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잡지>에 실린 이승만박사의 글
이덕희 이민사 연구가
2회 <필립핀 독립>, 1914년 1월 (1권 5호)
당초에 미국이 필립핀을 차지할 때에는 진실로 다른 나라와 같이 욕심냄이 아니오, 다만 서반아의 압제 정치 밑에서 문명을 받을 수 없는 것을 통분히 여겨 그 백성들을 자유시켜 주고저하는 본의에서 나온 것이라.
만일 [미국이] 토지를 겁[탐]내는 나라 같으면 각국이 아세아에 가서 좋은 대륙을 쪽쪽이 때여 갈 때에 홀로 그중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 남북방이 전쟁하여 흑노를 자유시킨 본의로 필립핀 사람들을 차차 발전시켜 자유 독립을 주고자 하는 뜻에 지나지 아니 하거늘.
세상에서들은 이런 뜻을 잘 믿을 수 없는 고로, 미국이 남의 토지를 빼앗는다고도 하고 미국 백성 중에서도 반대하여 하는 말이 미국 독립시조들의 본의가 아무쪼록 모든 백성이 일체로 자유를 누리게 하고자 하였거늘 이 뜻을 반대하고 남의 나라를 병탄하는 것이 불가하다하여 시비가 무수한지라. 필립핀을 서반아가 가져다가 심하게 구박함으로 필립핀이 살 수 없어서 항상 울고 부르짖으며 죽을 지경에 이른지라. [필립핀이] 미국 문 앞에서 우니까 인정소재에 차마 그저 둘 수 없어 [이들을] 길러서 장성하거든 성립시켜 주고자 한다는 것이라.
미국의 본의가 실상 이것인 줄을 의심 없이 믿을 것은 큐바를 차지하여 그 동안에 독립시킨 것을 보면 가히 짐작할 지라. 그러므로 미국이 필립핀 군도에 학교를 설시하고 선생을 파송하며 정부 관리를 할 수 있는 대로 토인[원주민]으로 시키며 모든 정치상 긴절한 방법을 가르친지라.
이때에 필립핀 토인들은 전에 자유라는 명색을 들어 보지도 못하다가 급기 미국정부에서 형편을 변하고 천주교의 압제를 벗어나매, 난민들이 일어나서 지방을 소동하며 편당을 지어가지고 안녕과 질서를 문란히 하는 중 일본이 지척에 있어 다수한 인민으로 은근히 민심을 소동하여 미국관할을 배척하는지라.
하물며 미국의 다수한 재정가들은 공의와 천직의 공동한 관계를 둘째로 여기며 경제상 이해만 앞세우고자 하는 성질이 많은지라. 이러므로 5, 6년 전에는 혹 어떤 신문과 혹 어떤 잡지에서 의논을 내어 혹은 필립핀을 일본에 맡기자고도 하며 혹은 일본에 돈을 받고 팔자고도 하였으니, 이는 필립핀 토인들도 미국의 감화를 잘 받지 아니하며 일인들이 주목하는 고로, 미국은 다수한 재정을 허비하여 해륙군을 주차시키니 헛되이 손해를 당함이라. 차라리 담책[책임]을 벗어서 남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함이라. 그러나 이를 논하는 자는 수효가 많지 아니하니, 다만 재정만 주장하는 자들이라. [이들은] 각국과의 외교하는 것이 전혀 금전 얻기를 제일 큰 목적으로 여기나니. 이것을 위지[이른바] 금전외교(dollar diplomacy)라 하는 것이라. 미국 사람의 전체가 이것을 반대하는 바이오.
그 중 정치와 외교상 대가들은 내의상 책임을 생각하여 말하되 재정은 얼마를 허비하든지 미국이 이왕에 필립핀을 잘 되게 하기로 착수하였은즉
세계에 대하여 덕의상 책임이 있는지라. 시종이 여일하게 성취하는 날에는 세상이 다 신기히 여길 터이니, 약한 나라로 하여금 영원히 독립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거니와 남의 약한 나라를 억지로 빼앗아서 영영 속지속민을 만들어 자유를 얻지 못하게 하는 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닫고 속국을 독립시키는 표준을 우리가 들어내는 것이 가하다 하여, 지금 미국 안에 전체 의론이 이것을 찬성하며 해륙군을 점점 확장하는 것을 또한 이 사상으로 다수히 되는 바이라.
작년 동안에 각국이 필립핀 독립 문제를 가지고 말하였는데, 혹은 말하기를 필립핀 사람들이 그 동안에 미국의 도움으로 많이 개명하여 능히 독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며, 혹은 말하기를 아직도 개명 정도가 진보되지 못하여 독립을 능히 부지하지 못하리니, 일본이나 혹은 다른 나라가 차지하게 되고 말지라. 마땅히 더 보호하여야 자치할 만치 기르는 것이 옳다 하는 뜻이라. 대저 아직까지도 필립핀 백성들이 자유 권리를 능히 누릴 만 큼 못되어 서로 편당 싸움이나 하며 사사이익을 도모하노라고 자상[스스로] 잔멸하기에 이를 것을 우리는 원치 아니하거니와 많은 사람들의 소견은 아직 좀 이르다 하는지라.
어느 나라든지 강함을 믿고 약한 백성을 억지로 압박하는 자는 지금 세상에 차차 용납을 얻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오. 어느 백성이든지 독립을 차지할 만치 되면 미국 같은 나라도 능히 영구히 속국속민을 만들기 어려울 줄 믿노라.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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