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리엄-미들턴 결혼 공휴일 지정 따라 96억달러 생산 손실
로열웨딩을 기념하기 위한 컵이 제작되고 있다. 기념품 판매는 반짝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기 나쁜데 또 하루 쉬라니”
일부 업주들 달갑지 않은 표정
기념품·호텔업 등은 특수 기대
<노스햄튼, 영국> 집안이 운영하는 가게 이층의 낡은 창고에서 박스들에 둘러싸인 채 조 처치는 윌리엄 왕자와 그의 신부인 케이트 미들턴의 얼굴이 그려진 접시를 열심히 포장하고 있다. 호주의 고객들에게 발송할 물품들이다. 자기류와 장식품 같은 기념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152년 되 이 가게는 다음 달로 다가온 로열 웨딩이 반갑기만 하다. 가게의 현금계산기 소리도 웨딩 벨이다.
“로열커플을 위해 좋은 일이다. 영국인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우리 같은 비즈니스에도 좋은 일”이라며 조 처치의 아버지 스티븐은 함박웃음이다. 웃음 짓는 그의 뒤에는 하트 모양의 베개에서부터 윌리엄을 닮은 테디베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념품들이 진열돼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캠브리지 외곽의 한 비 내리는 건설현장의 사정은 다르다. 조그만 굴착기 대여회사를 운영하는 딕 설리에게는 로열웨딩이 전혀 달갑지 않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은 공휴일로 지정됐는데 설리는 시기가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영국의 건설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일을 하지 못하고 비싼 장비들은 놀리면서 직원들에게 임금을 줘야 하는 공휴일은 설리 같은 업주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묻지도 않았다. 우리에게는 힘든 상황이다. 잡동사니 접시들을 파는 업주들의 행운을 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나쁜 소식일 뿐이다”라고 설리는 불편함 심기를 표출했다.
데이빗 캐머론 영국총리는 로열웨딩이 거행되는 날을 공식휴일로 지정했다. 전 국민들이 축하에 동참하는 배려이다. 그러나 이 커플의 결합은 일부 영국 업종들에게만 축복이 되고 있다. 차가운 현실은 이 결혼이 다른 업종들에게는 오히려 저해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분석들은 오는 4월29일 결혼이 약 10억파운드(미화 16억달러)의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효과는 대부분 소매판매와 호텔업, 그리고 관광 등을 통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루의 공휴일은 통상적으로 60억파운드(미화 96억달러)의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치상으로 50억파운드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인데 더블딥의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적지 않은 액수이다.
업소 당 평균 종업원 수가 4명꼴인 영국에서 가장 막강한 로비그룹인 ‘스몰비즈니스연맹’은 결혼식이 열리는 시기에 우려를 나타낸다. 부활절 휴가가 끝나자마자 결혼 공휴일이 이어짐으로써 이를 계속 연결해 쉬려는 근로자들이 개인 휴가를 사용하거나 연차휴가를 남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행업계는 벌써부터 만면에 희색이다. 성금요일부터 시작해 결혼식 다음 월요일까지는 11일에 이르는데 이 기간의 여행예약이 꽉 찼다는 것이다. 이 정도 기간이면 크루즈 같은 본격적인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업률이 치솟고 인플레가 극심하며 정부는 지출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종업원들에게 휴가를 더 줘야 하는 것은 업주들에게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다. “부활절 경기 회복을 바랐던 많은 업주들에게 이번 일은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스몰비즈니스연맹 대변인은 말했다.
하지만 결혼 지지자들은 결혼과 공휴일로 만들어질 긍정적인 무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공휴일 지정으로 인한 손실을 회복시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인 켈쿠의 마케팅 디렉터인 크리스 심슨은 “소비자들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영국은 국가 전체로 빅 이벤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쁜 뉴스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을 때 긍정적인 것을 축하할 만한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메론 총리는 이번 결혼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축하할만한 행사로 만들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휴일 지정에 따른 고무적인 분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이번 공휴일 지정으로 호텔, 식당 등 업소들이 상당히 긍정적인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81년 찰스와 다이애나가 결혼했을 때도 공휴일로 지정됐으며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일도 공휴일이었다. 영국 정부는 내년 즉위 60주년 기념일도 공휴일로 지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선출직 국가원수를 지지하는 압력단체인 ‘리퍼블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것을 위해 국가공휴일을 지정한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의 그래험 스미스 대변인은 “최소한 영국인 20%가 군주제에 반대하고 있으며 더 많은 이들은 아예 무관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결혼식과 공휴일 지정에 따른 분명한 승자는 소매업체들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혹은 거리에서 축하에 동참하면서 샴페인과 식품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처치 가족이 운영하는 것 같은 결혼식 기념품 판매점들도 재미를 보고 있다. 또 다른 일반 소매점들 역시 공휴일 지정으로 매상이 소폭이나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소매 리서치센터’는 이번 결혼식이 5억3,000만파운드(8억5,600만달러)의 소매 매출 증가를 가져다 줄 것으로 추산했다.
많은 소매상들은 윌리엄의 아버지인 찰스가 지난 1981년 결혼식을 올린 이후 로열웨딩 특수를 선점하는데 기민함을 보여 왔다. 지난해 11월 16일 약혼식 발표가 나온 직후 월마트가 소유한 아스다 수퍼마켓은 잽싸게 5파운드짜리 기념 머그를 판매했다. 그리고 영국 최대 소매체인인 테스코는 미들턴의 로열블루 약혼식 드레스를 만들어 판매했다. 뿐만 아니라 티 타월에서부터 저가의 미들턴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반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팔리고 있다.
런던 중심부의 600개 소매업소들을 대표하는 ‘뉴 웨스트엔드 컴퍼니’는 결혼식 주말에만 여행객이 50만명 이상 늘어 소매와 숙박업에 추가로 5,000만파운드의 매출을 가져다 줄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의 호텔들은 이미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일부 런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방을 렌트용으로 내놓고 있다. 어떤 방에는 일주일에 3,200달러의 요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영국의 대형 인바운드 여행사인 비짓브리튼은 최근 결혼식 관광객들에게 방문할 곳과 어디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안내해 주는 ‘로열 브리튼’이라는 새로운 사이트를 시작했다.
또 인터넷 시대 첫 로열웨딩을 맞이해 직접 올 수 없는 외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뜨거운 관심과 함께 물건 구매에 열심이다. 처치 가족의 온라인 사이트인 ‘theukgiftcompany’는 벌써 10만파운드가 넘는 주문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80%는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주문이다. 스티븐 처치는 결혼 당일까지 7자릿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외국으로부터의 관심이 놀라울 정도”라며 경기침체의 어려운 파고를 건너는 다리가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굴착기 대여업체를 운영하는 설리는 입장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결혼하는 로열커플을 향한 그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윌리엄과 케이트. 당신들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당신들은 대부분 다른 이들의 그러하듯 토요일을 결혼일로 잡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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