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한국검찰에 “수사기록 넘겨달라” 요청
2007년 학력위조사건의 시발점이었던 신정아씨가 자전적 에세이 ‘4001’를 출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사진=연합>
미 연방판사, 국제협약 따른‘증거조사의뢰장’ 발부
외교절차 거쳐 조만간 전달...한국정부 대응에 관심
미국이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과 관련된 한국 검찰의 수사기록을 한국에 공식 요청한다.동국대학교가 예일대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담당한 미 연방 코네티컷지방법원 할리 B. 핏스시몬스 판사는 법원이 한국 정부로부터 신씨 사건과 관련된 한국검찰의 수사기록을 넘겨받기 위해 국제 협약에 따른 ‘증거조사의뢰장’(Letters Rogatory)을 발부키로 했다.‘증거조사의뢰장’은 ‘헤이그 증거조사협약’(민사 및 상사의 해외증거조사에 관한 협약)에 의거한 국가 대 국가간의 국제 법률 협조 요청으로 특정 국가의 법원이 상대 국가의 법원에 해당 사건과 관련된 증거 또는 증인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법원의 이번 판결은 요청과 응답이 이뤄지는 집행 과정에서 자칫 한미 양국간의 외교적 마찰로까지 빚어질 수 있는 요소가 내포돼 있어 주목된다.특히 신씨 사건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깊숙이 연관돼 당시 검찰 수사가 매우 광범위한 차원에서 민감한 사안들까지 깊게 다루었다는 점을 볼 때 관련 수사기록에 대한 미국의 공식 요청에 한국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핏스시몬스 판사의 이번 판결은 동국대가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고 있는 예일대가 한국검찰이 신씨 학력위조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동국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일부 취조기록 및 진술들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예일대는 이번 재판 준비 진행과정에서 신씨 사건과 관련돼 한국 검찰이 동국대 직원들과 간부들을 상대로 실시한 수사기록 및 내부 메모 등 일부 문건을 입수해 증거로 제출하려 했으나 동국대는 한국검찰 기록이 외부에 유출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예일대 측이 불법으로 이를 확보했음을 주장하고 그 사용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동국대측은 특히 예일대측이 입수한 자료가 완벽한 수사기록이 아니라 ‘구미에 맞춰 선별한’(cherry picking) 부분적 자료라는 점과 그 자료들 자체마저도 한국검찰의 진짜 기록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증거로서의 가치를 부인했다.
그러자 예일대측은 동국대가 제기한 ‘자료의 신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이 국제협약에 따른 ‘증거조사의뢰장’을 발부, 한국으로부터 신씨 사건과 관련 동국대 직원들과 전·현직 간부들이 2007년 서울서부지검에 제공한 진술 등 특정 자료들을 공식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동국대측은 예일대측의 요청은 부분적 자료 요청이라고 반대하며 오히려 법원이 한국검찰의 동국대, 신정아, 임용택(전 동국대 재단이사장), 변양균 수사와 관련된 모든 진술과 증거, 압수수색 자료들 등 소위 ‘신정아 게이트’와 관련된 서울서부지검의 완벽한 기록을 한국에 요청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양측의 주장을 2월16일 심의한 핏스시몬스 판사는 법원이 예일대와 동국대가 확보하기를 원하는 증거를 한국에 공식 요청하는 ‘증거조사의뢰장’을 발부하도록 판결했으며 지난 4일 의뢰장의 구체적인 자료 요청 범위와 발부 시기 등을 포함, 소송의 진척 및 일정을 점검하는 ‘현황협의’(status conference)를 열었다.따라서 법원의 의뢰장이 조만간 발부돼 외교 절차를 거쳐 한국 정부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국대가 2008년 3월24일 미 연방 코네티컷지방법원에 예일대를 상대로 5,000만 달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된 양측의 법정공방은 현재 재판준비 마무리 단계로 예일대측이 8월1일까지 법원에 ‘약식판결’(summary judgement) 신청을 제출토록 돼 있어 빠르면 오는 9월 중 사건이 종결되거나 배심재판 진행 여부 및 일정이 확정될 전망이다
■ 학교명예 걸린 대학간 진실게임
명예회복 가능할까?
신정아씨 학력위조 사건에 대한 한국검찰의 수사기록이 동국대와 예일대가 미국 연방법원에서 벌이고 있는 손해배상 소송의 핵심 증거로 떠올랐다.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국제협약에 근거해 한국 정부에 관련 수사기록을 넘겨달라는 공식 요청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동국대와 예일대의 법정 분쟁은 신정아씨가 2007년 10월 학력 위조 등 혐의로 영등포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사건과 관련 동국대가 2008년 3월24일 미 연방 코네티컷지방법원에 예일대를 상대로 5,000만 달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동국대는 소장에서 예일대 대학원 부학장이 박사학위 수여 여부를 확인하는 학교 ‘프로토콜’(protocol)을 따르지 않아 예일대가 동국대에게 신정아씨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다고 잘못 알려주었다고 주장했다.동국대는 또 예일대가 2007년 7월부터 9월까지 한국 언론에 신씨에게의 박사학위 수여를 부인
한 것은 물론 동국대로부터 신씨 관련 (학위 수여확인) 요청을 받았음을 일체 부인하는 허위 및 명예 훼손 발표를 했다며 한국 언론을 상대로 한 예일대의 지속적인 잘못된 발표로 인해 동국대가 직접적인 피해와 명성에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이에 예일대는 모든 책임을 부인했다.
예일대가 학위 수여 여부에 대해 동국대에 확인해줘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으며 양교 사이에 그러한 관계를 설립하는 ‘무언의 계약’(implied contract) 마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다.예일대는 동국대에 대한 그 어떠한 명성 손상도 동국대와 신씨, 임 전 동국대 재단이사장, 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로 인한 것으로 동국대 자체의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일대는 구체적으로 동국대가 홍기선 전 동국대 총장을 통해 신씨와 변 전 실장과 함께 신씨를 채용하는 대가로 대학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도록 공모했다고 주장했다.예일대는 또 임 전 이사장과 신씨, 변 전 실장과의 부당한 관계 역시 문제를 삼고 이들의 형사사건에 대한 한국법원과 서울서부지검의 수사기록 등이 이번 소송과 관련된 증거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는 ▲신씨와 변 전 실장과 공모하지 않았고, ▲그러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으며 ▲정부로부터 받은 모든 지원은 모든 차원에서 합당했고, ▲홍 전 총장과 임 전 이사장이 신씨와 변 전 실장과 부당한 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동국대는 더 나가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서울서부지검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다.따라서 법원은 예일대의 주장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그에 대한 동국대의 반박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협약을 내세워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키로 한 것이다.이는 법원이 한국 검찰 수사기록과 관련된 서로의 주장을 ‘이번 소송의 본질’(nature of the proceeding), 즉 핵심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정아 스캔들’ 사건과 관련, 신씨는 한국 법원에서 ‘사문서 위조 및 업무상 횡령’으로 1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으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변 전 실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임 전 이사장은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각각 선고 받았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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