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환자들에게는 뚱뚱하다고 말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조사결가가 나왔다.
환자 기분 고려 침묵하는 의사들
심각한 건강 위험신호 방치 결과
이제까지 나온 숫한 연구결과는 체질량지수(BMI), 즉 체중(kg)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30을 넘어설 경우 심혈관 질환과 암, 흔히 성인 당뇨병이라 부르는 제2유형 당뇨병과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은 물론 우울증과 치매에 걸릴 확률이 급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체중이 이처럼 중대한 건강위협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미국
내과학회지(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체질량지수가 비만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 가운데 3분의2가 주치의로부터 이에 대한 주의나 지적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건 분명 큰일이다. 환자들은 부모나 배우자 말은 듣지 않아도, 의사 말은 가볍게 흘리지 못한다. 의사는 전문성으로 무장한 건강의 파수꾼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그가 내린 위험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디칼 유니버시티와 영국 런던의 임페리얼 칼리지의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이 조사에서 의사로부터 과체중(overweight)이나 비만 판정을 받은 환자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몸무게가 건강 표준치를 초과한 상태라는 사실을 시인하고, 이를 시정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감량의지를 밝힌 비율은 의사로부터 “살을 빼야한다”는 지적을 받지 않는 환자들에 비해 무려 8배나 높았다.
물론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들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범위로 체중을 낮춘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살빼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해도, 줄어든 몸무게의 원상회복을 막아낼 수 있는 확률은 잘해야 60% 정도다. 그러니 의사로부터 자존심 상하는 지적을 받고, 필사적인 감량에 돌입한다 해서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UCSF 체중관리 프로그램의 디렉터인 로버트 배런 박사는 “과체중과 비만을 조기에 인지하고 이에 대해 환자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성공적인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환자들에게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의사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 예로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강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들이 환자의 흡연에 대해 침묵한다. 통계에 따르면 의사와 단 3분간 흡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환자들의 5~10%가 담배를 끊었다. 일단 말만 꺼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비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의 성인 3명 가운데 한 명이 비만이고, 미국의 어린이들 중 17%가 정상체중을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최적의 위치에 있는 의사가 입을 다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2006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의사들은 환자들의 자기 통제력과 감량 결의, 그리고 이를 해낼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를 근거로 유추해 보면 어차피 얘기를 꺼내보았자 환자의 저항감만 불러올 뿐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아예‘불편한 진실’을 건드리지 않으려 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시간적 제한이다. 의사들의 업무량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환자에게 할당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그 짧은 시간에 예민한 감정적 영역에 속하는 체중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뭣하지만, 일단 내지른 다음에 들려줄 조언이라곤 말하기 쉽고 실행하기 어려운 생활습관 변화 외에 달리 없다는 것도 의사들의 침묵을 조장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에 대해 배런 박사는 “살을 빼야 한다는 지적에 환자들은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들에게 비만(obese)이라는 말이나 뚱뚱하다(fat)는 직설적인 표현이나 받아들이기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체중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에는 평가를 내리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고. 걱정스런 말투를 택하되 직설적으로 환자의 체중과 표준 몸무게를 비교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비정상적인 체중을 일러줄 때 마치 혈압이나 혈중 콜레스테롤이 상승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처럼 하라는 얘기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환자도 자신의 몸무게가 표준치를 크게 웃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감정을 상해 가며 “당신은 비만”이라고 꼭 집어 지적해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주 내과학회지에 흥미로운 논문이 한 건 실렸다. 표준체중을 넘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과체중(overweight)인 사람의 37%, 비만에 해당하는 사람의 19%가 의사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자신을 뚱뚱하다거나 비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사람들의 눈은 때론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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