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무사 쿠사 외무장관이 튀니지를 거쳐 영국으로 망명한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최후까지 리비아에 남을 것이라고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이 31일 밝혔다.
이브라힘 대변인은 이날 카다피와 그의 아들들이 아직 리비아에 머물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모두 여기에 있다. 우리는 최후까지 여기에 남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모든 전선에서 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쿠사 장관의 망명에 대한 의견을 기자들이 묻자 양 어깨를 으쓱하며 카다피 체제는 "몇몇 개인이나 관리에게 의존하고 있지 않다"면서 애써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은 쿠사 장관의 망명이 카다피 체제의 붕괴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반기면서 후속 이탈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리비아 외무장관 망명 = 카다피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쿠사 외무장관은 지난 28일 육로로 튀니지에 입국한 뒤 30일 영국으로 망명했다.
영국 정부는 30일 늦은 밤 성명에서 쿠사가 런던 근교의 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그가 장관직에서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 정부의 이브라힘 대변인은 쿠사가 외교적 임무를 수행하려 런던에 갔다며 그의 망명설을 부인했다가 이튿날인 31일 카다피 체제는 몇몇 개인이나 관리에게 의존하고 있지 않다며 그의 망명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이브라힘 대변인은 "우리가 아는 한, 무사 쿠사는 정부에 병가를 요청했다"며 "정부는 그가 튀니지로 가서 며칠, 또는 몇 주일 동안 쉬면서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알리 에리시 이민장관은 31일 현지 TV에 "그것(쿠사 장관의 망명)은 체제에 대한 일격이고, 후속 망명이 잇따를 것"이라면서 "카다피 체제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카다피 정권의 최고위급 인사 가운데 한 명인 그의 사임은 정권이 압박을 받고 있고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헤이그 장관은 또 "쿠사는 국제 사법당국이나 영국 사법당국으로부터 어떠한 면책 특권도 부여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 쿠사가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미국 팬암기 폭파 사건 등과 관련해 형사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쿠사는 2009년에 외무장관에 오르기 전까지 정보기관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270명의 목숨을 빼앗은 팬암기 폭파와 1989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프랑스 항공기 폭파 등 여러 테러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나토, 반군 무기지원 반대 =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31일 카다피의 축출을 목적으로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스톡홀름에서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스웨덴 총리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나토를 대신해 얘기하건대, 우리는 리비아에 대한 무기 수출금지 감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무센 사무총장은 "리비아로 무기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무기금수의 목적"이라고 언급, 카다피 친위부대는 물론이고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도 무기금수 조치에 위배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확인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반군을 무장시키는 문제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임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나토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민간인 보호"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토는 그리니치표준시(GMT)로 이날 오전 6시(한국시각 31일 오후 3시)를 기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연합군으로부터 작전지휘권 인수를 완료했다.
이런 가운데, 교황청 뉴스통신사인 피데스는 이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가톨릭 고위 사제인 지오반니 이노첸조 마르티넬리의 말을 인용, 서방 연합군의 공습으로 트리폴리에서 민간인이 최소 4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 군사작전의 나토 사령관을 맡은 캐나다의 찰스 부처드 중장은 리비아에 대한 공습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나토군이 관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처드 중장은 또 "우리는 어떠한 목표물을 공격할 때 매우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우리는 엄격한 교전규칙을 세워놓고 있고, 유엔의 위임 범위 내에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 석유수출항 주변서 대치 = 카다피 부대의 중화기 공격에 밀려 동부의 주요 도시를 줄줄이 내주고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까지 후퇴했던 반군은 쿠사 장관의 망명 소식에 힘입어 이날 다시 서쪽으로 진격에 나섰다.
석유수출항 브레가 인근에 전선을 형성하며 대치하고 있는 양측은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 몇 주 째 이 일대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카다피 부대는 또 서부에 있는 세 번째 대도시 미스라타에서 대포 공격을 퍼부어 지난 며칠 동안 수십 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많은 주택이 파괴됐다고 반군의 대변인이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이날 카다피 부대가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 등지에 지뢰를 매설해놓은 사실을 폭로했다.
HRW는 반군의 거점 도시 벵가지로부터 남쪽으로 150㎞ 떨어진 아즈다비야 인근의 고압선용 철탑 주변과 건물 밀집 지역 인근 등 최소 2곳에서 지뢰밭을 발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 지뢰밭은 지난 주말 카다피 부대가 다국적군의 공습 속에 반군에 아즈다비야를 내주고 퇴각하면서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이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민간인 자원자로 구성된 반군 세력에 지뢰는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리비아는 1997년 1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체결된 대인지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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