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년전 중가주 차우칠라 스쿨버스 납치사건
어린이 26명 채석장 땅속에 묻은 밴에 감금
부유층 20대 3명이 공모한 미 최대 납치사건
“그만하면 죄값 충분” 사법당국 가석방 지지
“납치 기억은 묻어지지 않는다” 주민들 반대
35년전 캘리포니아 주 샌호아킨 밸리 차우칠라에서 26명의 초등학생을 태운 스쿨버스를 납치한 후 이들과 운전사를 채석장 지하에 파묻은 밴 속에 감금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 역사상 최대 납치사건으로 범인은 부유층 자녀인 3명의 20대 청년들이었다.
하교 길의 아이들 수십명이 증발해 버린 이 납치극은 미국인들의 기억 속에 ‘차우칠라’라는 소도시의 이름을 새겨 넣은 기상천외의 사건이었고 그곳 주민들에겐 지금도 너무나 기억에 생생한 ‘악몽’이었다. 이번 주 캘리포니아 주 가석방 위원회는 범인 중 한명에 대한 가석방 적격 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2월엔 당시 범인들 기소에 앞장섰던 판사, 검사, 수사관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범인들의 가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주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몸을 떨었고 소도시 차우칠라는 온통 이 화제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 녀석들에게 감옥살이가 사는 게 아니라면, 버스에 태운 채 묻어버리면 되겠네!”라고 사람들은 소리치기도 했다.
사건에 대한 감정은 아직도 뜨겁지만 복합적인 법의 영역은 경계가 뚜렷치 않은 회색지대에 속한다. 어디까지가 정의실현이고 어디부터가 감정적 보복인가?
가석방위원회가 지난 5일 가석방 적격 판정을 내린 납치범은 현재 56세가 된 리처드 숀펠드다. 그에 대한 가석방 적격 판정은 2008년 가석방위원회에서 결정되었지만 후에 무효화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결정된 것이다. 숀펠드의 가석방 신청은 그동안 20차례나 기각당한바 있으며 10여 차례씩 기각당한 다른 2명의 납치범은 아직 적격 판정을 받지 못했다.
22세에 감옥에 들어가 이제 50대 후반에 들어서는 리처드 숀펠드의 실제 가석방도 2021년이 되어서야 가능하며 주지사의 재심을 포함 몇 가지 장애를 넘어야 실현될 수 있다고 가석방위원회의 루이스 파티노는 말한다. 지금부터 2021년까지 재임중인 어느 주지사든지 숀펠드의 가석방을 재고하라고 위원회에 요청할 수 있다.
1976년 7월15일, 5~14세까지 26명의 아이들을 태운 노란색 스쿨버스는 뜨거운 오후 양옆에 과일나무들이 늘어 선 차우칠라 시골길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달리고 있었다. 파트타임 운전사 에드 레이는 차우칠라 태생의 농부였다.
길 가운데 막아 선 흰 밴이 고장 난 줄로 생각한 레이가 버스의 속도를 줄였을 때 밴에서 뛰쳐나온 것은 총을 든 3명의 청년들이었다. 아이들과 레이를 두 대의 밴에 옮겨 태운 이들은 11시간을 달려 100마일 떨어진 리버모어에 있는 채석장으로 가 미리 땅에 묻어놓은 또 다른 밴에 인질들을 감금했다. 새벽 4시 경이었다.
납치범들이 밴 지붕을 100 파운드짜리 대형 배터리와 철판 뚜껑, 흙더미들로 막아 놓고 가버린 후 운전사와 그중 나이 많은 소년들은 필사의 탈출 작전을 펼쳤다. 밴 안에 있던 14개의 매트리스를 쌓아 올려 밴 지붕에 닿은 후 나무막대 등을 이용해 철판 뚜껑 등을 밀어낸 것. 묻힌 지 16시간 만에 이들은 탈출에 성공했다.
납치범 중 한명은 채석장 소유주의 아들인 프레드 우즈였고 나머지 리처드와 제임스 숀펠드 형제는 의사의 아들로 모두 20대 초반의 부유층 자녀들이었다. 고교 재학시 이글 스카웃으로 언제나 단정했던 이들 3명은 함께 부동산,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며 영화업계의 거부가 될것을 꿈꾸었다.
이들의 범행 음모는 영화 시나리오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인질들은 전혀 다치지 않게 하면서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고 24시간 내에 끝내는 완전 범죄였다. 그런데 이들이 주택거래에서 3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되자 영화 시나리오는 곧바로 현실로 옮겨졌다.
아이들을 감금한 후 이들은 차우칠라 경찰국에 50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기위해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경찰의 전화가 계속 통화중이었다. 이들이 기다리다 지쳐 한잠 자고 일어난 때는 이미 전국이 납치당했다 탈출한 아이들의 뉴스로 발칵 뒤집어 진 후였다. 캐나다로 도주하려던 이들은 운전사 레이가 기억해낸 밴의 자동차 번호판을 추적한 결과 체포되었다.
이 사건은 그 후 소설로 출판되고 TV영화로도 제작 방영되었다.
납치범들에 대한 형량의 주요기준은 인질들의 신체부상 여부였다. 신체부상이 있어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내릴 수 있다. 3명의 소녀가 코피와 복통과 기절 등의 증상을 일으켰던 것을 근거로 1심에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에선 신체적 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검사였던 데이빗 미니어는 “솔직히 모범 복역수인 리처드 숀펠드가 수년전에 가석방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놀랍다”고 가석방위원회에 편지를 보냈으며 당시 쉐리프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데일 포어는 “그들은 단지 멍청한 부잣집 아이들로 그만하면 자신들의 죄 값은 충분히 치렀다”고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그러나 당시 납치당했던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들은 이 같은 가석방 지지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납치의 기억은 쉽게 묻어지지 않는다”고 계속 가석방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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