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자리 얻기도 힘들지만 얻었다고 해도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방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미국 내 일자리는 늘고 실업률은 감소했지만 아직도 9%에 가까운 높은 수준이다. 일자리가 있는 것만도 운이 좋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소매, 가정 의료 등 일부 직종은 주택과 유틸리티, 식품과 헬스케어, 교통과 차일드 케어 등의 비용을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지급한다.
부부가 함께 일해도 겨우 먹고살기에도 빠듯
4인 가족 안정 생활 소득 연 6만,8000달러
빈곤선과 최저 임금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보고서가 지난 주 나왔다. 비영리 단체인 ‘여성을 위한 더 많은 기회’는 지난 95년부터 일반 시민이 정부 도움을 받지 않고 기본적인 삶을 누리려면 얼마만큼 소득이 필요한가에 관한 조사를 해왔다. 이는 단순히 생존 수준이 아니라 은퇴와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저축까지도 포함하는 액수다.
이 단체 사무국장인 조앤 쿠리앤스키는 “우리는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경제적 안정을 염두에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단체가 낸 보고서 이름은 ‘미국 기본 경제 안정 표’다. 그녀는 불황을 통해 “우리가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이 얼마나 잦은 지 우리는 경험했다”며 “한번 실업자가 되면 우리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독신 근로자는 기본 생활비와 비상사태와 은퇴에 대비한 저금을 하기 위해서는 1년에 최소 3만12달러를 벌어야 한다. 시간당으로는 14달러다. 이는 2010년 정부 빈곤선인 1만830달러의 3배, 연방 최저 임금 시간당 7달러25센트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어린 아이가 둘 있는 독신 근로자는 시간당 27달러, 혹은 연 5만7,756달러를, 애가 둘 있는 일하는 부모가 있는 가정은 근로자 1인당 시간당 16달러, 혹은 연 6만7,920달러를 벌어야 한다. 정부가 정한 4인 가족 빈곤선은 연 소득 2만2,050달러다. 최근 인구 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민의 14.3%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더 많은 기회’는 아이들의 대학 학비와 주택 다운 페이먼트를 위해 얼마를 벌어야 하는 지에 관한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워싱턴 대학의 사회 개발 센터 국장인 마이클 셰라덴은 “이는 중산층이 되려면 어느 정도 벌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가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보호를 받으며 생활 패턴이 바뀌지 않으면서 자녀를 교육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이런 지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을 해도 힘들게 겨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타라라는 의료비 청구사는 자기는 시간당 15달러를 벌지만 남편은 빌딩 관리를 하며 시간당 11달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퀸스에 살고 있는 이들은 9, 8, 6세 된 세 자녀를 두고 있다.
그녀는 “온갖 것을 절약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지만 수입만으로는 수지를 맞추지 못해 매주 토요일 리치먼드 힐에 있는 리버 펀드라는 급식소를 찾아 먹는 것을 해결하고 있다. 그녀는 저축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복권에 당첨되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적정 소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은 정부 통계 등 각종 자료를 살피고 있다. 유틸리티와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거비와 관련, 이들은 주택 도시개발부에서 나온 통계를 근거로 전국 대도시 하위 40% 선의 렌트비를 근거로 했다.
음식에 관해서는 농무부에서 나온 염가 식비 식단을, 자동차는 소형 세단 유지비용을 기준으로 했다. 의료비에 관해서는 직장 의료 보험 혜택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모두 포함했다. 쿠리앤스키는 안정적 소득에는 선물이나 외식 같은 불필요한 것들은 제외시켰다.
물론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진다. 그녀는 지역에 따른 편차를 고려한 자료를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센서스 자료에서 나온 전국 중간 소득과 통계를 비교한 결과 독신 부모나 고교 졸업자, 일부 대학 졸업자들은 안정된 수준의 생활을 누리는데 턱없이 부족한 소득을 올린다는 것을 발견했다.
고교 졸업자들은 이번 불황과 경기 회복기 동안 특히 타격을 받았다. 맨해튼 연합의 경제학자인 클리프 월드먼이 작성한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월까지 고교 졸업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 간의 실업률 차이는 2배로 벌어졌다.
교육 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최저 임금직 조차 얻을 수 없다. 그는 “보다 지적이고 다양한 기술을 원하는 노동 시장의 특성상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구조적 실업의 일부분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저소득층을 돕는 비영리 단체 관계자들은 직업을 갖더라도 정부 도움 없이 사는 것은 힘들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저소득층을 돕고 있는 패스웨이의 소장인 캐롤 거첼은 “정치인들은 사기와 남용을 너무 두려워한다”며 “그러나 그들은 열심히 일을 하지만 정부 도움 없이 가정을 돌보기에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푸드 뱅크에서 연구 및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부사장인 에인 더건은 고객의 1/3이 일은 하지만 은퇴나 비상시에 대비한 저축은커녕 기본 생활도 못하는 사람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소득 2만5,000달러 이하로 가정이 있는 경우 일자리를 잃으면 83%가 식비조차 마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불황이 한창이던 2008년의 68%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미국내 일자리가 늘어나고는 있으나 그 중 얼마가 헬스케어 같은 베네핏이 없는 저임금 직종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비교적 회복 속도가 빠른 제조업은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경향이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인플레를 감안한 미국인들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RDG 경제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인 존 라이딩은 “우리가 저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면 실질 임금의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나온 한 보고서는 많은 일자리들이 주택과 유틸리티, 식료품비를 내기에도 부족한 임금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푸드 뱅크에 의지해 먹고 살고 있다. 플로리다 올란도에 있는 커뮤니티 푸드 센터.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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