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혈액 뽑아 혈소판 분리 주름제거 필러로 인기몰이
성형시장에 흡혈귀 ‘뱀파이어’가 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흡혈귀가 사람의 생혈을 마시며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것처럼 ‘인간의 피’를 이용해 안면 노화를 막아내는 이른 바 뱀파이어 시술이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뱀파이어 시술은 다른 얼굴 주름제거술과 동일한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주름을 펴주기 위해 피부에 주입하는 삽입물로 신경독소인 보톡스나 지방 대신 혈액에서 추출한 혈소판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시술에 사용하는 혈액도 뱀파이어처럼 타인의 목 줄기를 물어뜯어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팔뚝에 주사기를 꽂아 뽑아낸다.
2009년 처음 소개 후 유행처럼 번져
일부선 효과 과장, FDA 결정 모호
뱀파이어성형 시술 전(왼쪽)과 후의 사진.
팔뚝에서 뽑은 혈액을 셀필(Selphyl)이라는 이름의 원심분리기로 돌리면 황금 때깔의 혈소판이 푸짐하게 들어 있는 PRFM이 추출된다. 이 PRFM이 움푹 꺼진 뺨과 주름살을 채워주고 펴주는데 사용되는 뱀파이어 필러(삽입물)다. 시술은 뱀파이어 필러를 필요한 안면부위에 주입해 주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30분 미만으로 가격은 1회당 900달러에서 1,500달러 사이.
혈소판 추출기 셀필을 앞세운 뱀파이어 주름제거술이 안면 회춘술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이었으나 올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TV 프로그램 ‘레이첼 레이 쇼’(The Rachael Ray Show)와 의료전문 TV 토크쇼 ‘닥터스’(The Doctors)에 연달아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이어 셀필 제조사인 에스테틱 팩토스(Aesthetic Factors)는 뱀파이어 주름제거술의 효과를 선전하는 인포머셜을 제작, 지방 방송국들을 통해 내보내는 방식으로 수요 창출에 나섰고, 이것이 먹혀들었는지 ‘흡혈귀 의사’를 찾는 환자들의 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수요 증가에 발맞춰 인포머셜에 출연한 일부 성형 의
사들이 주장한 뱀파이어 시술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특히 “단 한 번 주입으로 1년 이상 효과가 유지되며 18개월에서 24개월까지 지속된 사례도 직접 보았다”는 뉴욕의 안면성형 전문병원 원장 앤토니 스크라파니 박사의 ‘간증’에 “너무 튀겼다”는 지적이 몰렸다. 스크라파니 박사는 에스테틱 팩토스의 유료 상담원으로 셀필과 관련한 그의 연구는 대부분 이 회사의 자금지원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셀필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시술 효과에 대한 주장의 진위를 객관적으로 판가름하기 힘들다.
미 성형협회 회장인 필 해크 박사는 “단 30분간 시술에 900달러에서 1,50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비싼 시술임에도 그 효과를 입증해 줄 객관적 연구 결과가 전혀 없고 개인적 증언만 난무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지적하고 “경쟁이 치열한 성형업계에서 남들보다 튀기 위한 또 하나의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셀필이 연방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는지 여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에스테틱 팩토스의 비디오에서 테네시주의 가정 내과의인 존 애거슨은 셀필이 코 옆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주름, 즉 미소선의 제거를 위한 필러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부과 전문의인 라넬라 허시도 2009년 피부학회 전문지인 ‘더마톨로지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셀필이 FDA 공인을 받은 피부 삽입물이라고 밝혔다.그러나 허시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FDA 승인과 시판 허용 사이의 경계선이 대단히 모호하다”며 “어쨌건 당시 더마톨로지 타임스에 실린 나의 주장은 착오였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실 FDA는 셀필 원심분리기에서 뽑아내는 PRFM을 승인하거나 안면회춘 시장에서의 판매를 허용한 적이 없다.
지난 2002년 FDA는 피브리넷(Fibrinet)이라는 채혈기를 승인했는데 정형외과 의사들은 이 기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혈소판이 풍부한 부산물을 손상된 조직의 복원을 돕는 보조물로 활용했다.그런데 7년 후인 2009년 피브리넷이 셀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달라진 이름과 함께 용도 역시 혈액 채집이 아니라 자연적인 노화과정을 되돌리는데 필요한 PFRM 추출로 바뀌었다. 최근 FDA 대변인 셸리 버기스는 셀필 제조사는 용도를 바꾼 혈액채집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시판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FDA에 용도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효과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올해 ‘레이첼 레이 쇼’에 뱀파이어 주름수술을 처음 소개한 성형의 앤소니 요운은 셀필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그동안 6명 정도의 환자들에 시술을 했는데 눈에 띄는 극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미성형협회의 조셉 그리스키에이츠 박사는 뱀파이어 주름제거 효과의 지속성을 보여주기 위해 스크라파니 박사가 시차를 두고 찍은 환자의 시술 전과 후의 사진은 꽤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컬프트라를 비롯한 인조 삽입물을 사용할 경우 피부 표면에 고르게 퍼지지 않아 환자들이 기겁을 할 때가 많다며 “꺼진 뺨을 부풀리고 싶지만 지방을 신체의 한쪽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옮기는 식의 수술방식이 탐탁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PRFM이 훌륭한 대체 삽입물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지난 8월 뱀파이어 주름제거술을 받았다는 올해 39세의 프리스쿨 여교사 앤은 “뱀파이어 시술 후 점진적인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며 “FDA의 승인을 받은 하일루론산 삽입물인 퍼레인(Perlane)을 이용했을 때는 피부가 매끄럽게 펴지지 않고 우툴두툴해졌는데 셀필이 PRFM은 그렇지 않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녀에게 안면회춘 시술을 해준 뉴욕의 내과 전문의 알리 바파는 “지난 3월 말부터 PRFM을 이용해 35명의 얼굴주름을 펴주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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