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녀인 앤 로건은 “자녀를 두지 않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진 않지만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앤 로건(63)과 그녀의 여동생 두 명은 자녀가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복 남동생은 물론 친가와 외가의 사촌 7명 역시 ‘후사’를 두지 않았다. 로건은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커진다고 털어놓았다. 이혼녀인 그녀는 가까운 친구들과 늘 신경을 써주는 이웃에 ‘둘러싸인 채’ 헨리라는 이름의 아비시니아 고양이와 맨해턴에서 ‘혼자’ 살고 있다.
위급시 도움·의지할 상대 되지만
무자식 노인 90%도 ‘행복한 인생’
2년 전 로건이 무릎관절 전치환수술을 받자 그녀를 보살피기 위해 멀리 포트워스와 워싱턴에서 친구들이 날아왔고, 여동생 중 한 명도 델레웨어에서 뉴욕으로 득달같이 달려왔다. 이들이 떠난 뒤 이번에는 이웃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약을 제대로 챙겨먹는지, 행여 보행연습을 거르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점검했다. 그러나 로건은 주변의 따듯한 배려와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 밤중에 응급실에 가야할 상황이 닥쳤을 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해가 거듭돼 나이가 쌓일수록 이 같은 두려움도 키를 세웠다. 어느 날 덜컥 병이라도 걸려 거동이 힘들어진다면 누구에겐가 의지해야 하는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주변사람들의 호의에 끝없이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이들 역시 그녀처럼 만만찮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로건은 자신이 치매기를 보여 이상스런 행동을 하기 시작했을 때 동년배인 친구들이 이를 일찌감치 간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들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와 강한 연대감을 갖고 있고, 나보다 훨씬 젊어서 내 이상행동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가까운 존재가옆에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슬금슬금 고개를 치켜든다.
물론 자식을 두었다 해서 노후수발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이든 미국인들의 대다수가 친척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배우자로부터 수발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성인 자녀들이다.
USC의 노인학전문가인 메릴 실버스타인은 “까놓고 말해 자녀는 노후에 대비한 훌륭한 보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자식을 두는 주된 이유가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서”라며 “미국에서도 정도가 상당히 약하긴 하지만 자식은 인생 말년을 위한 좋은 베팅”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실버스타인은 “이제까지 나온 자료들도 무자녀 노인들이 자식을 둔 노인들에 비해 양로원 입소율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하고 “예로부터 자녀 유무는 말년을 양로원에서 보낼 것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대표적인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의 사회학자인 데보라 움버슨은 “말년을 양로원에서 보내지 않기 위해 자녀를 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자녀가 없다고 해서 노후가 초라해지거나 불행해진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버스타인도 움버슨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한 75세의 무자녀 노인들은 자식을둔 동년배들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의 병수발을 받는 것은 물론 심리적 안녕감(psychological well-being)도 이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버스타인은 “자녀가 없으면 말년이 괴롭다는 통설을 뒷받침해줄 경험적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총 1,456명으로 짜여진 전국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2,048차례에 걸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거의 90%가 행복하고 즐거운 인생을 보내고 있다고 답했으며 무자녀 응답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정서가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무자식 상팔자’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무자녀를 ‘선택’한 베이비부머 가운데 한 명인 로건은 언제 닥칠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두었다.
중환으로 의식을 잃을 경우를 가상해 친구들에게 자신의 치료에 관한 결정을 일임한다는 위임장을 써주었고 자신의 재산을 자선단체와 동생들에게 나누어준다는 내용의 유언장도 작성했다. 여기에 보태 비상시 헨리를 맡아줄 사람까지 물색해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건은 불안감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언제 어떤 위급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데 가까이에서 지켜보아줄 사람이 없다는 데서 나오는 두려움이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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