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붙박이’들은 자신의 생활습관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컴퓨터나 TV와 벗하며 지내는 요지부동의 ‘앉은뱅이’형 생활방식이 심혈관 질환과 심장마비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날이면 날마다 스크린 앞에 죽치는 것은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만성적 자살행위’다. 하루 한 시간 이상 피트니스클럽에 나가 땀을 흘리고 매일 아침 조깅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으니 나머지 시간을 컴퓨터나 TV에 쏟아 부어도 별 탈이 없으리라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정기적으로 운동해도 위험 여전
근무중엔 자주 휴식·짧은 산책을
한 자리에 못 박힌 듯 앉거나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생활방식의 부작용은 몇 시간 운동을 하는 것으로 예방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건강 전문가들의 관심도 “얼마나 운동을 하느냐”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비활동적으로 지내느냐”로 점차 이동하는 추세다. 최근 미 순환기내과학회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컴퓨터와 TV 화면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경우 개인의 건강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컴퓨터나 TV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들에 매달려 장시간 몸을 움직여주지 않는 게 문제다.
논문 발표에 앞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팀은 스코틀랜드의 중년 남성 4,512명을 대상으로 평균 4년간에 걸쳐 추적관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하루 여가시간의 2시간 이상을 컴퓨터나 TV 스크린 앞에 앉아 보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두 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간이 4시간 이상이 되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이 50% 이상 증가한다.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 매주 몇 시간씩 운동을 한다고 해서 붙박이 생활에 따른 건강 위험이 감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TV 시청과 같은 비활동성 생활습관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근무시간을 제외하고 매주 23시간 이상을 앉아서 지내면 설사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해도 ‘붙박이 시간’이 매주 11시간 이하인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는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연구팀이 계산한 비활동성 시간에는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포함된다. 이렇게 따지면 직장인들 태반이 심장질환 위험을 자초하는 위험스런 생활습관에 노출되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비활동성 생활습관은 어린이들의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2009년에 발표된 보고서는 하루 1시간30분에서 5시간30분간 TV를 시청하는 어린이는 TV 시청시간이 하루 30분 이내인 또래에 비해 혈압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마른 체형이라거나 평소 운동을 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를 이끈 공중보건학부의 에마뉴엘 스타마사키스 박사는 미국인과 영국인은 하루 평균 3-4시간을 TV 시청과 인터넷 서핑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대부분의 경우 깨어 있는 시간의 20%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근무시간까지 합치면 앉아서 지내는 비활동적 시간이 수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게 된다. 연구팀의 추적관찰 기간인 2003년에서 2007년 사이에 조사에 참여한 4,512명의 중년 남성 가운데 325명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망했고 215명이 심근경색을 비롯한 심장질환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조사대상자들의 몸무게와 흡연, 직업적 신체활동은 물론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과 혼인여부, 사회적 소속 계층 차까지 감안, 사망원인 변수를 조정한 끝에 매일 여가시간의 4시간 이상을 스크린 앞에서 보낸 사람들의 사망률이 50%가량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컴퓨터와 TV 앞에서 여가의 2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사람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2.2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붙박이 생활습관이 가져오는 건강상의 이 같은 불이익은 지방대사(lipid metabolish)가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장시간 몸을 움직이지 않을 경우 지방단백질 리아파제(LPL)라고 불리는 지방 분해효소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든다.
LPL은 혈중지질을 분해해 근육이 에너지를 얻도록 도와주는데 이 효소의 활동이 줄어들면 혈관 내 지방과 트라이글리서라이드라 불리는 중성지방의 수치가 상승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운동은 효소 활동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미 높아진 심혈관 질환 위험을 떨어뜨리지 못한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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