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찾은 한국성공회 서울교구 김근상 주교
“보다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것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그냥 교단 바꾸기가 아니지요.”
지난 달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미국 주교회의 참석에 앞서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성공회의 김근상 주교(서울교구·의장주교·사진)는 타 교단에 있던 한인 목회자들이 성공회 신부가 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공회는 버리는 것이 거의 없는 교단”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확고한 복음 교리와 전통, 거기에다 예전(liturgy)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성공회의 정신을 다르게 표현하면‘중용과 관용’이라는 것이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칼질을 해야 하는가요?”“내가 옳다고, 아름답다고 믿는 것 때문에 교회를 가르고 등지게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하나님은 용납하시는 분입니다.” 김 주교는 같은 믿음을 표방하면서도 하나 되지 못하는 교계가 안타까운 듯 했다.
그는 교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있는 것도 “신앙이 좋으면 돈과 권력도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옳고 그른 것을 갈라 모든 땅을 정복하겠다는 것은 로마 바티칸적인 생각이라는 지적. 그는 “기독교가 그렇게 인식되면 복음 가치가 상실될 수밖에 없다”며 “사람을 살리려는 가치가 성경임을 인식한 마틴 루터의 깨달음이 다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주교는 레즈비언 신부의 주교 임명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제 3자의 견해를 듣는다며 지난 3월26일부터 열린 미 주교회의의 초청으로 미국에 왔다. 그러나 김 주교는 이런 논란자체가 미국 성공회 목회 스타일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고 본다. 대신 그는 바른 교회 공동체의 대안으로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나눔의 집’모델을 소개했다.
성공회 서울교구‘나눔의 집’은 1986년 9월 노원구 상계동 달동네의 작은 전세방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가난한 이웃들에게 물질적인 보탬으로만 다가서기보다 관심과 사랑으로 진정한 벗이 되어 살아가자는 사회선교운동의 일환이었다. 뾰족탑과 십자가 대신 허름한 일반 집에서 예배와 성경공부는 물론 야학과 탁아소 등의 선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눔의 집은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김 주교는“복음보다 카리스마가 앞서고 교회가 세력화, 권력화에만 치중했던 과오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인이 늘리기에 신경 쓰는 대신 나누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성직자 중심주의에 빠진 교회를 고칠 수 있는 것은 평신도의 견제 밖에 없다. 수레바퀴가 한 쪽만 크다면 제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그는“교회에 대한 위기감이 안팎에 팽배해 있다”며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 교회 일치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성공회 주교로서 그가 사명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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