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에 겐니치는 한국과 중국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일본이 이기기에 필요한 능력 있는 젊은 자동차 엔지니어다. 30대 초반으로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우수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많은 일본 젊은이들처럼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대부분 40대 후반 이상인 정규직과 달리 취업 보장도 없고 월급도 절반밖에 안 된다. 10년 이상 정규직 자리를 얻으려 노력하다 그는 마침내 포기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일본에 대한 희망을 접은 것이다. 그는 2년 전 대만으로 이주해 중국말을 배우고 있다. 호리에(36)는 “일본은 나이든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일본은 내게 문을 닫았지만 대만에서는 나는 완벽한 이력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저무는 경제 수퍼파워 일본이 급속히 노쇠해지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젊은이들의 기업가 에너지를 발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성장은 저조하고 연금 부담은 커지고 있다. 스탠다드&푸어가 지난주 일본의 신용 등급을 강등시킨 주요 이유의 하나가 이것이다.
고령자, 기득권자 위주 사회에서 설 곳 없어
‘작은 일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보내자’가 대세
세대 간 불평등에 관한 진실’이란 책을 쓴 조 시게유키(36)는 “젊은 세대 사이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며 머리를 벽에 부딪치는 것처럼 모든 길이 막혀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가 고령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 발전을 막고 있다고 젊은이들과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사회가 점점 더 계급적이고 경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은 성숙한 경제가 자라나기 위해 필요한 새 상품과 회사, 산업 창출에 필요한 젊은이들을 억누르고 변두리로 내몰고 있다.
소니와 도요타, 혼다를 낳은 일본은 지난 수십 년 간 젊은 기업인을 양성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20대에 의해 시작된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가 생겨나지 않고 있다.
취업 통계를 보면 2류 시민으로 전락한 일본 젊은이들의 실상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비정규직 종사자가 전 연령층에 걸쳐 늘어났지만 젊은 세대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작년 15~24세의 경우 45%가 비정규직 종사자였는데 이는 1988년의 17.2%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며 고령자의 2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일본 신문 지면은 2010년 10월 현재 대학 졸업 예정자의 56%만 잡 오퍼를 받았다는 어두운 뉴스로 채워지고 있다. 이는 사상 최저 수치다.
아키타 대학의 사회 정책 교수인 시마사와 마나부는 “일본은 세대 간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라며 “일본은 구세대가 젊은 세대에 자리를 내주지 않아 활기를 잃었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나라가 고령화되고 있지만 일본은 정도가 좀 심하다. 2055년까지 전 국민의 40%가 65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점점 더 많은 일본인이 연금과 저축에 의존하게 되면 지출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작은 내수 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다. 이보다 더 알려지지 않은 문제는 세대 간 불평등이다.
일부 기업들은 젊은이들은 임금이 낮고 전망이 없는 자리밖에는 주지 않는다. 이들이 나이든 노동자의 좋은 일자리 경비를 부담해주고 있는 것이다. 연금 제도도 고령자에 너무 유리하게 돼 있어 젊은이들은 아예 돈을 내지 않는다. 교육과 유아 보육보다 노인들에게 돈을 더 쓰는 것이다. 잘못된 고용 관행으로 또 다른 ‘잃어버린 세대’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도쿄 메이지대 4년생인 니오우에 나기사는 일자리 없이 졸업하느니 한 학년을 더 다닐까 고민 중이다. 졸업을 했는데도 취직을 못하면 다시는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기업 문화에 더 적응하기 쉽다는 이유로 바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더 쓰고 싶어 한다.
이노우에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비영리 환경 운동 단체에서 일하고 싶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노우에(22)는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다”며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렇게 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이 철지난 일률적 고용 체제에 스스로를 맞춰야 한다는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18~22세를 상대로 한 메이지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2는 일본 젊은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고 야심 없는 생활에 체념하고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대 교육학 교수인 혼다 유키는 “낡은 제도와 젊은 세대 간에 괴리가 있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 같이 일만 하는 생활을 원하고 있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여론의 압력에 밀려 복지부는 작년 말 졸업 후 3년까지는 신참 졸업생을 볼 것을 기업들에 권고했다. 또 졸업생에게 정규직을 주는 기업에는 1인당 2만2,000달러를 보조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 젊은이들의 앞길과 일본 경제 전망이 얼마나 어두운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창업 통계다. 2009년 일본 전체에서 신주를 발행한 곳은 19개밖에 안 된다. 미국은 66개였다. 그나마 나이 든 세대가 창업한 것이 대부분이고 2002년 일본 기업가 중 20대는 9.1%밖에 안 된다. 미국은 25%였다.
자기 경험담을 책으로 낸 실패한 인터넷 사업가 이타쿠라 유이치로는 “일본은 제로섬 사회가 됐다”며 기득권층은 젊은 세대가 자기 것을 빼앗을까 두려워 이들과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년 전 와세다 대 3학년에 재학하고 있을 때 교코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10번째 인터뷰를 하고는 신경 쇠약에 걸려 취업을 포기했다. 아버지처럼 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졸업 전 취직을 하지 못하면서 그녀는 별 볼 일 없이 이일 저일을 전전하는 ‘프리터’신세가 됐다. 2004년 졸업 후 그녀는 6번이나 일자리를 옮겼다. 실업 보험이나 연금도 없고 월급은 1,800달러를 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거부한 대가가 왜 이렇게 큰 것일까”라고 교코(29)는 반문한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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