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스크린 6,200개
▶ 경제적 여유로 지방 중심 급속 증가
중국은 지난 몇 년 사이에 멀티플렉스 스크린 수가 급증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장 구오미아오는 영화를 보고 싶으면 마을 광장으로 가곤 했다. 여기서는 순회 영화관이 들어서곤 하는 장소였다. 노천에 들어선 순회 영화관은 캔버스 스크린에 조악한 스피커를 설치한 후 화질이 엉망인 영화를 상영하곤 했다. “앉아서 보고 싶으면 의자를 가져와야 했다”고 올 47세인 장은 말했다. 발밑으로는 닭이 지나다니기 일쑤였고 사람들이 너무 떠들어 “영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요즘 장은 7개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를 찾는다. 이곳에는 3D를 상영하는 최신 스크린들과 미국에서 수입한 팝콘 등을 갖추고 있다. 농부인 장은 친구들과 이곳을 찾아 아카데미상에 지명된 ‘인셉션’을 관람했다. 특수음향과 깨끗한 영화관 바닥 등 나무랄 것이 없었다. 장은 “영화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영화관은 편하기 그지없었다. 상당히 호사스런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4년간 2배 이상 늘어
음향 등 미국식 첨단 시설
정부규제로 할리웃은 불만
국 전역에서 수많은 장과 같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현대적인 영화 관람을 경험하고 있다. 최신 시설을 갖춘 첨단 영화관들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들 뿐 아니라 지방 도시들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중국의 스크린 수는 6,200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 숫자는 오는 2015년까지 또 다시 2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해 영화관 수입은 1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라디오, 영화 및 TV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은 밝혔다.
이 수치는 북미에 비하면 한참 뒤져 있는 것이다. 북미의 경우 지난해 4만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총 106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중국은 북미와 유럽연합, 일본에 이어 전 세계 4위의 영화시장이다. 인구 22만명당 스크린 1개꼴이어서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관 신축 붐은 부분적으로는 이념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공산당 정부는 영화사의 주요 투자자이다. 영화는 국민들과 해외 문화 전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국영 영화공사의 책임자인 한산핑은 “영화는 중국 소프트파워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동력은 현실적인 이유이다. DVD 판매 수입이 영화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복제품이 판치는 중국에서는 영화사들이 영화관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영화 제작을 늘리고 수입을 높이려면 스크린들이 더 많아야 한다.
그리고 중국인들의 지루함이 있다. 중국 근로자들이 경제적으로 향상되고 시간적으로 여유롭게 되면서 이들은 소일거리를 찾고 있다. 통상적인 영화 요금은 5달러 정도로 대학 졸업생들의 하루 일당에 가깝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고질의 음향과 스크린을 위해 기꺼이 지출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한 지방도시의 제약회사 직원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오픈하기 전에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달에 약 400달러 정도를 받는다는 그는 최근 수주 사이에 3번이나 여자 친구와 영화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여자 친구의 영화비는 물론 팝콘과 병물까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소니영화사의 호러영화를 봤다는 그는 지출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할리웃 영화들은 꾸준히 많은 관객들을 모은다. 워너브라더스의 ‘아바타’는 2억달러를 벌어 중국 박스오피스 사상 가장 돈을 많이 번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스크린 급증으로 할리웃이 재미를 보게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미국 영화협회는 중국정부가 중국내 미국영화 개봉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난 수년 동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 때문에 해적판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 할리웃의 불만이다.
중국내 멀티플렉스 건립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워너브라더스는 중국정부가 외국인의 영화사 과반 지분소유를 금지하자 지난 2006년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최근 세계무역기구는 수입 책자들과 영화에 대해 중국정부는 독점적인 유통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것은 미국의 승리지만 무역기구는 영화 쿼터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직은 그대로인 셈이다.
반면 중국 영화사들은 영화관 신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새로운 영화관에 관객들을 채우기 위해 제작 영화들의 수준을 높이는 일에 노력을 쏟고 있다. 워너브라더스의 중국시장 철수 속에서도 일부 외국 영화사들은 중국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캐나다의 아이맥스 영화사는 오는 2016년까지 중국내 스크린을 지금의 3배인 4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한국의 롯데도 금년 말까지 스크린을 7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내 영화관의 절반가량에 정부 지분이 포함돼 있지만 최대 영화관 개발업체는 개인소유 회사인 완다그룹이다. 완다그룹 소유의 스크린은 지난 2008년 이후 2배가 늘어 현재 600개에 달한다. 대도시 시장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영화관 개발업자들은 점차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농업 중심지에서 제조업 도시로 탈바꿈한 센주의 경우 당국자들은 최신 멀티플렉스가 들어설 때가 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야간에 돌아다니거나 가라오케, 카드게임장 등을 제외하면 중국의 ‘넥타이 수도’라 불리는 이곳에서 주민들이 갈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지난 2009년 지방정부 소유인 제지앙 영화사는 젊은 직원인 판 시아밍에 영화관 건설 책임을 맡겼다. 판은 부지 선정을 하고 공사를 감독하는 일을 맡았다. 농부의 아들인 금년 28세의 판은 중국에서 5번째로 큰 영화관 체인의 영사기사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입체 아바타를 보기 위해 80마일 떨어진 항주까지 갔을 정도로 영화광이다. “영화관에 있을 때면 이런 시설이 우리 고향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했다”고 말했다.
판이 관여한 영화관은 이 도시의 가장 비싼 타운하우스 단지 인근 쇼핑몰에 자리 잡고 있다. ‘타임 무비 월드’라는 이름의 이 멀티 상영관은 즉각적인 성공을 거뒀다. 지난 여름 개봉한 디즈니 픽사의 ‘토이 스토리 3’ 같은 영화들은 주말이면 매진이 되는 등 흥행몰이를 했다. 스포츠용품점 직원인 왕 지아이는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좋다”며 “컴퓨터 스크린으로는 이것을 느낄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판은 하루에 다른 영화 3개를 본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부모를 초청하기도 했다. 부모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영화 ‘애프터쇼크’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판은 “많은 사람들이 난생 처음 영화관을 찾는다. 많은 관객들이 50대 이상이다. 이들은 지난 10~20년 동안 대형스크린으로 영화를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타임 무비 월드는 미국과 다름없는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관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떠들고 자막을 읽기도 한다. 셀폰도 연신 울려댄다. 한 여성은 상영 중 자신의 아이폰을 6번이나 받기도 했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침을 뱉기도 한다. 그런데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결국 이곳은 아직 촌 동네”라고 판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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