종종 임시직의 고용이 지난 2009년 경기침체 와중에서 수익성을 보존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말해왔다. 판매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을 때 재빨리 인력을 감축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정규직을 줄일 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BMW는 “임시직은 핵심 인력과 임시직 고용알선 기관들에 보다 유연한 고용환경을 제공하는 유연성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임시직에도 정규직과 똑같은 노조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운동가들은 다른 기업들의 경우 정규직을 대체하고 같은 일을 근로자의 임금을 조직적으로 낮추기 위한 목적에서 임시직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평균적으로 임시직은 정규직보다 20% 덜 받으며 어떤 경우에는 40%까지 차이가 난다고 오토 브레너 재단은 밝혔다. 이 연구를 수행한 관계자는 임시직에 고용된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금속산업 노조를 대표하는 IG메탈의 조직가인 죄르그 바이간트는 “기업들이 좋은 임금을 받으며 안정감을 갖고 일하던 근로자들을 내보내고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에서 임시직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캠페인이 중도우파 정권의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노조들은 기업들에 대해 임시직 고용을 중단하고 최소한 정규직과 같은 임금 혹은 작업환경을 제공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노조는 또 임시직 문제를 내년도 단체 노사협상의 의제로 제기할 계획이다.
5월1일 노동이동에 대한 국가 간 장벽이 없어질 경우 동유럽에서 노동력이 몰려 들어올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독일 의회는 임시직에 대해 서독은 시간당 7.80유로(11달러17센트), 동독은 6.90유로(9달러88센트)의 최저임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독일 기준으로는 낮지만 동유럽 기준으로는 가난한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 노동자들을 유입시킬 만큼 충분히 높다.
배관공인 힌터마이어는 몇 번 정규직을 제안 받았지만 그 업체들은 임금을 제때주지 않는 곳들이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임시직 처우개선을 위해 노조와 손잡고 일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분위기를 고려할 때 “변화가 가능하리란 희망이 별로 없다”고 그는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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