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바쁜 딸 부부와 학교에 다니는 손자들은 아침에 나가 저녁때가 돼야 집에 들어옵니다. 종일 말벗도 없이 집에 혼자 있으니 너무 힘들고 외로워 어떤 때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거주하는 70대 후반의 한모씨는 2년전 아내와 사별한 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딸 내외가 혼자된 아버지를 챙기느라 신경 쓰지만, ‘딸에게 짐이 될까봐 내색을 못하는’ 한 씨의 힘든 사정은 심각하다.
버지니아 애난데일 노인아파트에 4년째 홀로 살고 있는 70대의 김모씨. 김 씨는 올해 아직까지 손자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일자리를 찾아 타주로 떠난 아들이 바쁜 일정으로 새해 인사를 오지 못했기 때문. 딸은 멀리 서부에 살아 1년에 한 두 번 보는 게 고작이다.
김씨는 “이제 남편도 떠나고 자식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 노인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동무가 돼 주었던 이웃 노인이 지난달 세상을 떠난 후 이제 속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솔직히 앞으로 얼마나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고독을 견뎌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죽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자녀와 떨어져 홀로 노년을 보내고 있는 한인 독거노인들의 고독과 우울증 문제가 심각하다. 한 씨와 김 씨처럼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우울 증상을 나타내는 독거노인들의 문제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워싱턴 가정상담소 진수정 카운슬러는 “노령화 사회가 진행되며 노인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남의 이목과 체면 때문에 상담소에 직접 오지는 못하고 전화 상담을 요청하는 노인이 꽤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 카운슬러는 “사교성이 부족해 스스로 소외를 자초해 우울증이 깊어지기도 한다”며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집안에만 있지 말고 사람을 만나 취미 활동을 즐기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혜성 중앙시니어센터 디렉터는 “독거노인들의 우울증 문제는 자살로 이어지기 쉽다”며 특히 ‘자녀의 교육과 성공에 올인’했던 한인 1세 노인들이 자식들의 보살핌을 기대하다 실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박춘선 예진회 회장은 “여성들보다 남자 노인들의 우울증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며 “본인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과 경제적 쪼들림 등으로 우울증을 겪는 노인들이 무척 많다”고 밝혔다.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홀로 노인아파트에 거주하거나 지병이 있는 노인들이 특히 우울증상이 심각하다”며 “노인들이 고독과 외로움을 떨치고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관심과 교류, 동년배 노인들과의 사교, 배움에 대한 적극적 태도 등이 큰 역할을 한다”고 적극적인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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